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기업 살인’을 아시나요?

  • 이윤호 교수
2024.02.16 11:55:53 호수 1467호

재난과 사고로부터 근로자의 안전 담보를 최우선 가치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이 정치권과 재계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이나 사업장에 대해 일정 기간 유예를 허용했으나, 그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이를 더 연장하자는 주장과 당장 시행돼야 한다는 논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법이 적용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들에게 허용됐던 준비를 위한 유예기간이 끝났으니 이제는 모든 기업체에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국민의힘)과 산업계에서는 준비기간이 짧고 기업 부담을 이유로 한 번 더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 안전은 여야나 정파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대변하듯 세계 각국에선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노력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영국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의 소위 ‘기업 살인(Corporate Killing 또는 Corporate Homicide나 Manslaughter)’이라는 범죄가 아닐까 한다.

기업 살인은 개인의 사망에 기업의 과실이 있는 경우 기업이 비난받고 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계약자나 직원을 포함하는 개인에 대한 어떠한 형사 기소나 민사소송으로 주어질 수 있는 어떠한 보상 이상으로 확대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008년 6월4일부터 ‘기업 과실치사와 기업 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업 과실치사나 기업 살인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무려 6가지나 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동일시 이론(Identification Doctrine)’으로, 개인이 과실치사 범행의 모든 요소를 범하고 개인이 기업 의사를 통제할 정도로 충분히 상급자일 때 기업 과실치사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집합적 지식 이론(Aggregate/Collective Knowledge Doctrine)’으로, 회사 직원들의 모든 행동과 정신적 요소들을 종합해 과실치사의 모든 요소가 있었는지 여부를 찾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응적 기업 과실(Reactive Corporate Fault)’으로, 개인이 과실치사의 위법성, 범죄적 행위를 했을 때 법원이 개인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 및 실시하도록 명령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형사 기소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사용자 책임(Vicarious Liability)’으로, 직원이 자신의 고용 범위 내에서 회사에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범행하는 경우 그의 범죄성이 회사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경영 실패 모형(Management Failure Model)’으로, 개인의 죽음이 그 상황서 조직에게 합리적인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할 정도의 위반 때문에 초래됐을 때 해당된다.

여섯 번재는 ‘기업의 범죄 의사(Corporate mens rea)’로, 기업의 관행이나 실무서 범행의 의사 및 의도가 발견되는 경우라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이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기업 과실치사나 기업 살인의 개념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기업에 대해 과실치사나 살인으로 형사 기소를 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 이상의 증거와 같이 기업의 더 강력한 절차적 보호, 산업안전 등 관련된 보다 강력한 법 집행 기관, 유죄 확정으로 인한 기업에 대한 비난과 낙인, 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법률의 상징적 역할과 같은 매우 가치 있는 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지한다.

반면 법조계와 경제계에서는 그런 범죄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면서 민사 손해배상이 더 적절한 보상이고 손실의 인정이자 억제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활발하고 엄청난 배상이 선고되는 미국 사례를 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일 수도 있다.


또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곧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면서, 이처럼 ’과잉-억제(Over-Deterrence)‘는 다른 사회적으로 이로운 활동으로부터 자원을 전환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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