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대표 의원직 상실 위기…친박 “박근혜 향한 칼날”
친이계 ‘국민경선론’ 꿈틀 … 박근혜 대항마 띄우기 전략
최근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결집함과 동시에 친박계 인사들까지 껴안으려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한 행보다. 차기 대권 후보 1순위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잡아야만 더 큰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 정부가 실패할 경우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잠시 ‘휴전모드’를 취할 태세다. 물론 한시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친이-친박 관계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한 치도 양보 없는 극한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묵은 감정도 그렇지만 4월 재보선 공천 문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김노식·양정례 의원 의원직 상실 여부 등으로 친이계 인사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적 계산 하에 협조와 대결 국면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막작전’을 통한 친이계의 ‘박근혜 죽이기’ 프로젝트를 추적해봤다.
범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결집하면서 친박계와도 손을 잡을 모양새다. 이상득 의원이 지난 21일 부산에서 김무성-허태열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과 골프회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묵은 감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친박계 한 인사는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자로 박근혜 전 대표를 추켜세웠다. 단지 이회창 총재가 대선 출마를 하면서 ‘이회창 열풍’을 차단하기 위한 ‘깜짝쇼’로 박 전 대표를 활용한 것”이라며 “그 이후 18대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배제됐다는 점을 볼 때 감정이 좋을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친이·친박 서로 경계 중
신뢰회복 쉽지 않을 듯
이어 그는 “이상득 의원 등과 연대설이 나오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성향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국민들을 섬기는 정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친박계 핵심 브레인들이 이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친박계 결집이 대단한 만큼 향후 친박계 행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박 인사는 “김무성 의원은 여론 등을 통해 강성 이미지로 굳어졌지만 김 의원이 친박계 좌장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에는 무리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친이-친박 인사들이 만나 묵은 감정을 풀더라도 정치적 행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대권 행보의 움직임이 친이계와의 화해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기 때문.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내부 갈등이 언론을 통해 내비쳐지고 있고,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2월 말 대선 경선 때 함께했던 핵심인사들 간에 향후 행보에 대한 난상토론을 할 예정이라는 게 친박계 핵심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렇다면 친이계의 반응은 어떠할까. 친이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강력한 대선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헌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친이계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항마’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박 전 대표를 이길 만한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친이-친박 간의 대결은 차기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들 간의 견제양상은 여권 내 ‘핵뇌관’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일까. 서로간의 화해기류가 형성되더라도 이는 한시적에 불과하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친이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죽이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는, 이른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 보면 친이계가 손잡기를 포기한 것이다. 친박계 측은 청와대 등에서 이미 친박계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선거법 위반’이 첫 번째 이유다.
서 대표는 18대 총선 과정에서 양정례 의원 측과 김노식 의원에게 32억여원의 공천 헌금을 당에 내도록 한 혐의로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서도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실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친박계 일부에서는 ‘박근혜 죽이기’로 단정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역대 정권에서 당 대표에 관련된 비리를 수사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게끔 한 전례가 없다. 서로 간에 화해의 제스처가 취해지고 있다면 물밑교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거취문제 등을 놓고 얼마든지 ‘빅딜’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기관을 장악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화해의 기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층 누그러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검찰 칼날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을 봤을 때 박 전 대표와의 화해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니겠는가.”
여권내 ‘음모론’ 팽배
‘박근혜 죽이기’ 전략 구상
최근 친이계 소장파를 중심으로 은밀히 나도는 ‘국민 경선론’도 그렇다. 친이계 인사들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보다는 직계 인사들을 대거 띄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항할 경우 ‘대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앞서 말한 ‘국민 경선론’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 경선론’은 친이계 인사들끼리 자체 경쟁을 치른 뒤 마지막 경선에서 박 전 대표와 일대일 경선을 치르자는 게 그 골자다. 그 과정에서 단독후보를 선출하면 박 전 대표와 경합할 만하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전략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경선론’은 쉽게 성사되지 않을 분위기다.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됨은 물론 친박계 인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국민 경선론’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고, 속이 다 보이는 전략”이라며 “박 전 대표는 지금과 같은 정치행보를 2010년까지 취하면서 여권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외에도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 등 친이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죽이기’에 힘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4월 재보선 공천에도 ‘박근혜 죽이기’가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의원이 3월 초 국내에 복귀함에 따라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공천 개입설에 휘말릴 수 있다.
게다가 친이-친박 대결이 불가피한 경주 재보선 공천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곳에서는 이상득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재기를 노리는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계 인사인 정수성 예비역 장성이 맞붙을 전망이다. 따라서 친박계 측에서는 정 전 장관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박근혜 죽이기 재연’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경주 재보선 결과에 따라 친이-친박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향후 여권 권력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화합은 한시적
전쟁은 장기전
친박계 한 관계자는 “당에서 4월 재보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 지원 유세를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친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지원 유세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박희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걸고 출마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것은 친이계의 계산이지 친박계의 계산이 아니다”라며 “결국 친이계에서 계속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화해모드를 취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권 내에서는 ‘단일대오’ 형태를 갖추려고 하지만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현실적으로 완전한 화해모드는 힘들다. 또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이-친박 간의 대혈투가 벌어질 수 있어, 현 상황에서 화해모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태양이 하나이듯 권력 또한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