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기막힌 마케팅’ X파일<공짜 렌탈의 진실>

2008.11.04 11:14:11 호수 0호

그럴싸한 포장 뜯어보니…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웅진코웨이, 페이프리 서비스 도입 “제품 무료대여”
특정 신용카드 사용 단서…최소 50만원 결제시 충당

웅진코웨이가 새 판매 기법을 들고 나왔다. 정수기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페이 프리(Pay Free)’제도를 도입한 것. 이른바 ‘공짜마케팅’이다. 겉으론 그럴싸하다. 경기가 밑바닥이 요즘 ‘공짜’란 단어는 소비자를 홀리는 여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웅진코웨이의 공짜 렌탈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들춰봤다.
 
지난달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열변을 토했다. 홍 사장이 자신 있게 꺼낸 카드는 ‘페이프리’ 서비스.
웅진코웨이가 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이른바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공짜경제)’를 렌탈 사업에 도입, 정수기 등을 공짜로 빌려주는 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페이프리는 외환 위기였던 지난 1998년 4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탈 마케팅’에서 업그레이드된 상품이다.



선 결제, 후 적립

홍 사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렌탈이란 파격적인 방법으로 정수기 시장을 개척한 이후 10년 동안 고속성장을 해왔다”며 “그동안 돈을 받고 빌려주던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음식물처리기 등의 환경가전 제품을 고객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황에 허덕이는 소비자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공짜’란 조건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웅진코웨이도 이를 통해 10년째 접어들어 정체된 렌탈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페이프리 신청자는 지난달 17일 서비스 이후 매일 1천명 안팎의 고객이 몰려 벌써 1만명에 이른다.

웅진코웨이의 전체 렌탈고객만 4백40만명. 웅진코웨이는 내년까지 1백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영역도 환경가전에 이어 금융, 교육, 여행, 통신, 보험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1년에 걸친 집중연구 끝에 페이프리를 선보였다”며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이 아닌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회사 측의 설명대로라면 소비자는 전혀 부담 없이 웅진코웨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웅진코웨이는 “페이프리를 신청하려면 신용카드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웅진코웨이가 협약을 체결한 특정 신용카드에 한해서다.

웅진코웨이는 페이프리를 도입하기에 앞서 외환카드 신용카드 사업부, SK마케팅앤컴퍼니 OK캐쉬백 사업부와 제휴를 맺었다. 외환은행은 이를 통해 지난달 16일 OK캐쉬백 서비스가 포함된 ‘웅진 페이프리 카드’를 출시했다. 웅진코웨이는 이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에 한해 페이프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소비자는 웅진코웨이 제품을 무료 렌탈하려면 ‘특약(?)’사항을 지켜야 한다. 한 달에 고정된 금액만큼 신용카드를 써야 하는 것. 웅진 페이프리 카드는 ▲렌탈료 자동이체 시 7% 적립 ▲대형마트 이용 시 7% 적립 ▲SK주유소 이용 시 3% ▲기타 0.2% 등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정수기의 월 평균 렌탈비용을 3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기본 렌탈비 3만원(2천1백원 적립)에 주유소에서 30만원(9천원 적립), 대형마트에서 15만원(1만5백원 적립) 등 매달 최소한 48만원(2만1천6백원 적립)을 이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OK캐쉬백 가용포인트를 합치면 추가로 5천원의 현금적립이 가능해 소비자는 비로소 무료로 렌탈할 수 있게 된다.
이 적립금은 고객의 통장으로 입금되며 렌탈비는 선 결제로 먼저 빠져나간다. 페이프리를 도입한 웅진코웨이의 비용부담이 전혀 없는 셈이다. 당연히 포인트 금액이 모자랄 경우 소비자가 충당해야 한다.

반대로 렌탈비보다 많이 사용했더라도 외환카드와 SK마케팅앤컴퍼니가 페이프리 카드 포인트에 따라 매월 최대 3만원까지만 현금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에 고객이 렌탈비 외에 추가로 챙길 여지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렌탈비를 내지 않거나 줄이는 효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페이프리 카드는 SK주유소 1만원, 대형마트 1만원, 렌탈비 5천원 등으로 적립금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페이프리는 얼핏 보기엔 완전 공짜로 보이지만 사실은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과 다름없다”며 “매달 50만원 이상의 카드를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적립금 상한선까지 있어 기껏해야 한 달에 3만원 렌탈비 내기에도 급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웅진코웨이의 페이프리는 통신업계에서 최근 성행하고 있는 ‘공짜폰’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일정기간 약정에 월 3∼4만원 이상 요금이 나오면 공짜란 말에 현혹돼 휴대폰을 쉽게 구입하지만 통화료가 이에 못 미치면 요금을 깎아주는데 그쳐 나머지 할부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측은 소비자들의 피해가 절대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 휴면포인트는 1조4천억원에 달하며 매년 자동 소멸하는 포인트만 1천억원이 넘는다”며 “소비자는 잠자는 포인트를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고, 제휴사들도 기존 고객을 확보하는 등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 3만원까지만…’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이 틈새로 ‘공짜 마케팅’이 한창이다. 소비를 촉진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그저 기업의 수익 창출 의도로 소비자의 눈을 가린 포장만 그럴싸한 판매기법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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