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용의자 남녀 동반자살

2008.11.25 09:52:05 호수 0호

“평생 쫓기며 살 바에야…”

옛 애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받고 쫓기던 여대생과 내연남이 동반자살했다. 부산 반여동 살인방화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들은 경찰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0월 자신의 집에서 29차례나 찔려 숨진 20대 남성의 전 애인인 여대생과 내연남은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종적을 감춰 용의자 1순위로 꼽힌 상태였다. 이같은 세 남녀의 비극적인 사망사건은 풀리지 않는 의혹만을 남긴 채 끝을 맺었다.



지난달 14일, 부산진구 부전동의 모 여관에서 두 남녀의 동반자살사건이 벌어졌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진 이들은 이모(20·여·대학 3년)씨와 장모(37)씨. 내연관계인 두 남녀는 이날 오후 11시경 숨진 채 여관주인에게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여관의 주인 배모(60)씨는 이날 오전 8시경 투숙한 남녀가 퇴실시간이 다 되도록 인기척이 없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이들을 발견했다. 방안은 독한 세제냄새로 가득했고 투숙객의 옆에는 피 묻은 흉기가 있었다고 한다.

압박감이 자살 동기?
그러나 이들은 너무 늦게 발견됐다. 이씨는 근처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고 장씨는 치료를 받다 다음날 오전 10시40분경에 이씨를 따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함께 목숨을 끊은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지난 10월 벌어진 부산 살인방화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자살의 동기로 추정되고 있는 것.

이들을 용의자로 몰았던 살인방화사건은 지난 10월18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전 7시30분경 이모(28)씨의 집에서 불이 나 이씨가 불에 탄 채로 숨진 것.


사건을 수사한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수사 초기, 사인을 이씨의 자살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시체를 부검한 결과 이씨는 흉기로 29차례나 찔려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에 타기 전 목과 가슴, 배 등을 찔린 뒤 시체가 불에 탔던 것이다.

경찰은 주변인물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범행동기를 파악할 단서를 찾고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던 중 경찰은 이씨의 옛 애인인 여대생 이씨가 갑자기 행적을 감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여대생 이씨와 새 애인 장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로 인해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된 이씨와 장씨가 압박감을 느끼고 목숨을 끊을 것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숨지기 며칠 전에도 동반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2일 새벽 3시30분경 강원도 강릉시 경포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05% 상태로 차를 몰고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호수로 돌진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차가 가드레일에 걸려 미수에 그쳐 경찰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궁으로 빠진 살해동기
당시 조사를 했던 강릉경찰서는 부산해운대경찰서에 이들의 자살미수사건을 알렸고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부산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용의자였고 교통사고 후유증 증세를 보여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귀가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간 두 남녀는 결국 지난달 14일 모텔에 투숙해 함께 목숨을 끊게 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한편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들이 숨지면서 이씨가 29차례나 찔리며 잔혹하게 살해를 당한 이유는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젊은 남녀 세 명의 사망으로 끝난 이번 사건에 씁쓸한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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