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비자’ 해외 보니⋯

2025.11.10 13:44:52 호수 1557호

경제냐 안보냐 딜레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활기를 되찾은 곳도 있지만 곳곳에서 나오는 불안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인 범죄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일까? 앞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시행했던 나라들을 살펴봤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논의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관광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본격화됐다. 정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3인 이상 단체·15일 체류·여행사 명단 제출’이라는 조건부 무비자 입국을 지난 9월 말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명암

이는 코로나19 이전 한국 관광의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 관광객 수를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2019년 600만명에 달하던 중국인 방한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감해 2024년 기준 250만명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고, 명동·동대문·제주 등 주요 상권의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광진흥법상 무비자 제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예외 규정으로, 한국은 그동안 일본·대만·홍콩 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해 왔다.

앞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시행한 일부 나라들은 관광 수익 확대 효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는 2023년 12월 중국인과 인도인을 대상으로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시행 후, 말레이시아 관광부는 “중국 관광객 수가 40% 가까이 늘어났다”고 발표하며 환영 분위기를 보였다.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숙박·유통업이 되살아나며 경기 부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싱가포르도 지난해 2월부터 중국과 상호 무비자 협정을 체결해 30일 체류를 허용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8배 이상 급증하며 싱가포르 관광 시장 매출액에서 중국인이 가장 높은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중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싱가포르 내무부는 “무비자 시행 이후 중국인 방문객의 체포율은 오히려 줄었다”고 밝히며, 제도가 치안 악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관광업 회복과 소비 확대, 양국 교류 증진 등의 긍정적 효과를 단기간에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부작용으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나라도 있다. 에콰도르는 2023년 8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지만,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면서 1년 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중국인 관광객 범죄 속출
반감·혐오 분위기 확산

에콰도르 외무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입국한 중국인 약 6만6000명 중 절반 이상이 출국하지 않았으며, 관광이 아닌 불법 이주 경로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해 7월, 에콰도르는 중국과의 무비자 협정을 폐기했다.

태국 역시 2023년 중국인 대상 무비자 제도를 확대했지만, 범죄조직 활동과 사기 사건이 잇따르며 정책 수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태국 상원에서는 “무비자 제도로 인해 일부 중국 범죄조직이 국내에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무비자 입국은 관광 수익 확대라는 단기적 성과를 안겨줄 수 있지만, 관리체계가 미비하면 불법 체류나 범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한국도 과거 무비자 제도를 시행하며 유사한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 제도가 있다. 2002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외국인이 비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해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법체류 문제가 심각해졌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 무사증 입국자의 불법체류율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고, 특히 중국인 체류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제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부터 단체 관광객의 여행사 명단 검증을 강화하고, 체류 기간 초과자에 대한 단속을 확대하는 등 관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무비자 입국으로 제주도 관광객은 늘었지만, 불법체류·불법 취업·범죄 등 부작용을 감당해야 했다.

국내 무비자 제도 시행 이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불안과 반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 명동·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는 ‘중국인 무비자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 무비자 중단하라’는 현수막과 ‘유괴·납치·장기 적출’ 등의 자극적 문구를 내걸고 시위하기도 했다.

명동 일대 중국인 혐오 시위 건수는 2023년 4건에서 올해 56건으로 14배 증가했다. 일부 상점은 아예 “중국인 손님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중국 혐오 분위기 속에서 대만 관광객들은 ‘나는 중국인이 아닙니다(I’m from Taiwan)’ 배지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매출 증가
태국·에콰도르 불법체류 늘어

최근 들어 높아진 중국인 입국에 대한 불안세는 중국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달 새, 중국인 관광객이 연루된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흑차(黑車)’로 불리는 중국식 불법 택시가 등장했다. 이들은 SNS 브로커를 통해 중국인 승객을 모집하고, 공항에서 서울까지 정상 요금의 3~4배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이탈 사례도 늘고 있다. 크루즈선을 타고 인천항에 입국한 중국인 6명 중 현재까지 5명이 검거됐고 1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이들은 관광 중 단체에서 이탈해 전국을 전전하다 평창·순천·음성·경주 등지에서 붙잡혔다.

제주에서는 중국인들이 절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 3명이 14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공항으로 도주하다 체포됐다. 마약 범죄도 심각하다.

제주에서는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차(茶) 봉지에 필로폰 1.2kg(시가 8억4000만원)을 숨겨 들여오다가 적발됐다. 이는 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적발된 중국계 범죄조직도 불안 기세에 한몫했다.

실제로 경찰청이 발표한 외국인 범죄 통계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의 범죄 건수는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짝퉁 상품 유통, 보이스피싱, 보안 관련 해킹 범죄 등 형태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 대상으로 지적된다.


불안 여론은 단순히 혐오나 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는 ‘중국발’ 범죄 이슈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는 중국인 여행객이 대량의 필로폰을 들여오다가 적발됐고, 서울에서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던 짝퉁 명품 유통 조직이 검거됐다. 또 제주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마약 운반책이 잇따라 체포되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인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아지는 불안도와 같이 관광 효과는 점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일대는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류 콘텐츠, K-뷰티, 편의점 체험형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한 편의점은 냉장 떡볶이 매출이 430%, 관광상품이 370% 증가했다. 드러그스토어에서는 등 K-뷰티 브랜드를 대량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수도권만?

하지만 효과는 지역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부산, 전주, 강원 등 지방 관광도시에서는 “단체관광이다 보니 수도권 중심으로 몰리고 있다”며 무비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방 중소도시는 단체관광이 아닌 자유여행 중심의 중국인 유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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