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빠지지 않는 언론 보도가 있다면 아마도 범죄 사건일 것이다. 마치 우리가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으로 일상화된 듯하다.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온통 범죄와 범죄자의 소굴인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 결국 범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유형과 생활유형마저 바꾸고, 스스로를 새장 안에 가두게 되어 자신의 삶의 질을 희생하고 만다.
문제는 시민들의 범죄 공포나 두려움의 정도가 실제 우리 사회의 범죄 수준 및 정도와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범죄 현실과 사실보다 더 많고 큰 공포를 가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언론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들은 범죄를 직접 느끼고 인식하기보다는 언론의 범죄 보도에 의존해 범죄를 인식하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범죄 보도,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고 현실감 있도록 반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시민의 범죄 인식을 필요 이상의 공포로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언론의 범죄 보도와 관련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범죄 학습과 그로 인한 모방 범죄의 문제다.
최불암 배우를 반장으로 했던 <수사반장>이 크게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소년 범죄자, 비행 청소년이 수사반장을 시청하고 범행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과 그 언론의 범죄 보도에 너무나도 쉽고 빈번하게 노출된 만큼 범죄 학습과 모방의 개연성은 훨씬 더 높지 않을까 한다.
구독과 시청률 경쟁의 심화는 정통 언론마저 ‘황색 언론(yellow paper)’이 되도록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아동 심리학자는 아동·청소년이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폭력을 많이 볼수록, 언론의 폭력성에 많이 노출될수록,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할수록 스스로 폭력적이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바로 언론의 폭력성에 의한 노출이 범죄를 학습하게 하고, 언론의 범죄 보도로 흥분을 불러일으켜 범행 동기를 자극하게 되고, 결국엔 언론을 통해 자극된 흥분감이라는 동기를 언론을 통해 학습한 범죄를 모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언론의 범죄 보도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사회의 잔혹성과 폭력을 정상적, 일상적인 것으로 보기 시작하고, 언론의 폭력성에 노출될수록 폭력과 잔혹성에 둔감해질 수 있기 때문에 폭력에 가담할 개연성도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범죄 보도가 아니라도 언론의 지나친 소비자주의적 보도는 사람들의 소비에 대한 지나친, 때로는 극단적인 경우엔 잘못된 소비 욕구를 조장해 때로는 소비를 위한 범행을 미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언론의 범죄 보도는 범죄의 원인이 아니라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마약과의 전쟁 중 특히 공급의 차단서 소비의 차단으로 전술과 전략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Say No to Drug’과 같은 소비 차단을 위한 언론의 마약 저항 운동, 아동 유괴나 납치 또는 실종 사건의 해결을 위한 ‘앰버 경고(Amber Alert)’나 언론을 통한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통한 범죄 억제와 예방 노력 등은 언론이 범죄의 원인이 아니라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경찰청 사람들>과 같은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경찰에게는 정보를 제공하는 제보자로서 사건 해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범죄 대책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최선이기에 요즘과 같은 피싱이나 폰지사기와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언론의 정보 전달과 교육 기능은 언론이 범죄의 해결책으로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의 범죄 보도는 어떤 면에서 보면 칼날의 양면과도 같다. 범죄의 원인일 수도, 범죄의 해결책일 수도 있다. 아마도 언론의 범죄 보도는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정확한 진단이지 않을까 한다.
긍정적인 기능, 즉 범죄 해결책으로서의 기능은 극대화하고, 원인으로서의 위험성은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보도와 예방적 교육 기능은 강조하되, 지나치게 빈번한 보도와 학습과 모방을 초래할 상세 수법 등의 보도는 자제하면 어떨까?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