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공룡’ F&F 오너 회사 실체

2023.12.14 12:55:46 호수 1457호

옥상옥 지배 밑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F&F의 화장품 계열사인 에프앤코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경우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옥상옥’ 구축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F&F그룹은 2021년 5월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F&F에서 패션사업 부문을 떼어 내 신설법인(F&F)을 설립하고, 존속법인(F&F홀딩스)은 지주회사로서 투자 부문을 맡는 게 분할의 골자였다.

오너 회사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이후 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F&F홀딩스→F&F→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로 재편됐다. 분할 전 지분 45.01%를 보유한 F&F 최대주주였던 김창수 회장은 분할 후 F&F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은 67.68%다.

통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움직임이 뒤따르곤 한다. 후계자 입장에서는 증여·상속 등으로 지분을 승계 받아 지주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만 하면 나머지 사업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수월한 구조 덕분이다.

다만 F&F그룹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경영권 승계를 떠올리게 하는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던 상태였다. 1961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는 긴박한 당면 과제가 아닌 듯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다소 바뀐 상황이다. 김 회장이 승계와 연관된 듯 비춰지는 행보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비상장 오너 가족 회사인 ‘에프앤코’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지주사 F&F홀딩스 지분 2.22%(86만 3930주)를 에프앤코에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로써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은 67.68%에서 65.47%로 줄었고, 에프앤코는 F&F홀딩스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현금 약 200억원과 보유 주식을 맞바꿨지만, 이 행위가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을 떨어뜨린 건 아니었다.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에프앤코가 오너 일가 가족회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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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설립된 에프앤코는 ‘바닐라코’ 브랜드를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다. 2008년까지만 해도 F&F 완전 자회사였다가 이듬해 초, 오너 가족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에프앤코 지분 88.96%는 오너 일가 몫이다.

김 회장이 매각한 F&F홀딩스 주식을 에프앤코가 사들이는 수순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김 회장은 F&F홀딩스의 주식 41만500주를 블록딜로 에프앤코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평균 처분 단가는 1주당 1만9480원으로, 약 80억원 규모다.

이로써 그룹 지주사 체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에프앤코는 올해 들어 F&F홀딩스의 지분 3.26%를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은 두 번(4월·7월)에 걸친 주식 매각으로 약 28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보유 지분을 에프앤코로 넘긴 것을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다. 심지어 에프앤코가 보조적인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F&F홀딩스를 에프앤코가 직접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프앤코의 충분한 자금 여력은 옥상옥 지배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을 따져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에프앤코는 전개 중인 코스매틱 브랜드 바닐라코의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907억원을 쌓는 등 재무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수익성도 양호한 수준이다. 에프앤코는 2021년과 지난해에 각각 영업이익 153억원, 117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은 1111억원으로 집계됐다. 


커진 존재감

옥상옥 형태로 지배구조가 개편되려면 그룹의 후계자인 김 상무를 에프앤코 최대주주로 등극시키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이 경우 김 상무는 에프앤코 주식 취득을 위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지만, 부친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직접 흡수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다.

올해 3분기 기준 김 상무는 F&F홀딩스 지분 6.70%를 보유 중이며, 김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57.72%p에 달한다.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주식의 가치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3843억원 규모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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