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중국 원정 장기이식수술<천태만상>

2009.01.20 09:24:37 호수 0호

“썩은 동아줄인줄 알지만 목숨이 하나라서…”

중국원정 장기이식수술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국행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브로커와 연결되어 중국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장기이식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져 부작용이 생기기 쉬운데다 피해를 입어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는 것.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많은 환자들이 중국행을 택하는 것은 국내의 턱없이 부족한 장기현황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한 원정 장기이식수술의 실태를 알아보자.

중국행 택한 장기이식환자들, 각종 피해 시달려도 속으로 끙끙
불법 수술에 하소연 할 길도 없어…국내 장기기증 활성화 필요

수 년 동안 신장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기증자를 기다리던 A(39)씨. 그러나 좀처럼 마땅한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사이 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더 기다리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씨가 떠올린 것은 중국으로 건너가 장기이식수술을 받아야겠다는 것.



은밀한 불법 원정수술

이에 A씨는 해외장기이식수술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고 장기이식을 주선하는 브로커와 연결되어 지난해 11월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브로커와 병원에 9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중국 난닝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까지 건너가 수술 받은 결과는 참혹했다. 부작용이 생겨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신장 제거 수술까지 받았지만 끝내 이달 초 현지에서 숨진 것.

그러나 A씨의 유족들은 피해보상금을 받기는커녕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인 장기이식수술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음성적으로 수술을 받아 항의할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족들은 중국에서 화장을 한 뒤 국내로 와 장례식을 치렀다.
A씨처럼 중국에서 몰래 장기이식수술을 받고 부작용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받는 이들은 적지 않다. 중국의 의료기술이 우리나라보다 낙후됐고 음성적으로 하는 수술인 탓에 수술을 하기 전 필요한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몰래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이전에 치료를 받았던 한국병원과 환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는 것도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없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수술 전보다 오히려 병이 악화되거나 A씨의 경우처럼 사망에 이르는 환자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엄연히 법으로 금지된 수술이기 때문에 법의 힘을 빌리기엔 떳떳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다.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이식수술을 원하는 환자들도 중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2007년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장기이식에 대해 엄격히 통제하고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사형수들의 장기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이 높아져 국가이미지가 실추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내 장기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 

중국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의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음성적인 방법으로 중국원정을 가는 이들이 점차 늘어난 것.
환자들은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 장기이식을 알선하는 브로커를 찾아 몰래 중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인터넷카페도 수십여 개. 국내에서 마땅한 기증자를 찾지 못한 환자들은 이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고 수술날짜를 잡는다.

이처럼 중국에까지 건너가 수술을 받으려는 이유는 국내 장기기증자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점차 고령화 사회가 되고 각종 질병을 앓는 이들이 늘면서 해마다 장기이식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수는 부족해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 사망을 하는 사람의 수도 늘고 있다. 2003년 703명이던 대기자의 수는 2006년 840명, 2007년 98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불법인데다 부작용을 얻을 수 있는 위험한 수술임을 감안하고서라도 중국행을 택하는 것이다.

합병증에 사망까지

그렇다고 해서 수술비가 저렴한 것도 아니다. 환율이 오르면서 베이징올림픽 이후 수술비가 크게 오른 것.
신장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북경의 병원을 답사했다는 B씨는 “중국에서도 3급 정도의 병원에서도 환율을 이유로 들며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술비를 요구하고 있었다”며 “이마저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2~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중국원정 장기이식수술이 성행하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한이식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원정 수술환자 236명 중 8명이 사망했고 78명이 수술합병증을 앓았다. 또 면역거부가 일어난 환자도 34명에 달해 심각성을 보여줬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이식수술이 부작용을 부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국행을 택하는 환자를 무턱대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국내의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