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살인마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살인마들은 주로 여성을 노린 남성 살인범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여성 살인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녀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어머니들이 연이어 등장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여성 살인마는 남성 살인마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성적욕망이나 살인이 주는 쾌락 등으로 살인을 저지른 남자 범인들과 달리 생활고나 우울증 등으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난 18일, 잔혹한 가족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6살짜리 쌍둥이 남매가 생모의 손에 죽음을 당한 것. 사건이 벌어진 곳은 충남 서산이다. 지난 18일 오후 3시 10분경 충남 서산시 죽성동 이모(41)씨의 집 안방에서 이씨의 아내(33)가 목매 숨져 있는 것을 큰딸(9)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방에는 그의 이란성 쌍둥이 아들과 딸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큰딸은 “학교에 갔다 집에 오니 동생들이 이불 위에 나란히 누운 채 숨져 있었고 엄마는 목매 숨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살기 힘들어서…”
이들이 숨진 방안에는 A4용지 1장짜리 유서도 발견됐다. 아이들을 죽인 엄마가 쓴 이 유서에는 “미안하다. 힘들어서 먼저 간다”는 내용과 아들, 딸의 이름과 죽은 시간까지 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고 남매의 시신에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씨의 아내가 남매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아내가 며칠 전부터 의욕이 없고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하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여 정신과에 가보라는 말을 했다”는 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최근 벌어졌던 ‘의정부 초등학생 남매 살인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벌어져 더 큰 충격을 줬다. 우울증과 생활고를 비관하던 34세의 이모(여)씨가 자신의 두 자녀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약한 뒤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이 그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쯤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자신의 다세대 주택에서 초등학생 아들(11)과 딸(9)에게 “감기약을 주겠다”며 주사기로 수면유도제를 투약한 뒤 잠이 든 두 아이를 끈으로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치정·가정 불화 등 주원인, 성적 동기 없는 살인 다수
도구 등 이용해 목 졸라 살해하는 방식 주류 이뤄
그녀는 범행 후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안방과 거실 등에 있던 서랍장과 옷장 등을 흩트려 놓은 뒤 평소와 다름없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을 만나 오후 9시10분쯤 집에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사는 게 힘들어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집을 뛰쳐나왔다”며 “수면유도제는 평소 두통과 우울증을 앓아왔고 불면증이 심해 제가 써 볼 생각으로 직장에서 몰래 빼온 것일 뿐 애초부터 자녀를 살해하는 데 사용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한 모정이 만든 끔찍한 세태는 불황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이처럼 여성 살인자들은 남성 살인자들과는 달리 가족 등 아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에서도 밝힌 내용이다.
연구진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성 살인범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41.5%가 배우자로 나타났고 동거인이 9.4%, 애인이 6.4%로 나타난 것. 이에 반해 남성 살인범들이 살해한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여성 살인범 살인이 가정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가정 내에서 오는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없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들을 살해한 경우가 많아 살인사건 당시 폭력이나 논쟁이 있었던 경우도 많았다. 논쟁의 이유를 살펴보면 30.3%가 애정문제로, 18.2%가 가정 내 불화로, 15.2%가 모욕, 비하, 학대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범죄자의 경우 37%가 살해피해자와 갈등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분관계가 없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에게 성(性)적으로 가해를 입힌 정도도 남성 살인범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성 살인범의 경우 9.5%가 성적동기가 있었고 5.6%가 피해자와 성기성교를 한 반면 여성 살인범의 경우 2%만이 성적인 신체부위에 상해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성 살인범의 일반적 특징은 30대 이상의 기혼여성 비율이 높았고 저학력자인 경우가 많았다. 30% 정도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졌던 것. 또 취업을 하지 않은 상태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고 취업자인 경우 판매서비스직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수준 역시 ‘하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장기에 일탈행위 경험도 남성 살인범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범행 전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은 남성범죄자보다 월등히 높았다. 남성의 경우 2.1%만이 우울증을 겪었다면 여성은 12.5%가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난 것.
우울증 앓은 경우 많아
살해방식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 살인범은 도구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는 반면 남성은 자신의 손을 이용해 직접 목을 졸라 살해하는 사례가 많았다.
살해 후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도 남성과 차이를 보였다. 여성 살인범의 경우 담요 등으로 사체의 일부 또는 전신을 덮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비해 남성은 사체를 불에 태워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 자녀 등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입는 상처와 피해가 남성 살인범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범인이 수감됐을 경우 자녀양육에 따르는 금전적 지원 등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