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킹 조직·캄보디아 경찰 자금 수사 우려, 왜?

2025.11.10 13:17:46 호수 1557호

어설픈 안보수사 “추적 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이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빗썸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캄보디아 범죄조직 자금세탁 창구로 거론된 후이원과의 연관성이 골자다. 후이원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한 금액만 약 200억원이다. 이 금액 중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게 정보기관의 판단이다. 경찰 안보수사과가 움직인 이유다.



“경찰이 수사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노하우가 아직 덜 뱄을 텐데.” 한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경찰 안보수사과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생긴 부서다. 출범한 지 3년이 돼가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수사 실적이 말해준다.

난이도 최상

경찰이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압수수색하면서 빗썸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캄보디아 가상자산거래소 후이원그룹과의 거래 금액이 국내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경찰과 금융당국,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업비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205명의 신원 정보를 확보했다. 2023~2024년 후이원그룹과 거래한 업비트 이용자 259명 중 송금액 출처, 추가 신원확인 요구 등에 불응한 고객이다. 후이원그룹은 글로벌 범죄자금 세탁으로 악명이 높다.

앞서 업비트는 후이원그룹과의 거래는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있다며 지난 3월7일 송금을 차단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5월부터 빗썸과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도 거래를 끊었다. 관건은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느냐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3월까지 국내에서 후이원그룹과 182억원가량의 거래가 발생했는데 거래소별 비율은 업비트가 4.6%인 반면 빗썸은 78.9%였다.

빗썸은 2023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3억6000만원을 거래했고 업비트는 2023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후이원그룹과 8억4000만원의 돈을 주고받았다. 빗썸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후이원그룹과 거래한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요구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고가 없는 이상 이용자보호법상 공개할 수 없으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의심된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관련된 사건이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언급된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업비트 압수수색···빗썸도 수사 대상
후이원→라자루스 자금 흐름 규명이 관건

프린스·후이원그룹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인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후이원그룹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 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에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자금이 후이원→라자루스를 통해 북한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경찰이 성공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작지 않다. 경찰이 안보수사와 관련된 첩보 대부분을 정보기관에 의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에 의지 “첩보 없이 안 돼”
“간첩도 못 잡는데 환수? 어불성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 수사도 사실 정보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정원과 같은 곳의 추적이 없었다면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후 경찰이 관련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해외 정보망 구축은 필연이 됐다. 대공수사를 비롯한 안보 영역 수사에는 나라 밖에서의 정보 수집이 중요한데, 경찰의 정보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경찰은 그간 ‘독자적인 해외망’을 구축해 수사 역량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밝혀 왔으나 실제 수사 실적은 초라하다.

실제 경찰은 각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주재관과 협력관을 파견한다. 이들은 주재민 신변보호 업무 목적으로 허가받은 ‘화이트’ 신분이다. 해외 정보수집 활동을 함부로 할 수 없고 ‘블랙’보다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경찰의 해외 정보 활동은 해당국의 주권 침해로 오해를 살 수 있다.

한 정보사 관계자는 “경찰이 국정원과 정보 공조체계를 갖춰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누가 목숨 걸고 확보한 첩보를 수사기관에 손쉽게 넘기겠냐”며 “공조를 하고 있어도 일부만 넘기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간첩 수사도 어렵지만 북한으로 흘러간 자금세탁 수사 난이도는 최상이다. 이는 정보기관에서도 추적하기 힘들다고 한다.

실력이 문제

정보기관 관계자는 “간첩 수사 노하우 문제를 극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 북한으로 흘러간 코인과 같은 자금을 추적하는 게 더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미 세탁이 끝나 흘러 들어갔거나 환수가 불가능한데 북한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넘어갔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건 사실 수사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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