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전자발찌, 이대로 괜찮은가

  • 이윤호 교수
2022.05.02 11:31:47 호수 1374호

전자발찌는 ‘전자감시(Electronic Monitoring)’를 목적으로 하는 전자적 도구다. 발이나 팔에 채워서 주로 도구가 제공하는 지리정보를 활용해 착용자의 위치 및 상태 등을 감시하고자 도입됐다.



전자발찌는 수많은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4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 판사였던 잭 러브가 만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나오는 위치추적 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Honeywell사의 마이클 고스에게 의뢰해 팔찌 형태로 개발해 사용한 게 시초였다.

국내에서는 2008년 9월부터 성 범죄자를 대상으로 착용이 이뤄졌다. 현재는 미성년자 유괴범, 살인범, 상습강도범 등에게 적용하고 있으며, 범죄예방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분명 효과가 있다.

다만 과신은 금물이다. 지금도 전자발찌 착용자의 범죄 행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건 그나마 나은 축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사람을 살해하고,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보호관찰소의 감시감독인력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대안이라고 해봐야 더 견고한 재질로 제작해 전자발찌를 끊거나 훼손할 수 없게 하거나, 전자발찌에 심장박동이나 호흡·음성을 인식하는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게 전부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은 한계가 명확하다. 전자발찌가 보호관찰대상자를 감시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인 이상, 과신은 금물이다.

일단 훼손의 동기가 강한 착용자라면 끊어지지 않는 전자발찌 재질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맥박이나 호흡은 성적으로 흥분 이외에도, 운동만으로도 빨라질 수 있다.

주거침입절도를 예방하고자 설치했던 비상벨이 빈번한 오작동 및 잘못된 경보로 인해 더 이상 활용되지 않던 것처럼, 전자발찌 또한 그렇지 말란 법이 없다.

전자발찌가 제 기능을 못하는 건 장치의 기능과 ‘기대 목적’의 불일치 때문이다. 전자발찌는 착용자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장치임에도, 사실상 착용자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처럼 쓰이고 있다.

착용자가 허가된 장소나 위치에만 있으면 어떤 범행을 해도 경고음은 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살인을 해도, 성폭행을 해도 위치추적센터에서는 알 수가 없다.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센터에 접수되지만, 착용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에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전자발찌 착용자의 범죄의 절반 이상이 거주지 반경 1km 이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자신의 거주지 부근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셈이다.  

인력 충원도 중요하지만, 경찰과 유관기관의 공조체제가 원활히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착용자의 모든 정보를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면 출동시간은 훨씬 빨라지고, 범죄억제효과도 고양될 것이다.

15만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으로 버거운 일을 보호관찰관 기간을 늘린다고 해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전자발찌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지라도, 그나마 ‘가성비’ 높은 정책이 되려면 전자발찌의 기능과 목적의 일치가 전제돼야 한다. 전자발찌의 원래 기능과 목적에 부합되는 용도로 사용돼야 한다.


‘전자감시 가택구금(House Arrest With Electronic Monitoring)’처럼 말이다. 전자발찌는 눈도 귀도 없다. 당연히 아무것도 보고 들을 수 없어서 착용자의 어떤 행동도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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