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골육상쟁 2라운드 관전 포인트

2023.12.14 15:08:16 호수 1457호

다시 붙은 ‘형제의 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단락된 듯 보였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한동안 숨죽였던 형이 동맹군을 끌어들여 동생에게 대항하는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꽤나 매서운 형의 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5일 ‘벤튜라’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 한다고 밝혔다. 벤튜라는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주당 2만원에 지분 20.35~27.32%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물량 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최대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남보다 못한

이번 공개매수 추진은 ‘2차 형제의 난’의 사전 작업쯤으로 비춰진다. 조현범 현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발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3년6개월여 만에 재점화된 양상이다.

앞서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차남인 조 회장에게 넘겼다. 당시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즉각 반발했다.

조 고문 측은 2021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선출시키며 동생인 조 회장에 대항했고,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성년후견이란 고령·장애·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이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돕는 제도다.


경영권 분쟁은 2021년 말이 돼서야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 무렵 조 고문은 그룹 경영에서 한발 물러났고, 조 이사장이 제기했던 한정후견 개시 심판은 기각됐다. 이후 조 회장 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조 회장이 올해 초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되고 조 회장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조 고문 측은 MBK와 함께 주식 공개매수라는 카드를 내세운 모양새다. 벤튜라는 조 고문, 차녀 조희원씨와 공개 매수 등의 내용을 담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 다툼
전혀 다른 곳 보는 동상이몽

조 고문 측은 현재 한국앤컴퍼니 지분 29.54%(조 고문 18.93%, 조희원 10.61%)를 보유 중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벤튜라 측(벤튜라·조현식·조희원)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9.89~56.86%를 확보하게 된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0.81%를 보유한 조 이사장은 벤튜라 측에 합류하지 않았다.

다만 공개매수를 낙관하긴 힘든 분위기다. 현재 시장에 풀린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지분율로 따지면 약 27%에 해당된다. 해당 주식 대부분을 매수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 측이 대응 차원에서 주식 취득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자칫 시장 교란 행위처럼 비춰질 위험이 있는 데다, 42.03%에 달하는 우호 지분율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까닭이다. 조 회장 측은 지분 8%가량만 매입해도 경영권 안정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 재발 소식에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서면서, 일반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사라진 상태다.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전날보다 29.9% 오른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이유로 조 고문 측의 노림수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도덕성 논란을 빚는 조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당장 경영권 싸움에 돌입하기보다는, 내년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기관 투자자 등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는 시각이다.

노림수는?

당초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조 회장의 구속 기한은 지난 9월 말까지였으나, 검찰은 지난 7월 조 회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데다, 결심까지는 최소 1~2년이 걸리는 만큼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조 고문 입장에서는 현 시점에서 눈에 띌 법한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 고문은 올해 말 임기 만료로 고문 역할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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