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 노림수 <추적>

2009.03.03 10:06:42 호수 0호

‘세 마리 토끼몰이’얻을 건 많아도 잃을 건 없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이례적으로 사전예고까지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소식에 한국·미국·일본 등 전세계는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려는 의도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북한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지난달 24일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 진행 중”이라며 “현재 이를 위한 준비 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비핵화 의지 시험…전세계 관심 높이고 협상 우위 노린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무너뜨리기, “남한 지원 없어도 된다” 과시


‘은하 2호’ 발사 준비 작업을 시작함으로써 북한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여부가 어떻든 이번 일을 계기로 전세계의 ‘골칫거리’로 급부상한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세계 각국의 여론은 좋지 않다. ‘벼랑 끝 전술’로 치부하고 있어서다. 국제적 관심을 놓고 대내외적으로 실익을 챙기기 위한 행동 중에 하나라는 해석이다.

노림수[1] 미국 대북 전략 수정



현재까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통해 노리고 있는 것에 갖가지 분석들이 뒤따르고 있다. 이중 가장 높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의 관심 유도’. 미국의 관심을 끌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유화책에 대한 소식을 전혀 접하지 못했다.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기간 중에 북한 후계구도·핵 문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데다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광명성 2호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미국 본토 역시 직접적인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즉 미국의 전략인 ‘비핵화 의지’를 시험함과 동시에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얘기다.

노림수[2 ] 대북정책 무너트리기

또 다른 노림수로는 한반도 불안 심리를 가중시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압박하겠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햇볕정책 등을 무시한데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고, 급기야 “무력전쟁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대화가 단절되어 왔다. 또 이명박 정부가 경제문제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만큼 남남 갈등을 초래하겠다는 소지도 다분하다. 따라서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대남 심리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흥남비료공장을 방문, 비료생산을 독려한 데 이어 한국의 지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가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때문에 미사일을 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인공위성을 내세우는 이유가 될 것”이라며 “강성대국이라는 명분으로 인공위성을 쏘겠지만 실제로는 미국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도 “북핵 협상의 ‘우두머리’인 미국과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미사일 위협을 통해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노림수[3] 북한 체제 결속력 강화

이뿐만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한 체제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흔들리고 있는 체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지난 1998년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당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열었고,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셋째 아들 김정운을 정권 전면에 내세우는 등 후계구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 같은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최근 북한의 현실에 절망해 탈북을 감행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카드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카드는 오바마 미 행정부에 대한 핵 협상 전략,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전환 압박과 북한 내 체제 결속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은 미사일 도발 위협을 함으로써 남북 긴장 고조, 미북 관계의 주도권 전쟁, 북한내 체제 결속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와 같이 강경한 태도를 내비칠 뿐 아니라 미국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당분간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인 미사일 발사를 실행에 옮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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