
대북관계가 변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일시 차단과 로켓 발사를 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내부 권력구도를 새로이 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생긴 만큼 남북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대북특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이면에는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이 드러날 때마다 거론됐던 대북특사에 대해 “시기상조”라던 이명박 대통령이 “필요하면 특사를 보낼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북특사는 현 정권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전할 수 있는 ‘복심’에게 주어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로 데면데면했던 남북이지만 변화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남북관계
여야 뒤흔든 ‘대북특사론’
사실 정권교체 후 남북간 ‘핫라인’은 작동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개성공단 일시 차단, 북한의 로켓 발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소식은 ‘안’보다는 ‘밖’이 빨랐다.
하지만 정부는 서둘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길어지면서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건의가 빗발쳤음에도 “특사는 남북문제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부터 한 여러 구상 중 하나”였던 대북특사 카드는 중요한 순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특사를 보낼 수 있다”면서 “북한이 특사를 받은 준비가 되면 하고,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후계 권력구도 승계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
이 대통령은 “나는 남북의 이념문제를 갖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사람들이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뜻밖에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올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제의한 남북 대화를 구체화할 방법에는 물론 특사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대북특사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가는 이미 ‘대북특사론’으로 들끓고 있다. 유선호 의원(민주당)은 “국무총리급 대북특사 파견으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돌파하고 현재의 위기 국면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준 의원(한나라당)은 “특사 파견이 잘 성사되면 오랜 기간 막혔던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전향적인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충환 의원은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대통령 특사를 조기에 파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북특사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만큼이나 대북특사에 대한 하마평도 뜨겁다. 우선 거론되는 이들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전 의원, 한나라당 차기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 등이다.
대북특사는 박정희 정권 때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전두환 정권 때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 노태우 정권 때 박철언 전 의원, 김대중 정권 때 박지원 장관 등 정권의 ‘핵심 실세’에게 주어졌을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장관처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활용됐던 만큼 여권 내 핵심 인물 중 정치적 위상을 고려한 계산된 하마평이다.
그러나 최근 대북특사설에선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정치적 위상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면서 ‘대북 전문가’인 인물이 북으로 가야 한다는 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특사는 이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고, 향후 5년간 이 대통령과 일할 수 있는, 일할 사람이 가야 북측에서 신뢰할 것”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언처럼 한번 맺어진 ‘라인’은 쉽게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과 지속성을 가진 인물을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치적 위상만으로 특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특사는 협상 결과를 책임지고 집행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군 ‘와글와글’
특사 적임자는 누구?
그러면 ‘달라진’ 대북특사 선정기준에 맞는 인물은 누굴까. 친이계는 이재오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유학 중 6자회담 이후의 극동문제와 남북문제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동북아 평화 번영 공동체에 대한 구상을 마친 ‘전문가’이자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면서도 별다른 정치적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점수를 얻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하는데 지금 못할 게 없다”고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하며 “이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가는 게 맞다. (대통령 의중을) 꿰뚫는 건 당연하고 자기가 그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 사람이 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에 대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본인의 특사 가능성에 대해선 “나는 전문성도 없고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신임 대표 의장에 선출된 김 특보는 대북특사에 대해 “모든 일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정계복귀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그런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에선 국정원 남성욱 제3차장과 김숙 국정원 제1차장의 이름이 나오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 2차 남북정상회담 때 국방장관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으며 이후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장수 의원도 특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선 대북특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그 주인공으로 누가 낙점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