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끝? 트럼프 VS 머스크 갈등 ‘점입가경’

2025.07.02 13:58:11 호수 0호

“남아공 추방” VS “신당 창당”
OBBB 법안 일단 미 상원 통과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때 ‘찰떡궁합’으로 불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점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역점 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하 OBBB)’을 “나라 곳간을 거덜 낼 망상”이라며 정조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는 잃을 게 훨씬 많다”고 미국 추방 가능성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머스크를 남아공으로 추방할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추방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머스크는 전날 부채 한도를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해당 법안을 “돼지 정당의 탐욕”에 비유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아메리카당’)까지 거론한 바 있다. 그러자 트럼프는 곧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머스크 기업들이 받아온 정부 지원금을 도려내면 연방 예산이 줄어든다”고 역공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회사들이 받는 보조금을 도지(DOGE)가 줄여야 한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그는 “일론은 역사상 어떤 인간보다도 많은 보조금을 받았을지 모른다”며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아마도 점포를 접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감세법안을 놓고 머스크와 노골적인 설전을 벌일 당시에도 “예산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연방 정부가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과 맺은 계약의 파기를 시사한 바 있다.

OBBB는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감세법 연장이 핵심인 법안으로, 현재 나온 법안대로면 오는 2034년까지 미국의 재정 적자는 3조3000억달러(한화 약 4500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개인·법인세율 영구 연장 ▲팁·초과근무 소득 비과세 ▲자녀세액공제 2500달러로 확대 ▲주·지방세 공제 한도 4만달러로 확대 등이 담겼다.

머스크가 이 법안에 대해 특히 비난을 쏟는 이유는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풍력·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촉매로 연방 보조금을 활용해 왔다. 현재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자격 요건을 충족한 소비자는 2032년까지 테슬라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지원이 줄어들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고 매출에도 즉각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친환경 생태계 확장에 집중해 왔기에 법안이 가하는 ‘양면적 타격’이 경영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충돌로 테슬라 주가도 1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5% 넘게 급락하며 300달러 선이 위태로워졌고, 시가총액도 1조달러를 뚫고 9686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월가에선 ‘머스크 리스크’가 실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관계가 현재는 파국으로 치닫는 형상이지만, 불과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환상의 짝궁’으로 불릴 만큼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 머스크가 트럼프 재선 캠프의 ‘큰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집계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2억3900만달러(한화 약 3700억원)을 기부했다. 또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돼 연방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130일 만에 특임직을 내려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불협화음이 시작됐다.


머스크의 도발로 먼저 시작된 이 갈등은 한 차례 공개 사과로 봉합되는 듯 했으나, 지난달 말 머스크가 OBBB를 재차 비판하며 다시 급속히 악화됐다.

한편 OBBB는 이날 상원 본회의 표결 결과 찬성 50표, 반대 50표를 기록한 가운데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의 찬성표 행사로 통과하게 됐다.

상원의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심의 과정에서 조문이 몇 차례 수정된 데 따라 또 한번 하원 표결을 거쳐야 한다. 다만 상원 통과가 가장 큰 걸림돌로 간주돼온 만큼 OBBB 통과는 하나의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OBBB가 최종 관문인 하원을 통과하면 트럼프는 정치적 승리를 확인하게 되지만, 머스크와의 결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법안이 좌초되면 머스크는 ‘재정 수호자’로 자리매김하지만, 트럼프 진영의 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월가와 워싱턴 정가는 이 같은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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