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병기 공천 헌금, 왜 ‘MBC’에 제보됐나

2026.01.08 08:54:32 호수 0호

제보 방향이 신뢰 만드는 정치의 역설

정치에서 의혹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는가다. 사람들은 흔히 사실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누가 말했는지, 어디에 말했는지, 왜 그곳이었는지를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늠한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폭로라도 제보의 방향에 따라 국민의 신뢰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관련 공천 헌금 의혹 수사는 이 같은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금품수수 탄원서가 당 대표실을 거쳐 윤리감찰단에 접수됐고, 이후 김 의원 측이 이를 인지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안은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봉합됐고, 정치적 파문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6년 같은 사안의 연장선에 있는 공천 헌금 의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폭발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위기로 비화됐다. 내용이 더 자극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 제보했는가’였다.

2020년 당시 탄원서는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즉 윤리감찰단으로 향했다. 이는 제보자가 최소한 정파적 공격보다는 내부 시정 가능성을 기대했음을 시사한다. 반대 진영에 제보하면 정치 공세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사실 여부가 희석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점은 2026년 사태에서도 반복된다. 이번 공천 헌금 의혹은 보수 성향 매체가 아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MBC>를 통해 집중 조명됐다. 만약 같은 내용이 <TV조선> 같은 보수 매체에서 처음 보도됐다면, 상당수 국민은 정치적 의도를 먼저 의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제보는 여전히 적군에게 넘기는 폭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제보가 반대 진영을 향할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집단이나 언론에 제보할 경우, 사람들은 사실 여부보다 동기부터 의심한다. “저쪽을 죽이기 위한 공격 아니냐”는 질문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그 순간 제보는 정보가 아니라 무기가 된다.

반면 이번 사안처럼 아군으로 인식되는 언론이나 조직에 제보가 이뤄질 경우, 그 효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반대태도 출처 효과(counter-attitudinal source effect)’라고도 부른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 집단과 동일한 진영에 불리한 정보를 제공할 때, 그 정보는 오히려 더 신뢰받는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할 유인이 적고, 내부 비판은 외부 공격보다 더 큰 개인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조직사회학에서는 이 현상을 ‘내부 고발(whistleblowing)’의 한 유형으로 본다. 특히 ‘인그룹 내부 고발(in-group whistleblowing)’은 조직의 도덕성과 자정 능력을 시험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내부에서 터져 나온 문제 제기는 외부의 공격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갖는다. 조직 스스로의 정당성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서 <MBC>의 보도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진보 성향 언론이 여권 인사의 의혹을 다룰 때는 덮거나 더 철저히 파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자를 택할 경우 ‘정치적 하청 언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후자를 택해야만 언론으로서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이번 보도가 상대적으로 상세하고 집요하게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의 의도가 아니라 구조다. 언론 역시 자신을 향한 감시의 눈을 의식한다. 진보 언론이 여권 비리를 외면하면, 그 순간 언론의 도덕적 자산은 급격히 소진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언론의 결단이라기보다 시스템의 작동이다.

이 같은 제보 구조의 장점은 분명하다. 정치적 음모론을 최소화하고, 사안의 실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국민은 ‘저쪽이 공격해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우리 쪽에서 나온 문제’로 인식하며, 사실 여부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권력 내부의 자정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내부 제보는 종종 조직 전체를 마비시킨다. 방어 논리가 작동하지 않고, 내부 신뢰가 급속히 붕괴된다. 사실 여부가 완전히 규명되기 전에도 정치적 책임이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안에서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공화당 내부 인사들의 증언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키웠고, 일본 정치권에서도 여당 내부 고발이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가 반복돼 왔다. 공통점은 하나다. 적이 아니라 우리 편의 말이었기에, 국민은 더 쉽게 믿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공천 헌금 의혹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무엇이 진실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제보를 더 신뢰하는가다. 그리고 그 신뢰는 의외로 내용이 아니라 방향에서 만들어진다.

정치는 늘 의혹을 안고 움직인다. 문제는 의혹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정치 싸움으로 소모되느냐,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느냐다. 아군을 향한 제보는 불편해 보이지만, 민주주의에서는 가장 건강한 자기 정화다. 이번 사태를 개인의 잘잘못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