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현금을 입·출금하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청원경찰 인력을 줄이기로 한 탓이다. 제일은행은 법원이나 국가기관 등 경비상태가 ‘좋은’ 곳의 인력만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잉여인력을 줄이는 것이라 고객의 안전에는 아무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은 그러나 “고객들의 안전은 안중에 없는 조치”라며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타 은행사들도 “청원경찰은 점포 1개당 1명이 배치돼 있어 최소한의 인력이라 줄일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청원경찰 인력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고객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24일, 제일은행과 노조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인력재배치 중 총 371개(출장소 포함) 지점 가운데 27명의 청원경찰을 줄이기로 했다.
법원이나 병원, 국가기관 등은 보완시스템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이번 감축대상이 된 청원경찰들은 잉여인력으로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제일은행이 축소키로 한 청원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아 경비구역 내에 한해 경찰관의 직무를 행한다. 이외에도 고객들의 은행 업무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 업무를 병행한다.
제일은행과 노조는 국가기관이나 병원, 법원 내부에 설치된 지점의 경우 외부경비가 따로 있고 CCTV가 설치돼 있어 굳이 청원경찰을 둘 필요가 없어 직원재배치 중 이 인원을 축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일은행 “운영 잘 되고 있으니 필요 없다”
타 은행 “꼭 필요한 인력” 고객은 불안
제일은행은 “국가기관이나 법원, 병원 등에서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외부경비가 따로 있어 보완시스템이 2중, 3중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고객의 안전은 철저하게 보장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일은행 노조 측도 “실사를 한 결과 고객의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일부 점포에 한해 청원경찰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청원경찰이 없어도 고객의 안전은 보장된다는 얘기다.
타 은행들은 그러나 제일은행 측의 설명과는 달리 꼭 필요한 인력이라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대조를 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안내도 하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어 꼭 있어야 한다”며 “(청원경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청원경찰은 1점포당 1명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이라며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청원경찰을 줄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납득이 안 간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소재도 있기 때문에 청원경찰을 줄일 계획이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제일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보안 시스템이 더 잘돼 있는 것일까.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그렇지도 않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제일은행과 비교해서 CCTV 등 보안장치가 절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제일은행에 비해) 보안장치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은행만 청원경찰 인력을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용절감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고객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제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청원경찰을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A(32)씨는 “은행에 청원경찰이 없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다”면서 “날로 위험해지는 세상인데”라고 제일은행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의아해 했다.
주부 B(40)씨도 “고객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은행은 돈이 오고가는 곳인데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C(68)씨는 “은행을 이용하는 데 있어 청원경찰은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된다”며 “기계(ATM) 사용 시 누굴 믿고 부탁하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