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태화강 대숲 생태계 논란 왜?

2009.01.20 09:17:18 호수 0호



일반적으로 동물의 사체를 먹으며 몸이 검은색이라 불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까마귀에 대한 인식 바꾸기에 울산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태하천으로 불리는 울산의 태화강 대숲은 국내 최대 타이틀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여름엔 4000여 마리의 백로가, 겨울철엔 최대 5만여 마리의 까마귀 떼가 이 숲의 안방을 차지하면서 극한 대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백로와 까마귀 떼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울산의 태화강 대숲이다. 생태하천으로 불리는 울산의 태화강 대숲에는 4000여 마리의 백로가 날아와 여름을 보낸다. 청렴함과 선비를 상징하는 수천 마리의 백로가 태화강과 갈대밭 사이를 비상하면 그 일대는 큰 장관을 이룬다.



백로 외에도 비둘기 떼와 갈매기 떼들이 무리지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고고한 기품과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며 군계일학의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지난 2000년부터 찾아 들기 시작한 까마귀 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피와 시체 썩는 냄새 때문에 묘지주변에서 자주 목격되면서 죽음과 관련된 새라는 인식이 강한 까마귀는 제주도 설화에서는 죽음의 순서를 뒤바꾼 새로 울음소리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고 삼국시대 이후에는 잦은 전쟁으로 시체에 달려드는 까마귀를 보고 흉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삼족오(三足烏;세 발 달린 까마귀)라고 해서 태양의 정기가 뭉쳐서 생긴 신비한 새로 여긴 적도 있고 삼국시대에는 예언을 하는 새로 인간이 해야 할 바를 인도해주는 성스러운 새로 알려진 바도 있다.

하지만 중구 태화동과 남구 삼호동 등 까마귀 떼가 머무르고 있는 곳의 주민들 걱정은 이마 저만이 아니다. 해가 저물 때 즈음 최대 6만여 마리의 까마귀 떼가 철탑과 주택가 전신주 위에서 빨래와 차량 위로 떨어뜨리는 배설물 때문에 집 밖에 빨래를 내걸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자동차에도 덮개를 씌워둬야 하는 등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행인들은 혹시라도 모르는 ‘배설물 폭탄’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까마귀 떼와 떨어져서 움직여야 한다.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울산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주택 인근의 전신주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만 마리의 까마귀 떼를 보고 까무러칠 수도 있다.


흉조의 상징인 수만 마리 시꺼먼 까마귀 떼가 해가 저무는 붉은 노을 속에 연신 울어 대기 시작하면 기분이 오싹할 정도다. 까마귀 떼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워낙 경계심이 많아 대숲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변을 샅샅이 살피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태화강 대숲에서 잠을 자고 난 새들은 새벽부터 도심주변에 펼쳐져 있는 논과 하천으로 먹잇감을 찾아 나서기 위해 수만 마리의 떼가 대 이동을 하고 오후 6시가 되면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일부 수백 마리의 까마귀 떼가 아예 대숲 인근에서 진을 치고 사람들이 왕래해도 본 듯 만 듯 먹이 찾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들은 해당 지역을 주거지역으로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불편에 따른 울산시 대책은 미미하다는 것이 주민들이 쏟아내는 불만이다.

울산시는 주택가 차량에 떨어진 배설물에 대해 인근 세차장과 연계해 세차를 해 주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지만 통행차량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까마귀 떼의 서식지 토양 산도(ph)가 4.1∼4.4로 강산성으로 나타나면서 토양의 산성화를 촉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등장 할 때면 관계당국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옮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벌써부터 방역대책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화강과 범서 일대에서 분비물을 채취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하기로 하는 등 방역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태화강 까마귀는 최근 수년간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매개체로 의심받아 보건당국의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울산시와 환경단체들은 까마귀 떼가 울산 태화강을 찾는 것에 대해 울산 도심 주변 하천 환경이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덕분에 까마귀 떼는 흉조에서 울산의 호전된 환경을 상징하는 ‘길조’라고 환영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울산시와 시민단체들은 태화강의 명물이 된 까마귀 떼를 관광 상품화하려는 노력도 시도하고 있다.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관계자는“가까운 일본의 경우 떼까마귀 월동지를 보기 위해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국제적인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울산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훌륭한 겨울철새도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큰 자랑거리이며 보물인 셈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최근 태화강에 도래한 떼까마귀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근거 없는 오해로 인해 반가운 겨울진객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단지 검다는 이유와 조류독감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맹목적인 편견은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울산시의 주장처럼 이곳이 까마귀 떼로 유명해지면 겨울철마다 다른 지역 환경단체나 사진작가들의 방문으로 태화강 불고기단지의 상권 회복과 환경 상품화에도 효과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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