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대 주부도박단 <실체추적>

2009.01.13 09:10:05 호수 0호

대박 유혹에 빠진 주부들, 늪에서 ‘허우적’

한탕주의가 확산되면서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박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정주부들까지 도박판에 가담해 도박인구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동네 아줌마들 몇몇이 모여 고스톱을 치던 때와는 규모부터 다르다. 최근에는 가정주부들이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카지노에 발을 들여 280억원대의 판돈이 걸린 도박판을 만들다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카지노에 빠져 살림도 팽개친 주부는 무려 150여 명. 대부분 순진한 주부였던 이들은 도박의 유혹을 거스르지 못하고 돈을 탕진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주부도박단 사건을 들여다봤다.

조폭 운영한 바카라 도박장에 하루 150명 주부들 도박판 벌여
각종 공짜이벤트에 당해 하루 수백만원 탕진하고 피눈물 흘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도박열풍이 거세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을 유혹하는 도박게임은 카지노의 일종인 ‘바카라’. 최근 인터넷도박을 하다 적발된 방송인이 했던 것도 바카라였다.
바카라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게임방법이 단순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백억대의 바카라 도박판에 가정주부까지 끌어들이고 말았다. 조직폭력배가 개설한 무허가 바카라 카지노 도박장에서 도박판을 벌인 업주와 주부도박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각종 이벤트로 유혹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유령회사를 만들어 카지노 도박장을 개설한 뒤 주부들을 대상으로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도박개장 등)로 폭력조직 J파의 조직원 윤모(41)씨와 환전소 직원 설모(27)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종업원 정모(25)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장에서 하루 평균 200만∼4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도박)로 주부 김모(55)씨 등 4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모(34ㆍ여)씨 등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조폭 윤씨가 불법 카지노 도박장을 차린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그는 장안동의 한 건물 2층을 빌려 ‘S 기획’이라는 가짜 간판을 내걸었다. 그러나 내부는 카지노 기계로 가득 찬 게임장이었다.
윤씨 일당은 이곳에서 각자 맡을 역할을 분담했다. 꽁지(사채이권 독점), 롤링(알선책), 문방(외부 감시원), 카운터 환전, 딜러, 종업원 등으로 철저히 할 일을 나눈 것. 본격적으로 카지노 게임을 할 손님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노린 것은 순진한 가정주부들.

주부들을 끌어들인 모집책들은 ‘바카라 도박은 다른 도박에 비해 쉽고 승률도 높아 돈을 따기 쉽다’는 말로 이들을 유혹했다. 또 주부들이 100만원짜리 칩을 교환할 때마다 추첨권 1매를 제공하고 매주 3차례 추첨을 통해 10~2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술책을 사용해 주부들을 점점 더 많이 불러 모았다.
주부들이 혹할 만한 이벤트는 계속됐다. 손님이 적은 오전시간에는 이른바 모닝서비스를 내걸어 100만원 이상 칩 교환자에게 칩 5만원을 지급했다. 휴게실과 식당을 만들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 도박꾼들끼리 친해지도록 유도도 했다. 무제한으로 음료수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또 도박으로 피곤해진 주부들이 쉴 수 있는 침구까지 만들어 오랜 시간 동안 도박장을 떠나지 않도록 했다. 업주들은 다른 도박장으로 주부들이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타 도박장에서 사기도박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지를 벽에 붙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또 특급 호텔 카지노에서 딜러를 하던 고모(31)씨 등 4명을 고용해 보다 전문적인 카지노 게임장을 만들어 주부들의 의심을 차단했다. 이 같은 점에 혹한 주부들은 판돈으로 최소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싸들고 도박장을 찾았다.
시간이 흐르고 입소문이 퍼질수록 더 많은 주부들이 도박판에 가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박장에 출입한 주부는 하루에 150명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판돈만 282억원에 이르는 큰 규모의 도박판이 매일 벌어진 것.
도박판에 참여한 가정주부들의 연령대는 주로 50~70대로 지방에서 올라와 원정도박을 한 주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도박에 비해 간단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50대 이상 주부들을 끌어들인 요인이었다.

업주 등은 경찰의 단속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2중 철문에 잠금장치를 하고 1층 식당으로 연결되는 통로까지 준비하고 도박장을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수백명의 주부들이 큰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해왔지만 돈을 딴 주부는 거의 없었다. 칩을 바꿀 때 7%의 수수료를 먼저 떼고, 판이 끝날 때마다 승자로부터 딜러 보너스란 명목으로 판돈의 10%를 떼간 것이 이유다. 결국 돈을 딴 것은 윤씨 일당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28억원을 챙겼다.
이들의 돈벌이는 여기까지였다. 경찰의 잠복으로 현장에서 적발되어 현금 7100원과 칩 3000개, CCTV등이 증거물로 확보되면서 도박장도 문을 닫았다.

위험한 중년주부들

경찰은 업주 윤씨 등과 지역 토착 조직폭력배와의 연계사실을 집중 조사하는 한편 무허가 카지노 도박 행위에 대해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도박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정주부들이 쉽게 도박에 빠져드는 지금의 세태에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주부들이 직장인들에 비해 여유시간이 많은 50대 이상의 주부들이란 점이 드러나면서 불법 도박에 빠지는 주부들은 얼마든지 더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젊은 층에 비해 여유자금이 많고 현금통장 등 가정경제를 쥐고 있는 중년 주부들을 노린 도박꾼들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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