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현대차 ‘불황 타파’ 비책

2009.03.10 11:21:49 호수 0호

경제위기 파고 ‘소형차 판매 강화’로 넘는다!

세계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소득 감소, 고용불안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랭했고 개인신용 악화 및 할부금융회사의 자금 경색으로 인한 신용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소위 빅3로 불리는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업체들도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그렇지만 유독 현대·기아자동차만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인도 내 판매실적도 급성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현대·기아차만이 유독 잘 나가는 이유를 짚어봤다.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불황속에서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유독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 1월 판매대수는 2만451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3% 증가했다. 반면 GM과 포드는 각각 49%, 40% 급감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도 32%, 25% 감소했다.



미국 전체 판매량이 68만9444대로 전년 동기보다 41.3% 급감한 2월에도 현대·기아차의 ‘나홀로’ 질주는 계속됐다. 현대차는 2월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3만621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준 수치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24.9% 늘었다.
기아차는 특히 같은 기간 미국에서 2만2073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0.4% 성장, 주요 차 메이커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베르나(수출명 액센트)가 4334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엘란트라(아반떼)가 8899대로 31.8% 늘어나는 등 소형차가 인기를 끌었다. 제네시스는 1197대 판매됐다. 기아차는 세도나(카니발)가 6211대나 팔렸다.
이에 반해 GM은 53.1% 급감했고 포드도 49.5% 떨어졌다. 혼다, 닛산 등 일본브랜드들도 줄줄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이에 따라 전년 동월보다 1.8%포인트 뛰어올라 4.4%로 높아졌다. 기아차 점유율 3.2%와 합치면 7.6%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 1월 총 판매대수가 1년 전보다 13%가 감소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현대차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1월 판매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1월 현대차 중국법인과 기아차 중국법인의 판매실적은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35%와 15%가 성장했다. 2월에도 베이징현대의 중국내 자동차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2.3%나 급성장했다. 2월 자동차 판매량은 3만2008대로 시장점유율 7.1%를 기록했다.
베이징현대는 1600CC 이하의 준중형급 이하 모델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엘란트라(구 아반떼)와 신형 엘란트라 위에둥(悅動), 액센트(베르나) 등을 보유해 경쟁업체들에 비해 매출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시장 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7.4% 증가한 2만1515대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차량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유독 현대·기아차만이 불황속에서 ‘잘 나가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그 비책 찾기에 열심인 형국이다.  

현대·기아차가 잘나가는 첫 번째 이유는 미 빅3자동차가 대형차와 트럭 생산에 집중된 체제라는 것이다. 미국시장이 대형차 위주의 판매이다 보니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씀씀이가 줄자 직격탄을 맞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 빅3 자동차에 돌아갔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나 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주로 중·소형차 위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불황 속 인기차종인 소형차 생산 및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미국 판매비중이 20%인 현대차의 미국 내 소형차 비중은 47% 정도다. 미국 판매비중이 35%인 도요타가 소형차 부분에 있어 36%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 중 소형차인 베르나(미국명 엑센트)와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는 각각 30.0%, 31.8%나 증가했다. 중대형차인 쏘나타(-44.4%)와 그랜저(미국명 아제라ㆍ-80.4%), 스포츠유틸리티(SUV)인 투싼(-38.6%), 싼타페(-13.0%)는 큰 폭으로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에서 아반떼 등 소형차를 많이 생산하는데다 중국 정부의 소형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판매량이 급속히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자동차시장 부양을 위해 1.6ℓ 이하 차량에 대해 올 연말까지 구입세를 10%에서 5%로 깎아주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빅3 자동차의 위기를 틈타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소형차 개발을 통해 소형차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사실 지난해 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소형차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촉발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소형차를 통해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 회장은 “환경친화적인 차량개발을 통해 미래시장을 선도하고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소형차 개발을 한층 더 강화해 가야 한다”며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신흥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20~30대 지향의 소형차는 활동성이 강한 젊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해외디자인 센터에서는 현지 실정에 맞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을 당부했다.
소형차의 품질이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도 판매 호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자동차 내구품질조사에서 전년대비 7단계 상승하며 일반브랜드 중 6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모델별 평가에서는 베르나가 한국차로는 최초로 소형차 부문에서 도요타 사이언 Xa를 제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i시리즈가 중남미에서 극찬을 받았다.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i10과 국내에서 해치백 열풍을 몰고 왔던 i30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2008 올해의 차’와 ‘2008 올해의 최고 안전한 차’로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美 빅3, 대형차·트럭 집중된 생산체제가 몰락의 원인
현대·기아차 불황 속 소형차 생산·판매 비중 높아
 엔화에 비해 상대적 약세인 원화 가치… 경쟁력 높이는 데 한몫
해외 현지 언론 찬사·공격적 마케팅으로 인지도·신뢰도 상승


지난해 말 출시된 i20을 포함해 유럽전략형 모델로 개발된 i시리즈가 인도와 유럽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까지도 인기를 끌며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침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일본 엔화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 가치도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엔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결국 엔화 강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도요타와 혼다의 판매는 감소했다.   
네 번째 이유를 뽑자면 인지도와 신뢰도 상승을 들 수 있다. 현대차는 올 1월 제네시스가 아시아 대형차 중 처음으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아반떼가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소형 세단 부문 ‘최고의 차’로 2년 연속 뽑혔다.
기아차는 프랑스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에서 발표한 차량 품질 및 신뢰도 평가에서 1차 우수모델로 선정된 동급 19개 모델 중 최고 점수를 획득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기아차 씨드는 국내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C세그먼트 평가에서 혼다 씨빅(2위), 볼보 C30(3위), 아우디 A3(6위), 도요타 오리스(7위), 폭스바겐 골프왜건(13위) 등 경쟁차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현대차의 베르나(수출명 액센트)가 시장조사업체 JD 파워 어소시에이츠에서 발표한 ‘2008 자동차 내구품질조사’(VDS) 소형차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달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NDTV CAR & BIKE India의 ‘인도 자동차 및 오토바이 시상식’에서 ‘2009 올해의 자동차 메이커’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7일엔 UTVi AUTOCAR India 시상식에서 ‘올해의 자동차 메이커 상’을 받은 바 있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핵심 기술력으로 볼 수 있는 엔진 부문에서도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초 현대·기아차 타우엔진(4.6리터, 가솔린)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2009 10대 최고엔진’에 선정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수상들이 현대·기아차의 기업과 제품 이미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공격적 판촉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올초 차를 산 뒤 1년 뒤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어 2월20일부터는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최대 3개월 동안 보험사가 할부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지난달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과 아카데미상 시상식 등 대형 이벤트에 광고를 집중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기아차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폰서 광고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공격적 마케팅은 적중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월 미국의 신차 판매량이 37%가량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올린 것에 대해 ‘현대 어슈어런스’가 기여한바 크다고 보도했다.
최근 불황 속 ‘나홀로 질주’에 대해 현대차 한 관계자는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신흥시장까지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선전을 했기 때문”이라며 “수출 여건은 어렵지만 최근 급변하고 있는 시장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고객 선호도가 더욱 높아진 소형차의 공급을 늘리고 혁신적인 판매방식을 도입해 수출을 최대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와 해외 판매를 포괄하는 글로벌영업본부를 신설, 판매조직을 5개 사업부로 개편해 주요시장별 책임판매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철저한 현지밀착형 판매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침으로써 글로벌 판매 역량 강화에 더욱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취임 10년
세계에 우뚝 ‘경영능력 빛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9년 3월10일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 회장은 지난 10일로 취임한 지 만 10년이 됐다. 취임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2009년 현재 그의 바람처럼 현대·기아차는 세계 속에 우뚝 섰으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취임할 당시 현대차 매출은 8조6980억원.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기아차의 한 해 매출은 30조원이 훨씬 넘는다. 순이익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98년 당시 현대차는 332억여원 적자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7년에는 순이익이 2007년 1조6824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기아차 또한 지난 1999년 7조390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 2007년에는 15조948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 규모도 18만대에서 200만대로 늘었다. 기아차까지 합치면 해외생산 능력은 303만대에 달한다.
이처럼 눈부신 현대·기아차의 성장으로 인해 지난달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6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세계적인 자동차 잡지인 <모터트렌드>는 정몽구 회장을 ‘2009년 파워리스트(2009년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 있는 인물)’6위에 선정했다. <모터트렌드>는 1949년 발간된 미국 최고 부수와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전문지로 매년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모터트렌드>는 실무를 직접 챙기는 정 회장이 판매대수 기준으로 혼다를 제치고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올려놓았다고 호평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렉서스와 경쟁하기 위해 개발된 제네시스의 타우엔진과 머스탱과 경쟁할 V6 엔진의 제네시스 쿠페 등을 선보였으며 기아차의 쏘울도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현재의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보기 드문 ‘광명(Bright Spot)’이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현대차 제네바 모터쇼서 ‘익소닉’ 최초 공개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현대자동차가 ‘2009 제네바 모터쇼’에 크로스오버 콘셉트카와 유럽형 신규 모델들을 대거 선보이며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대차는 지난 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2009 제네바모터쇼’에서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익소닉’과 유럽 전략형 소형차인 ‘i20 3도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가동을 중지하는 ISG 시스템을 적용한 친환경차 ‘i30 blue’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유럽전략형 모델을 기반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익소닉’은 유럽풍의 도시감각을 반영한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고출력 177마력의 1.6리터 GDi 터보차져 엔진이 적용됐다. 또한 6단 변속기와 ISG 시스템을 적용해 강력한 성능과 친환경성을 고루 갖췄다.
‘i20 3도어’는 기존의 ‘i20’의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스포티함을 더욱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i20 5도어’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 고객층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친환경 신기술인 ISG 시스템을 적용한 ‘i30 blue’에 현대차 친환경 브랜드인 ‘블루드라이브’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 1078㎡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i10, i30, i30cw 등 i시리즈와 그랜저, 싼타페 등 총 20대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양웅철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차는 최근 체코에 첫 번째 유럽 공장을 완공함으로써 유럽고객을 위한 제품을 유럽인이 디자인하고 유럽인이 만들게 됐다”며 “고객의 만족을 위해 디자인, 제조, 판매,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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