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오너 남다른 ‘형제애’ 2題

2009.02.24 13:44:19 호수 0호

‘지네들끼리…’뭘 해도 욕 먹네

재계에 때 아닌 ‘형제애’가 화제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애경그룹의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채동석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남다른 우애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먹고 살기도 각박한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가에서 벌어진 일이라 시선을 끈다. 일부에선 두 사례 모두 논란에도 불구하고 형제만 챙겼다는 비난도 나온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은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최재원 SK E&S·SK가스 부회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최 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앞으로 SK그룹이 최태원-최재원을 양축으로 하는 ‘형제 체제’로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부회장이 형인 최 회장을 도와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 부회장의 등용은 최 회장의 결정에 따른 조치로 판단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글로벌 경제 위기 돌파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최재원 부회장을 주력 회사의 책임 경영 일선에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대학 물리학 학사, 스탠퍼드대학 재료공학 석사,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출신인 최 부회장은 1999년 SK텔레콤 전무로 입사해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쳐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SK텔레콤 IMT2000 사업추진위원회 상근위원,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2004년 3월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 등에 따른 그룹 오너 일가의 일괄퇴진 방침에 따라 SK텔레콤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잠시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2005년 10월 SK엔론(현 SK E&S)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다시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3월엔 SK E&S의 자회사인 SK가스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일체 그룹 경영엔 참여하지 않다가 지난해 SK그룹 ‘SK 글로벌위원회’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 해외사업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SK글로벌위원회는 SK그룹이 2006년 해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최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태원 동생 재원’SK㈜·SKT 등기이사 “퇴진 의미 퇴색”
‘동석 형 형석’돈독한 우애 과시 “보석에 봐주기 논란”

업계 한 관계자는 “고 최종건-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태원-최재원으로 SK그룹 일가의 형제 경영 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무리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배구조가 안정됐다고 해도 5년 전 분식회계 등의 책임을 지고 오너 일가가 일괄 퇴진한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친형인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돈독한 우애를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채 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통부문 중장기 경영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는 2013년까지 유통부문에서만 3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유통부문 BI를 ‘AK’로 통합하는 한편 수도권에 신규로 3개점을 출점하는 등 향후 4년내 모두 7개점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6년 11월 애경그룹의 삼성플라자 인수 이후 두 번째다. 그룹 수장 격인 채 총괄부회장 대신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애경그룹의 무게중심이 채 총괄부회장에서 채 부회장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교육을 받는 6개월을 빼놓고는 지금까지 형이랑 꼭 같은 방을 썼다”며 “형님이 이번에 이런 일을 겪게 된 게 제가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탓이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안생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채 총괄부회장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드러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을 중심으로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경영’으로 유명하다. 장 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모두 물려준 상태다. 장남 채 총괄부회장은 실질적인 그룹 오너 역할을, 차남 채 부회장은 유통·부동산개발 부문을, 3남인 채승석 사장은 애경개발을, 딸 채은정 전무와 사위 안용찬 부회장이 생활·항공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러나 ‘집안 기둥’인 채 총괄부회장이 지난해 12월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채 총괄부회장이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나 ‘재벌 봐주기’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날 일어난 두 재벌가의 형제애 이야기는 형이 동생을 챙기는가 하면 동생이 형을 챙기는 등 사안이 다르지만 우애의 의미는 같다”며 “이들 형제를 주축으로 두 그룹의 경영권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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