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이 지속된 지 수개월째. 밤문화의 지형도는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변화의 갈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속의 눈을 피해 오피스텔 등에서 은밀하게 성매매 영업을 지속하거나 성매매 업소를 접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매매로 야기된 불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신규 ‘변종업소’가 갈수록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른바 ‘풍선효과’(풍선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한 가지 문제를 풀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현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변종업소’ 중에서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키스방’이다.
“키스와 함께 가벼운 터치 가능”
현재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지에 운영 중인 키스방은 10여 곳에 이른다. 최근 유사성행위의 대표주자인 ‘대딸방’ 등이 집중 단속의 포화를 맞으면서 그 숫자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키스방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여종업원과 인스턴트 데이트를 즐기며 키스를 나누는 것에 역점을 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고수익의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원하는 여대생들이 주를 이루는 게 현실. 때문에 언론 매체를 통해 비판과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키스 이상의 서비스는 없는 것일까. ‘업소에 따라 다르다’는 게 정답이다. 모 키스방 관계자는 “키스와 함께 가벼운 터치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즉, 가슴이나 다리 부위를 만지는 등 행위는 용인되지만 대딸방 같은 유사성행위나 실제 성행위는 금하고 있다는 얘기다.
키스방 수가 늘면서 ‘손님 모시기’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대딸방이나 스포츠마사지 등에 비해 큰 ‘장점’(?)이 없기 때문에 여종업원들의 외모에 따라 각 업소들의 흥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새로이 오픈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S키스방 업주는 “키스방 서비스는 불과 몇 달 전엔 상상도 못할 ‘소프트’한 수준이다. 그래서 미모의 여대생들을 영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하루 방문자수가 5~8명 정도는 된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 이 업소의 여종업원들은 대학 휴학생이나 유학파 출신에 외모 또한 출중한 것으로 알려져 남성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그러나 홍익대, 신림 등에 밀집된 기존의 키스방들도 ‘미녀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과열 경쟁이 예상된다.
“여대생의 미모가 경쟁력”
이렇듯 키스방 확산에 걱정 반 우려 반의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업주들은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한 키스방 업주는 “다른 일을 고민도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결국 위법하지 않는 선에서 이쪽 일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성매매 단속이 낳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들도 키스방의 출현과 확산에 일단 경계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보기엔 애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제 막 시작된 ‘괴물’의 질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