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약조직 두목 O.C.프랭크 친두(42·나이지리아)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8년 만에 국내로 압송됐던 프랭크는 한국여성을 마약운반책으로 이용한 혐의가 낱낱이 밝혀져 처벌을 면치 못했다. 세련된 매너와 부유한 사업가라는 속임수로 한국여성에 접근한 프랭크는 수십 명의 여성을 농락해 세계 각지로 마약을 유통시켰다. 자신이 마약가방을 운반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이 여성들은 낯선 나라에서 마약범으로 체포되는 굴욕을 당했다. 8년간 해외 곳곳을 떠돌며 도망 다니던 프랭크는 결국 덜미를 잡혔고 억울한 한국 여성들의 한이 뒤늦게나마 풀리게 됐다.
한국여성 수십명 유혹 세계 각지 마약가방 배달시켜
8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재판 끝에 무기징역 선고
한국여성들을 농락해 마약배달꾼으로 써먹었던 국제 마약 중개상 프랭크가 결국 중형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9월 국내로 압송돼 수사를 받은 프랭크에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무기징역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프랭크가 한국인들에게 마수를 뻗치기 시작한 것은 2002년경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프랭크는 유럽에서 마약상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후반 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란 것을 이용해 범죄를 용이하게 저지르기 위해서였다.
세련된 외모와 돈으로 유혹
이를 위해 1998년부터 2년 동안 국내 모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서울 이태원동에 유령회사를 차리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 나갔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 줄 마약운반책 발굴도 시작했다. 그가 접근한 것은 주로 젊은 여성들. 한국어와 영어 등 8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다 세련된 매너까지 갖춘 것은 프랭크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는 주로 이태원의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한국여성에게 접근한 뒤 “나는 미국인 사업가”라고 자신을 포장하고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값비싼 정장과 명품액세서리 등으로 치장한 그의 외모는 부유한 사업가란 거짓말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의류 무역사업이 잘 된다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여성들의 환심도 샀다. “영어공부를 시켜주겠다”,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며 수백만원의 금품까지 건네자 젊은 여성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프랭크의 계략에 넘어갔다.
이런 식으로 그에게 넘어온 여성들은 프랭크의 부탁에 따라 의류 샘플로 위장된 마약가방을 전 세계 곳곳에 운반했다. 가방만 운반해 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프랭크의 말만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운반한 마약은 태국과 브라질 등에서 입수한 코카인 40kg과 대마초 수백kg 등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일본 등 각국에 밀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성이 외국인의 말에 속아 아무것도 모른 채 마약가방을 나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프랭크에게 속아 해외로 나간 윤모씨 등 남자 2명과 여자 10명은 현지에서 마약운반 혐의로 붙잡혀 각각 징역 3년 또는 5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타국의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수모를 겪은 것.
이처럼 프랭크와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의한 한국인들의 피해가 드러나자 국정원과 검찰은 2000년부터 프랭크를 추적, 프랭크파 조직원 6명을 구속하고 2명을 추방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작 두목 프랭크는 좀처럼 덜미를 잡히지 않았다. 프랭크는 2002년경 자신에게 향하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거점을 옮겼다.
한국인을 향한 프랭크의 범행행각은 유럽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독일 등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마약 운반책 역할을 맡게 했다. 이에 국정원과 검찰은 외교통상부, 경찰청 등과 함께 합동회의까지 열어 프랭크 검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프랭크는 결국 2003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터폴에 의해 체포됐다. 그러나 그의 신병은 한국이 아닌 덴마크에 넘겨졌다. 2003년 8월 한국 대학생 윤모씨가 프랭크의 지시로 덴마크 공항을 통해 코카인 10kg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어 덴마크 당국이 그를 마약유통 책임자로 지목해 구속했던 것이다.
그는 하지만 2004년 5월 덴마크 감옥에서 탈옥했다. 이는 검찰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검찰은 프랭크의 검거가 국내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대한 수사는 물론 해외에서 수감 중인 한국인들의 감행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어 프랭크 검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이후 중국으로 도피해 선양에서 나이지리아인들에게 한국어 등을 가르치며 다시 한 번 한국인들을 이용한 마약운반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에 의해 2007년 2월 체포되어 현지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정부는 한중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중국 정부에 프랭크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고 2007년 10월 랴오닝성 고급인민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이 같은 과정으로 프랭크는 지난해 9월 중국 선양을 출발하는 대한항공 KE832편을 타고 입국해 8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범행이 발각돼 중국으로 도피한 후에도 범행을 일삼고 탈옥까지 하는 등 사회로 돌아가도 재범을 저지를 위험성이 많다”며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무기징역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프랭크는 자신이 한국 여성들에게 부탁해 운반한 가방의 내용물이 의류 샘플인 줄 알았다며 범행을 부인하지만 한국에서 프랭크의 조직원이 한국 여성들에게 마약을 감출 수 있는 특수한 가방을 건네고 한국 여성들은 굳이 부탁받은 빈 가방을 가지고 출국한 점 등을 살펴보면 내용물이 마약류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죄질 불량해 영구 격리
재판부는 또 “프랭크는 한국이 마약 청정지대로 인정받고 있는 점을 이용해 4년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외국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우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프랭크 일당에 속아 마약을 운반하다 해외에서 옥살이를 한 한국인들은 전원 만기 출소해 입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