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여성 2명 경기 서남부지역서 연달아 실종
2006년 이후 미제 실종사건 총 6건 발생 공포 확산
경기 서남부지역이 또 한 번 공포의 지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경기도 안산과 군포에서 연달아 부녀자 실종사건이 벌어진 것. 경기 서남부 지역은 2006년부터 발생해 지금까지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부녀자 4명의 연쇄실종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이번 부녀자 실종사건도 미제로 남을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조성되고 있다. 몇 해에 걸쳐 부녀자들에게 우범지대 1순위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 서남부지역의 실종사건을 되짚어봤다.
2006년부터 4명의 부녀자들이 사라진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두 명의 여성이 행방불명됐다. 경기경찰청은 군포시에 살고 있던 여대생 A(21)씨가 지난해 12월19일 귀갓길에 군포보건소 주변에서 실종돼 공개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군포보건소에서 5.2㎞ 떨어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에서 이날 오후 3시37분쯤 꺼졌다. 이어 7시28분쯤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농협 현금인출기에서 20대 남성이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7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흉흉한 실종사건
경찰은 CCTV에 찍힌 키 170㎝가량에 더벅머리를 하고 베이지색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용의자를 쫓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9일에는 안산에 사는 주부 김모(48)씨가 사라졌다. 김씨는 이날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에 내려 남편에게 “집에 들어가겠다”고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 같은 연쇄실종사건이 벌어지자 인근지역에서 발생했던 4건의 부녀자 실종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사건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범인은 검거되지 않고 있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사건의 시작은 2006년 12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최근 여대생이 사라진 경기도 군포시.
이날 오전 3시55분경 군포시 금정동 금정역 먹자골목에서 노래방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가 언니와 만난 뒤 실종됐다. 조사결과 배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에서 꺼졌고 지금까지도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실종사건은 이 사건이 일어난 지 1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2006년 12월14일 오전 2시25분경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화서시장에서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가 친구와 통화를 한 뒤 오전 2시52분경 화성시 비봉면에서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확인한 뒤 실종됐다.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 역시 화성시 비봉면에서 꺼졌다. 그리고 박씨는 2007년 5월8일 안산시 사사동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DNA 대조결과 암매장 여성과 박씨가 동일인물로 판명난 것. 그러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범인의 DNA는 확보하지 못했다.
세 번째 실종사건은 2007년 1월3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경 회사원 박모(당시 52세)씨가 화성시 신남동 회사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서 퇴근하다 실종됐다. 박씨가 귀가하지 않자 이튿날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조사결과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곳은 또다시 화성시 비봉면 양노리로 밝혀졌다.
이처럼 세 명의 여성은 모두 비봉면 자안리 일대 반경 2㎞ 이내 지점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태안읍에서 불과 15~20㎞ 떨어진 곳이다.
네 번째 실종사건은 2007년 1월7일 오후 6시경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서 발생했다.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가 성가대 연습을 하기 위해 성당에 간다며 집을 나가 버스정류장에서 목격된 뒤 실종된 것.
연씨의 휴대전화전원은 실종현장 인근에서 꺼졌다. 당시 경찰은 연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L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처럼 잇달아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외부 전문가들까지 투입해 사건의 해결에 총력을 다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휴대전화 통화자 수사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도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해 국민들이 불안감과 실망감을 느끼자 다각도로 수사를 벌인 것.
그러나 여전히 네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다. 사건 현장에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 치밀한 수법의 범죄라는 것이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혹시 나도? 불안감 확산
지금도 경찰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사건의 발생 장소가 군포와 안산, 수원, 화성 등 경기 서남부 4개시에 집중됐고, 발생장소 간의 최장거리가 30㎞ 이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또 네 사건 모두 부녀자를 대상으로 했고 사건 정황상 차량을 이용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에 주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 발생한 두 건의 실종사건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커녕 결정적인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아 언제 또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제2의 ‘살인의 추억’이 될지 모르는 이번 사건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