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불법 다단계업체

2009.02.03 11:19:35 호수 0호

큰돈 만지게 해준다더니…

실직자들의 다급한 마음을 노린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생, 주부 등을 상대로 한 피라미드식 다단계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신종 다단계 사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수법이 보다 교묘해졌다는 것.  때문에 자신이 다단계의 덫에 걸린 줄도 몰랐다가 천정부지로 늘어난 빚더미 앞에 망연자실한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다단계 사기의 실태를 취재했다.




한때 다단계 사기라고 하면 지하 단칸방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남녀들이 말쑥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몇 해 전만 해도 다단계는 자취하는 순진한 대학생들을 끌어들여 값비싼 물건을 사재기하게 만드는 방식의 사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다단계는 보다 다양한 수법으로 더 많은 사람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4조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피해금액을 만든 BMC 사기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4년 10월 대구에서 문을 연 이 업체는 전형적인 다단계회사로 투자자들을 모아 안마기 등 건강보조기구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산 기구를 모텔이나 찜질방 등에 설치하면 그곳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배당해준다는 솔깃한 광고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기구의 가격은 한 대당 440만원으로 업체 측은 이 기구를 사면 하루 3만5000원씩 배당금을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고 했고 실제로 얼마간은 배당금을 끊이지 않고 입금해줬다. 광고한 대로 돈이 들어오자 투자자들은 안심했고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BMC측은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지점도 늘어났다. 2006년까지는 10개였던 지점이 지난 10월까지는 법인 15개와 지점 50개로 증가한 것. 이들은 각 지역을 돌면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업체를 만들었다. 엘틴, 씨엔, 챌린, 리브, 리버스 등 수많은 이름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러나 업체 측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 건강보조기구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의 돈을 기존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버티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사업을 해 나간 것. 결국 투자자들이 낸 돈을 투자자들끼리 나눠먹는 방식으로 근근이 사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투자자들이 줄어들자 이어지기 어려웠고 업체 측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면 거액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재투자를 요구했다. 이에 현혹된 일부 투자자들은 빚까지 내가며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한 피해자는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과 땅 보상금, 보험대출금 등을 합한 5억여원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 피해자는 배당금은 고사하고 집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찾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그런가하면 금을 캐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허무맹랑한 다단계 사기업자도 등장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뜯은 업체는 K모 업체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금광 채굴 사업을 추진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것이라고 속였다.
이들은 “금광개발사업에 투자할 경우 8주 내에 투자금의 120%를 지급하겠다”며 수천 명의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뜯었다.
업체 측은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채굴된 금 사진과 가나 대사와 부족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업체 창립총회 때는 유명 아나운서와 인기가수를 부르고 수천명의 회원들을 모아 투자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구직자 노린 신종 다단계 사기업체 늘어 피해자 급증
고수익 보장 미끼로 투자금 뜯는 업체 늘어 서민 울려


그러나 K사가 벌어들인 돈은 전체 투자금액의 10%에 불과했다. 이 중 금광 채굴로 벌어들인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나중에 들어 온 투자자들의 돈을 먼저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의 불법 다단계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돌려막기’ 수법으로 실제 배당금을 회원들에게 지급해 신뢰를 얻어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온 것.
이밖에도 주식, 부동산투자 등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모으는 신종 다단계업체와 그에 따른 피해자들도 속출해 불법 다단계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처럼 불법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 취업에 목을 매는 이들에게 다단계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하다. 이들에게 다단계업체들의 휘황찬란한 설명은 뿌리칠 수 없는 제안으로 다가온다.
이런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경을 노린 다단계는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다. 지하철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쪽지 구인광고 가운데에도 불법 피라미드 업체가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휴대폰 가입자를 유치해오는 만큼 수당을 준다고 속이는 통신다단계업체나 취업하려면 먼저 회사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는 피라미드업체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지하철 쪽지광고에 혹해 업체를 찾은 한 20대 남성도 이로 인한 피해를 봤다. 이 남성은 일자리를 구하던 중 지하철에서 우연히 이 업체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고 업체의 설명에 따라 80만원에 달하는 휴대폰을 개통했다. 개통을 하게 되면 수당과 함께 휴대폰 값도 꼬박꼬박 입금된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이 남성은 회사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과 함께 팀을 이룬 사람들이 차츰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자신 역시 비전이 보이지 않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런데 일년이 지난 어느 날, 통신사에서 요금과 휴대폰 값이 체납됐다는 전화가 왔다. 약속한 수당을 받기는커녕 쓰지도 않은 휴대폰 값과 요금까지 고스란히 물어주게 생긴 것. 업체에 연락해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물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이 남성은 휴대폰 값과 요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남성의 경우처럼 ‘취업보장’에 속아 목돈을 날리는 젊은이는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학자금대출을 명목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 비교적 쉬운 대학생들에게 마수의 손을 뻗치는 업자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이처럼 구직자들의 심정을 이용한 다단계가 판을 치자 판매사원 전문포털 ‘샵마넷’은 “채용조건에 비해 너무 높은 급여를 제시하거나 면접 시 또는 입사 후 가입비, 교제비 등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 다단계회사일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 2의 메이도프 다단계사건
아가페월드 CEO 투자금 3억8000달러 사취

메이도프 사기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 사장이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금융 사기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미국 언론은 지난달 27일 미 연방수사국(FBI)과 미 우편조사국 등으로부터 사기혐의로 뉴욕주 소재 본사를 압수수색 당한 투자회사 아가페 월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니컬러스 코스모(37)씨가 당국에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니컬러스 코스모 씨가 투자자들로부터 3억8000만 달러를 사취한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가페 월드는 기업들을 상대로 고금리의 사금융 브리지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72일에 14%의 이자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앞서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이사장인 메이도프는 미 금융가 사상 최대규모인 500억 달러의 피라미드 수법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이다 작년 12월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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