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강간죄란 판결을 받은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흉기까지 들이대며 강제로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국내 처음으로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판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 강하게 억울함을 주장하던 이 남성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편 국내 첫 부부 강간 유죄판결이 남편의 자살로 끝을 맺으면서 과연 법원이 신중한 판결을 내렸는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그것을 강간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성관계를 원치 않는, 아내가 아닌 타인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해 강제로 성폭행을 했다면 분명 강간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일반적인 통념은 쉽게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1970년 대법원이 “부부 간에는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래 부부 성폭행이 인정된 판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법원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를 성폭행한 남편에게 유죄를 판결했다. 역사적인 판결의 주인공은 필리핀인 아내(25)를 성폭행한 임모(43)씨. 그러나 임씨는 판결 후 언론사 등에 계속해서 억울함을 주장했고 급기야 지난달 20일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임씨가 2006년 8월 필리핀 아내와 국제결혼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급기야 아내가 가출해 별거생활까지 하던 이들 부부는 가까스로 다시 만나 함께 결혼생활을 해나갔다.
문제의 발단은 2008년 7월이다. 당시 임씨는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아내는 생리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성관계를 거부했다. 이에 화가 난 임씨는 가스총 등으로 아내를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
임씨는 이에 아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부는 국내 최초로 임씨에게 아내 강간죄를 판결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임씨에 대해 특수 강간죄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온, 타국에서 언어까지 통하지 않아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부당한 욕구를 충족하려 정당한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를 무시하고 흉기로 위협한 점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혼인 중인 부녀’가 제외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법이 강간죄로 보호하려는 대상은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며 아내 또한 이런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스총과 과도로 피해자를 위협해 성관계를 가진 죄질로 볼 때 엄벌해야 하지만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점, 피해자 역시 적절한 의사소통 노력을 게을리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40여년 만의 아내강간죄 인정 판결에 예상보다 거센 논란이 일었다. 먼저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쪽에서는 ‘법이 가정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사로잡혀 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판결에 박수를 쳤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혼인관계 내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올바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국내 처음 아내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받은 남성 스스로 목숨 버려
“강제성관계했지만 내가 더 피해자”라 억울함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
반대로 판결에 반대하는 이들은 민법 826조에 규정된 부부의 ‘동거의무’를 들며 결혼과 동시에 성생활을 함께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성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법정에서 부부의 침실 속 문제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반대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이처럼 판결이 알려진 이후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부부강간죄. 동시에 유죄선고를 받은 임씨도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임씨는 재판 직후 성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국제결혼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또 언론사 등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결혼 후 아내가 집안일에 소홀하고 온갖 구실로 돈만 요구했으며 급기야 가출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며 “집에 돌아온 부인은 성관계에 소극적이었고 사건 발생일에는 퇴근 후 옷조차 받아주지 않아 홧김에 부부싸움을 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또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모르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화를 불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임씨는 억울함을 삭이지 못하고 지난달 20일 오전, 전기줄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임씨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임씨는 이날 목을 매 숨진 채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날 오후 2시30분경 조카 장모(23)씨가 부산 남구 우암동 자택에서 숨져있는 임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
장씨는 “자살을 기도한 삼촌이 정신을 차린 뒤 우리를 배웅하면서 손을 흔든 점이 마음에 걸려 할머니 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가보니 삼촌이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씨가 재판결과에 반발해 억울함을 호소한데다 숨진 날 오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점 등에 미뤄 판결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급한 성격을 억누르지 못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임씨가 사망함에 따라 임씨의 항소도 기각될 예정이다.
장애 여동생에 포주노릇 한 ‘무서운 언니’
수 십차례 성매매 시키고 돈 ‘꿀꺽’
장애를 앓고 있는 여동생에게 성매매를 시켜 돈을 챙긴 비정한 언니가 덜미를 잡혔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인터넷 채팅사이트 등을 통해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여동생(19)과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법률 위반)로 이모(2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 채팅사이트와 성인 전화방을 통해 남성들에게 ‘만나자’고 접근한 뒤 만나는 장소에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나가 1회당 8만원씩 받고 수십 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경찰은 또 성 구매를 한 남성 10명도 붙잡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인터넷 대화방 모니터링 과정에서 첩보를 입수해 이씨를 검거했으며, 통화내역 조회로 성 구매 남성들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