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원정성매매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성전환자와 동성애자들이 성매매 길에 나섰다 적발됐다. 일본 남성들을 상대로 성(性)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들이다. 이들을 모집해 일본 남성들과 성매매를 하도록 해준 이는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로 성매매를 알선한 남성 중 일부와 강제로 성관계를 갖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벌어 성전환수술비를 마련하겠다는 남성들의 꿈은 다달이 뜯기는 보호비 앞에서 무너졌다. 성적 소수자들까지도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는 일본 원정성매매의 현주소를 짚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고 계획 중이던 A씨는 인터넷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솔깃한 글을 봤다. ‘트랜스(성전환 수술)에 관심 있는 분’으로 시작한 이 글은 일본에서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면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 글이었다.
한 달에 60~70만 엔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한 A씨. 밤새 유흥업소를 전전해도 큰돈을 만지지 못하는 국내 생활로는 수술비를 벌 날이 까마득했던 그는 글과 함께 올라 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일본 원정성매매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결국 일본행을 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생활은 광고 글과는 달랐다. 일본 남성에게 비교적 고액의 화대를 받으며 성매매를 해도 그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다. 화대의 대부분을 알선료와 보호비 명목으로 뜯긴 것.
A씨처럼 일본으로 건너가 성매매를 한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는 35명. 이들은 모두 박모(41)씨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올린 광고 글을 보고 일본으로 건너가 성매매를 했다.
“수술비 벌게 해줄게”
성매매를 떠난 이들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인 박씨는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일본 원정성매매로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을 모집했다. A씨처럼 성전환 수술에 관심이 있거나 트랜스젠더로써 국내에서 돈벌이를 하기 어려웠던 이들은 이에 혹했고 박씨를 따라 일본으로 갔다.
박씨는 돈을 받고 이들을 일본의 폭력조직 야쿠자가 관리하는 성매매업소에 넘겼다. 한사람 당 1500만원씩 5억여 원의 소개비를 챙긴 박씨는 에이즈가 걸렸다는 사실을 속인 채 이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러스 감염자란 이유로 보건소의 특별 관리 대상이었지만 그의 사기행각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박씨가 뜯은 것은 소개비뿐만이 아니었다. 야쿠자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줘야 한다며 매달 8만 엔(120만원 상당)의 돈을 성매매 남성들로부터 거둬들인 것.
이 때문에 성매매 남성들은 일본 요코하마시의 성매매 거리에서 성매매 1회당 23~31만원의 화대를 받았지만 정작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다.
동성애자·트랜스젠더 모집 일본 성매매 알선한 에이즈환자
야쿠자에 보호비 명목 등 화대 뜯겨 실제로 번 돈 거의 없어
이 같은 박씨의 행각은 3년여 만에 꼬리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지난 9일 국내에서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남성들을 모집해 일본 원정성매매를 알선한 박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수금책 임모(45)씨를 비롯한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의 소개를 받아 원정성매매에 나선 30여 명 중 성전환자 이모(27)씨 등 14명을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박씨 등이 야쿠자와 사전에 공모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일본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처럼 성적소수자들의 일본 원정성매매가 충격을 줬지만 사실 일본으로 원정성매매를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여대생과 유흥업소 여직원, 심지어 남성들까지도 일본으로 건너가 성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중 여대생들은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 방학을 이용해 원정성매매를 떠난다. 이들은 주로 브로커들이 인터넷에 올린 구인광고를 통해 해외로 성매매를 떠나게 되는데 이런 여대생이 늘어나자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웃지 못할 지침이 나돌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하는 여성들은 너무 야하거나 화려한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것. 너무 튀는 옷차림을 하면 성매매를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여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속 피해 일본으로?
남성들의 원정성매매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본의 유흥음식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호스트’들. 한류열풍 등으로 한국남성에 대한 선호도가 일본 내에서 높아지면서 이들을 찾는 일본인 역시 증가한 것이 이 현상을 부추겼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호스트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12월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도쿄 가부키쵸의 한 호스트클럽에서 한국인 호스트 22명이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호스트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단속을 피하려고 25m 높이의 건물 8층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뛰어내렸다가 1시간 후 전신타박으로 목숨을 잃은 것. 당시 업소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 등 34명은 풍기문란법과 불법체류에 관한 법 위반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경시청에 적발된 한국인 호스트바는 5건. 지난해 9월에는 우에노와 아카사카의 유흥음식점에서 50명의 한국인 남성이 붙잡힌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단속의 눈을 피하고 엔고현상을 활용하려는 이들로 인해 일본 원정성매매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광고 글과는 달리 실제로 원정성매매로 벌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