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불륜협박 금품갈취 사건<전모>

2008.10.28 12:07:12 호수 0호

“모텔 출입 사진 인터넷에 올릴까요?”

 

“선생님, 여자랑 모텔 간 적 있으시죠?” 이 한마디에 놀란 공직자들이 너도나도 입막음용 돈을 보낸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들은 인터넷으로 검색한 공직자들의 전화번호로 전화 한통을 걸어 수월하게 수 천 만원의 돈을 뜯어냈다. 돈을 보낸 이들은 23명 가운데 무려 14명. 돈을 보낸 이들은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름이 오르내리기 싫어 보냈다”고 발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한 범행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재빨리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져 ‘불륜공화국’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직자들을 얼어붙게 만든 사건 전말을 살펴보자.

공무원에 무작위 전화걸어 불륜폭력 협박하고 돈요구
23명 중 14명 재빨리 돈 보내…도둑이 제 발 저린다?






“면장님, 얼마 전에 여자랑 모텔에 가셨죠? 그때 사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과 집에 불륜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으시다면 5백만원만 보내시죠.”
이 허술한 협박에 많은 공직자들이 속아 넘어가 돈을 보냈다. ‘언제 그 사진을 찍었느냐’, ‘사진을 보내 봐라’라는 등의 간단한 확인절차도 없이 재빠르게 범인들이 알려준 계좌에 입막음용 돈을 송금한 것.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19일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여자와 모텔에 들어간 증거를 갖고 있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 등)로 김모(61)씨를 구속하고 이모(3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또 다른 김모(53)씨를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홈페이지에서 번호 알아내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지난 7월부터 범행을 시작했다. 대상은 공무원이었다. 일반 회사원들보다 사회적 평판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세상물정에 어둡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책과 직통전화번호,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인터넷검색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정부기관, 공기업, 정부산하 연구소 등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원들의 간단한 정보를 알아냈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최근까지 전화를 건 사람은 모두 23명.

지역도 가리지 않았다. 경기도와 충청도 등 각 지역의 공무원들에게 같은 내용의 협박전화를 했다.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아는 이들의 협박전화를 받은 당사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일부는 부랴부랴 범인들이 말하는 계좌로 요구한 돈을 보냈다.
범인들에게 속아 돈을 보낸 이들은 23명 중 14명. 이들은 1인당 1백30만원에서 8백만원까지 재빨리 송금했다. 이렇게 해서 일당이 뜯은 돈은 모두 3천7백여만원.

경찰조사결과 범인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매번 장소를 이동하며 공중전화로만 협박전화를 했다. 또 ‘전단지 부착 아르바이트생 모집’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해온 학생들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를 입은 공무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 돈을 부쳤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3백만원의 피해를 입은 한 공직자는 “상대방이 전화로 윽박질러 돈을 보내긴 했지만 불륜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범인일당 중 달아난 김씨는 이전에도 유사한 범행을 두 건이나 저질러 감옥신세까지 진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02년 불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죄목으로 1년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나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 8월 출소하자마자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방법도, 타깃도 최근에 벌인 사건과 유사했다. 불륜을 폭로하겠다며 공무원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것.
그는 2004년 1월부터 전국 전화번호부를 뒤져 관공서의 번호가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그곳에서 간부의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메모해 두었고 3개월 동안 2대의 전화기를 이용해 1천여통의 전화를 걸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역추적을 우려해 협박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주로 5급 이상 공무원을 표적으로 삼았다. 김씨는 이들 공무원에게 “당신이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카메라로 찍었으니 돈을 보내라”는 식으로 협박을 했고 이 협박에 넘어간 53명이 돈을 보냈다.
이들로부터 받은 돈은 무려 1억3천만원. 입금을 받은 후에는 “필름을 폐기했으니 안심하라”는 전화를 해주는 여유까지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씨의 행각은 다시 한 번 들통 났고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아 또 한 번 감옥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출소하기가 무섭게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
이번 사건으로 공직자들의 윤리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있어 돈을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발뺌하지만 확인절차도 없이 돈을 보내 입을 막으려한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이면서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비웃음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제 발 저려서?

이같은 허술한 범행이 쉽게 먹히는 데는 ‘불륜공화국’이란 세태도 한몫을 하고 있어 씁쓸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대기업 간부를 대상으로 한 불륜협박 금품갈취사건이나 대학교수에게 “불륜장면을 녹화한 테이프가 있다”는 내용의 협박 이메일을 보낸 사건 등 유사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한편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범인들에게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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