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흉기’ 경찰 비리<퍼레이드>

2009.03.31 09:36:47 호수 0호

헉! 금품수수·음주운전에 살인까지

일선 경찰들의 비리와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 안마시술소 유착비리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 반복해 드러나는 경찰비리 퍼레이드는 민생치안까지 위협할 정도다. 성매매업소에서 금품을 받은 경찰이 서울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고 오락실에 들어가 강도짓을 한 경찰까지 나타났다. 유사 석유제품을 유통해 부당이득을 챙기는가 하면 만취상태로 주차를 하다 다른 차를 파손시킨 경찰도 적발됐다. 급기야 택시기사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까지 등장해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연이어 사건이 벌어지자 기강해이를 잡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신임 경찰청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연달아 경찰비리 터져
단속무마 대가로 돈 받고 시민폭행, 강도짓까지 민생위협 



일부 경찰들의 본분을 망각한 범죄행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는 어느 순간부터 ‘흉기’로 돌변해 국민들의 치안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경찰비리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금품수수’다. 지난 2월 강남 안마시술소에서 주기적으로 돈을 받은 경찰이 덜미를 잡힌 이후 강북에서도 성매매 업주에게 단속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은 경찰이 붙잡혔다.

“단속 뜨면 알려 줄게”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김학석 부장검사)는 성매매 업주에게 단속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 은평경찰서 소속 A(44)경사를 구속기소, B(52)경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 2004년 12월경 서울 은평구의 C(42·구속)씨가 운영하는 안마시술소의 단속 정보를 흘려주는 대가로 C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경사도 2004년 7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980만원을 받고 C씨에게 단속 정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성매매업소를 단속해 달라는 시민들의 신고를 20여 차례 접수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은평경찰서 소속 D(47)경사 등 3명도 C씨로부터 100만~200만원을 받고 단속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액수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에 비위 사실만 통보했다. 경찰은 구속된 A경사를 직위해제했으며 B경사 등에 대해서도 징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단속무마를 빌미로 금품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소에 들어가 강도짓을 벌인 경찰까지 등장했다. 근무 중 정복까지 차려 입은 채 어처구니없는 행각을 벌인 장본인은 인천삼산경찰서 소속 김모(40) 경사다.
 

김 경사는 지난달 17일 새벽 1시경 간식을 사러간다며 밖으로 나간 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인천 남동구의 한 성인오락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김 경사는 단속을 나왔다고 속인 뒤 환전상을 붙잡아 수갑을 채운 뒤 현금 260만원이 들어있던 손가방을 빼앗았다.

조사결과 김 경사는 최근까지 이 오락실에서 90여만원을 잃은 것 때문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산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사를 파면했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삼산경찰서장 등 4명을 직위해제했다.

그런가하면 유사 석유제품을 유통시켜 부당이득을 챙긴 경찰까지 덜미를 잡혔다. 울산지검 형사1부(부장 강길주)는 지난달 23일 포항북부경찰서 소속 최모(40) 경사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유사 석유제품을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김모(59), 정모(49)씨 등 업자 2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 경찰관 2명은 지난해 6월 경북지역 유사 석유제품 단속을 통해 모 업체로부터 압수한 휘발유 12만여ℓ(시가 8000만원 상당)를 김씨 등 업자 2명에게 넘겨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뒤 판매대금 중 25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은 유사 석유제품 공급책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업자가 판매한 제품이 경찰 압수품인 것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경찰 간부가 만취상태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어이없는 사건도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 최모(54) 경위는 지난달 22일 새벽 2시50분쯤 인천 남구 용현동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만취 상태에서 주차를 하려다 차량 6대를 파손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최 경위는 이를 목격한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붙잡힌 최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기사가 집까지 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는 경찰이 시민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21일 새벽 안양의 한 음식점 앞이다.
이날 서울 구로경찰서 이모(45) 경위는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택시기사 양모(47)씨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폭행을 행사했다. 이후 양씨가 갑자기 사망에 이르게 된 것. 시신 부검결과 직접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졌으나 경찰이 시민을 폭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손가락질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시각이다.

“기강해이 바로 잡아라”


이 사건이 벌어진 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이 경위를 직위해제 및 파면 징계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청장은 전체 경찰 직원 가족들에게 지난달 21일 발송한 편지를 통해 “이 경위를 직위해제하고 파면 조치할 예정”이라며 “이 경위의 경우 폭행치사로 합의하려면 큰 비용이 들고 생계가 막막해지는, 이름 그대로 가정파탄이 될 것이 뻔한 일이다. 청장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한편 이처럼 연이어 벌어지는 경찰들의 행각에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의 잇단 비리는 하부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부정비리를 없애고 법 질서와 윤리가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경찰은 봉사직이라는 점을 사전에 충분하게 교육하는 동시에 인성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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