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기증된 시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대웅제약은 자회사인 시지바이오를 통해 국내 유일의 대한인체조직은행을 지원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여기서 나온 기증된 시신들을 독점, 이윤을 창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대웅제약과 시지바이오, 그리고 대한인체조직은행은 무슨 관계일까. 또 대웅제약은 타인의 생명을 위해 순수하게 기증된 시신들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
"망자의 몸 돈벌이로 활용”
대형제약사인 대웅제약이 기증된 시신을 이윤창출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최영희(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가족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비영리법인 인체조직은행인 대한인체조직은행(이하 인체은행)에 기증된 시신들이 모두 대웅제약 자회사인 시지바이오에 넘겨진 것으로 드러났다.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인체은행은 이식용 피부나 뼛가루, 인대 등을 만들기 위해 시신을 기증 받아 공급하고 있다. 인체조직 처리업체인 시지바이오는 자본금 43억원으로 2006년 1월 설립된 대웅제약의 자회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체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19구의 시신을 기증받았는데, 이중 부적합 5구를 제외한 14구가 시지바이오로 공급됐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기증된 시신이 40구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후 기증자 시신 가운데 무려 절반 정도가 대웅제약으로 들어간 셈이다.
최 의원은 “인체은행은 식약청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2007년 사후기증자 전체 25명 가운데 40%인 10명을 기증받았고, 올해엔 상반기에만 15명의 사후기증자 가운데 60%인 9명을 기증받는 등 설립 이후 2년간 총 19명의 시신 기증을 받았다”며 “순수 비영리법인이라 믿고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시신을 기증했지만 대형 제약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대웅제약-시지바이오-인체은행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대웅제약의 시지바이오가 인체은행에 기증된 시신들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체은행은 대웅제약의 지원금으로 설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은행이 식약청으로부터 비영리법인으로 허가 받은 시점은 지난해 1월2일. 인체은행은 식약청에 비영리법인 허가를 신청하면서 총 7억원의 재산이 있다고 신고했다.
비영리법인 기증시신 독점해 이윤창출 의혹 제기
대웅-인체은행 유착 지적 “자회사 지원으로 설립”
하지만 보건부의 ‘비영리법인 신고 관련 서류’엔 시지바이오가 인체은행에 7억원 기증을 승낙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인체은행 통장사본에도 지난해 1월15일자로 시지바이오가 7억원을 입금시킨 내역이 확인됐다.
특히 인체은행이 2006년 10월 식약청에 비영리법인 허가를 신청할 당시 주소(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3-3)가 대웅제약 본사 주소와 동일하다. 시지바이오 서울사무소 주소 역시 같다. 이후 인체은행이 같은 해 12월 식약청에 서류 보완을 위해 제출한 공문서에도 같은 주소로 신고돼 있다.
대웅제약이 인체은행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체은행은 비영리법인이란 이유로 올해 복지부로부터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사업비 명목으로 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바 있다.
최 의원은 “시지바이오가 인체은행의 시신을 공급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시지바이오가 인체은행의 설립비용 7억원을 기증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지원금 5억원도 결국 대웅제약을 지원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웅제약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증된 시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된다”며 “시지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6천만원에 적자 23억원, 올해도 지난달까지 1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 무슨 장사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체은행 설립자금 7억원 출연 배경에 대해 “인체조직 98%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에서 국민보건을 위해 누군가가 꼭 나서야 했지만 유교문화권 특성상 기피하거나 오해소지가 있어 아무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당시 뜻있는 의사들이 모여 국민보건 차원에서 인체은행을 설립한다는 공문을 보내 충분한 검토 끝에 출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시신을 독점한 이유에 대해선 “인체은행은 조직 분배시 안전성, 윤리성, 공익성 등 평가기준에 따라 분배기관을 평가하고 있다”며 “시신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국내 4개 업체 중 지난해 조직분배를 신청해 승인 받은 업체는 시지바이오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소가 동일했던 것은 인체은행이 당초 다른 곳에 입주하기로 했는데, 당시 건축공사 중이어서 공사하는 동안 잠시 사무실을 빌려 준 것”이라며 “지난해 1월 공사 완공 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으로 이전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