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5.04 11:18
경제적 불평등이 범죄학에서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왜 교도소에는 가난한 사람으로 가득 채워졌는가” “형사사법제도는 약탈적인 기업 관행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지 않은 채 광범위한 해악을 야기하는 부유층을 처벌하지 않는가” 등에 대한 물음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사법제도가 상식 밖에서 작동한다고 여기는 몇몇 사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서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교도소로 간다(The Poor get Prison, the Rich get Richer)”는 말이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과 범죄와의 실제 전쟁의 통념(The Real War on Crime and the Tough on Crime Myth)’에 대한 하나의 해독제기도 하다. 즉, 형사사법제도서 작용하는 계측 편견을 보기 어렵게 하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다른 사람을 해치는 모든 범죄가 동등하게 처벌되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사법제도가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는 하류 계층이
이번 4·10 총선 공천에 대한 주요 언론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해진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는 그간 당내 공천 잡음과 관련해 ‘시스템 공천’이 이뤄졌다고 했으나 ‘부실 시스템’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심지어 민주당이 강북을 선거구 공천 과정서 전국 권리당원 70%와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합산한 배경에 대해 ‘전국적 관심사가 된 선거라서 전국 권리당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현역 의원들이 이유를 밝혀 달라고 했지만, 민주당 공관위는 답변을 피했다. 국민의힘 공천은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역 일꾼으로 뽑아놓은 인물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타 지역으로 옮겨 놓는다면 표를 행사했던 유권자들과 지역을 위해 몸 바치겠다던 후보 모두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국회의원과 유권자의 관계를 두고 기속위임 또는 자유위임 논란은 있지만, 유권자에게 있어 의원의 당적 변경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일은 없다. 국민의힘이 돌려막기에 나선 배경은 무소속 출마 혹은 제3지대 신당 합류를 최대한 막아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비단,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문제는 공천제도 및 공천 과정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정상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기한을 한참 넘겨 떠밀리듯 획정된 선거구, 여야 양측의 원래 공언과 달리 다시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또 나타난 ‘위성정당’들… 자신의 사법적 취약성을 가리거나 개인적인 한을 풀고자 출마한 여러 후보자, 지역 연고는 무시하고 중앙의 전략적 계산만으로 결정한 정당 공천, 당내 비판 세력을 밀어내 구축된 사당(私黨) 조직, 상대 측을 악마화하는 흑백논리…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 없이 감정적 선동으로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선거운동 등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은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치기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 혐오감마저 퍼뜨렸다. 선거 과정이 이 모양이었으니 솔직히 제22대 국회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과정상 생긴 여러 문제점, 특히 정파적 양극화와 국민적 불신감이 의정활동에까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선거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더 깊게 한다. 여야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존재할 때 양측은 국민 눈치를 보며 신중하게 중용적 기조와 타협적 전략을 취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다. 선거 과정·결과로 인한 우려와 희망 반면 이번 선거처럼 힘의 균형이 깨진
1970년대 후반 필자는 대학 내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2회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했다. 등반대회는 우리 대학 내 산악회만 참가하는 대회도 있었지만, 대부분 타 대학 산악회도 참가하는 대회였다. 등반대회는 주로 산 정상까지 어느 팀이 먼저 도착하느냐로 우승을 가렸기 때문에, 등반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산 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하체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만 했다. 당시엔 산 정상서 등반대회가 끝나면 기념사진을 찍고 팀별로 자유롭게 하산했다. 최근에도 60대로 구성된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한번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 다닐 때 등반대회와 달리 60대가 된 지금의 등반대회는 어느 팀이 산 정상까지 빨리 올라가느냐로 우승을 가리지 않고, 어느 팀이 산 정상을 찍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먼저 도착하느냐로 우승을 가린다. 지난 주말에도 3개팀이 의정부 회룡역을 출발해 사패산 정상을 찍고 오는 등반대회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달리 지난 주말 등반대회에선 두 팀이 워낙 강해 우리 팀이 사패산 정상에 제일 늦게 도착했는데, 우리 팀이 종착지인 회룡역에는 다른 두 팀보다 먼저 도착해 우승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두 팀의 회원들은 하체 근
일반적으로 같은 행동이라도 사람에 따라 비난과 책임이 다르다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에게 성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심각한 가해자임에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이유는 뭘까? 흔히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합리적이라는 게 철학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인간은 계산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통보다는 쾌락이, 손해보다는 이익이 되는 것을 합리적으로 계산해 선택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맞게,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면 당연히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기 마련이다. 바로 고전주의 범죄학의 토대다. 성인이라면 처벌받아 마땅한 행위를 미성년자라고 처벌하지 않는 것은 미성년자는 자유의지에 따라 자기 행동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만큼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서 성인이면서도 형사처벌이 마땅한 범행을 하고서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정신이상 항변(Insanity defense)의 주장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형벌의 기본적 전제인 합리적 계산과 선택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
[Q] 경매신청 채권자이자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입니다. 매각대금서 제가 배당받을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고 목적부동산을 낙찰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차액지급에 의한 매수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습니다. 3억원의 임차보증금채권을 가지고 판결받아 임차주택에 경매신청을 한 경매신청 채권자 겸 임차인 A입니다. 최저매각가격은 3억원이었는데, 제가 4억원에 매수신고를 해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됐습니다. 나머지 매각대금(잔금)서 제가 배당받을 금액 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내고 매수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확정일자에 의한 선순위 임차인이고, 저보다 우선하는 담보권이나 조세채권, 임금채권 등은 없습니다. 채권자가 매수인(최고가매수신고인이 매각허가를 받아 확정된 경우 매수인이 된다)인 경우 매각결정기일이 끝날 때까지 법원에 신고하고 배당받아야 할 금액을 제외한 대금을 배당기일에 낼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143조 2항). 공매절차서도 2024년 7월1일 이후 공매공고하는 사건부터 저당권, 전세권 또는 가등기담보권, 대항력 있는 임차권 또는 등기된 임차권을 가진 매수신청인에게 매수 대금 차액 납부신청(경매절차서의 상계신청 또
제22대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1대 총선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과가 반영된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22대 총선은 그 의미가 다르다. 역대 최악의 국회, 역대 가장 무능했던 국회로 평가받는 21대 국회와 여야 의석 분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견제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다만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으로 정치를 풀어가야 하는 처지에 빠진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국민들의 엄중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협치와 민생 정치에 나선다면 역으로 성공하는 대통령, 재기하는 여당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은 여야를 심판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인물들이 더 나
올해는 전 세계 76개 국가서 42억명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포퓰리즘 망령이 지구 전체를 파고들고 있다. 한국도 4월 총선이 끝난 시점에 여·야, 좌·우,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민심을 사고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 영합적 공약을 앞다퉈 내놨던 바 있다. 각 정당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리고 후보들이 일단 당선되기 위해 내놓는 포퓰리스트적 선거 헛공약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정치적 이익 위해 경제활동 위축 포퓰리스트적 선거공약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혜택 제공, 공공 서비스스의 즉각적 확대, 사회적 문제의 해결 정책 등을 제시한다. 근로자에게는 과도한 임금인상, 고용 창출을 위한 정부 지원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을 약속한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직접적 혜택이 제공되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공약도 내놓는다. 여기에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세 정책이나 주택 공급 확대 및 전세금 지원 등의 주거 문제 해결, 교통시설 등 생활 환경개선도 자주 등장한다. 가계에 인기 있는 학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제2항엔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이 명시돼있다. 이는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 의사결정이 국민에 의해 이뤄지며 국민 스스로가 주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국민의 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즉 “우리나라 주인인 국민이 ‘갑’이고, 머슴인 대표는 ‘을’이다”는 사실이 헌법 제일 앞부분에 명시돼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기간 동안엔 확실히 국민이 ‘갑’이고, 대표로 나온 후보가 ‘을’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반대로 당선된 국민의 대표가 ‘갑’이 되고, 국민은 ‘을’로 전락하고 만다는 게 안타까운 우리 현실이다. 선거로 뽑힌 우리나라 대표들이 말로는 임기 내내 국민을 주인인 ‘갑’으로 모시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대표 자신이 ‘갑’이 돼 갑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주권의 주체를 헌법 제일 앞부분에 명시한 것 같다. 22대 총선 과정을 보더라도, 선거 기간 동안 우리 국민은 분명히 ‘갑’이었고 후보는 ‘을’이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 국민은 ‘을’로
우리는 단 하루라도 각종 범죄에 관한 뉴스를 접하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언론의 폭력 보도에 일상적으로 노출돼있다. 범죄 관련 보도를 접한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언론을 통한 범죄 묘사의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인 동시에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범죄와 관련한 언론의 폭력 묘사와 현실 세계서의 폭력성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학계서 관심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계에선 언론을 통한 폭력성 노출이 대중의 공격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범죄 행위의 노출이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잠재적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범죄학자들은 ‘모방범죄(Copycat Crime)’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언론이 직접적으로 폭력을 야기하는지에 관해서는 별다른 논쟁이 없었다. 반면 언론의 폭력성이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특히 영상매체를 통한 노출이 ‘둔감화 영향(Desensitizing Effects)’으로 작용해 어린이·청소년의 잠재적 공격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
중국 동방항공 화물기에 가득 실린 상품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날아간다. 수십년 동안 생산, 공급능력을 확장해 온 중국을 외면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 상품이 장악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중국 생산자가 외국의 기업이나 국가에 공급하던 중간제품, 완제품이 지금은 많은 나라의 가정과 개인에게 직배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기술력 확장을 막아 세우려는 미국의 치열한 공격은 멈출 기세가 없다. 중국 산업이 위축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제조업 생산능력이나 제품 공급능력이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세계 경제 공급망에 균열이 조금 생겼을 뿐이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치솟은 물가로 미국만 고통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미국은 가장 빨리 적극적으로 대안을 만들어냈다. 중국을 시장경제로 끌어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미·중 간의 핑퐁 외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더 먼저 중국을 찾았던 이는 월마트의 창시자 샘 월튼이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20%대로 끌어올리며 물
작금의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헌법정신에 맞는 방향이나 행태가 거의 없었다는 게 다수 국민의 판단이다. 우리 헌법에 따라 특히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서 국민에게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한국 정치의 방향을 보여줘야 마땅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인품과 능력이 출중하고 지배력이나 정치적 포용력이 대승적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국민 눈높이서 보는 현실은 너무 실망스러워 쓸모없는 국회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올까 염려된다. 또 서로 견제하면서도 교대로 정권을 맡아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데 거대 양당들은 헌법적 책임을 느끼지 못한 채 정책 대결은커녕, 말꼬리나 잡으면서 결과적으론 국민을 갈라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마비 내지는 퇴보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당면한 의료 분규나 장기적인 인구감소, 양극화, 기후위기, 인공지능(AI)의 도전 등 난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분명하게 내세우는 민생 밀착적 정당은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특정인이 정당의 내부구조와 힘을 장악하는 정치 보스가 될 경우, 모두 그 앞에 줄을 서는 행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권
1960년에는 제4대 대통령과 제5대 부통령을 뽑는 선거의 해였다. 4·19는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해 학생들이 들고일어나 자유당 정권을 종식한 의거였다. 집권 자유당은 후보로서 다른 대안이 없었으므로 이승만 현 대통령과 이기붕 국회의장을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당선시키려 했다. 3·15 부정선거 자유당은 1959년 초부터 전면적인 선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2월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시·읍·면장 임명제를 도입해 득표에 유리한 인사를 임명할 길을 만들고, 자유당 중앙조직위원회에 특수조직책을 두고 이들을 정부 각 부처의 국·과별로 특수임무를 수행토록 보임할 수 있도록 했다. 3월에는 개각으로 경찰과 지방공무원의 총수 격인 내무부 장관에 이기붕 의장과 사적으로 친밀한 최인규를 임명했다. 최인규는 곧 7개 도의 도지사를 경질했다. 6월에는 일찌감치 전당대회를 거쳐 이승만과 이기붕을 대·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공식화했다(민주당에선 신구파 간의 갈등으로 후보 선정 문제가 혼미에 빠져있었다. 11월26일에야 전당대회서 조병옥(구파), 장면(신파)을 후보로 선정했다). 11월, 자유당은 본격적인 선거 대책을 세우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자유당 중앙당은
장기는 초한 전쟁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각각 파란색의 초나라와 빨간색의 한나라를 상징하는 16개의 기물로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 입장서 작전을 수행하는 청홍전 게임이고, 바둑은 두 사람이 각각 흑백의 바둑돌로 바둑판 위에서 영역을 만들어가며 승부를 겨루는 흑백전 게임이다. 장기는 상대편의 왕만 잡으면 이기는 데 반해, 바둑은 상대방의 돌을 에워싸는 공간을 만드는 집을 더 많이 만들면 이긴다. 장기는 궁, 차, 포, 상, 마, 사, 졸이라는 계급이 있지만, 바둑은 모든 알이 평등해 계급이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국민 한 사람의 가치(투표권)가 동등한 선거에선 표를 많이 획득한 정당이 승리하기 때문에 선거는 바둑을 닮았다고 느껴왔다. 그런데 이번 22대 총선서 상대당의 대표를 잡는 정당이 승리하고,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도 파란색과 빨간색인 것을 보고, 선거가 청홍전의 장기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총선 과정 내내 정당의 각종 지표와 이미지가 온통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표현됐고, 유세장이나 길거리서도 청색 깃발과 홍색 깃발이 가득했으며, 후보들의 옷과 모자도 청색과 홍색이 주를 이뤘으니 이번 총선이 청홍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11
누군가를 벌할 때면 죄에 상응한 처벌이라는 비례의 법칙을 주문한다. 그것이 아마도 민주국가의 법치주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어쩌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또한 현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우리는 소위 ‘양형 기준’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데, 이는 법원이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할 때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죄의 무게를 정하는 측도이자 저울이다. 정해진 저울로 죄와 벌의 무게를 결정해 법원이 형벌을 선고함에도 논란이 빈번한 건 왜일까? 법원이 선고한 형량이 대중의 법 감정을 제대로 어루만지고,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울질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저울 자체가 잘못된 걸까? 법원은 사법 정의의 마지막 보루다. 사법 정의 실현은 법치가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어쩌면 법치라는 건 기계적·기술적인 것이다. 법에도 눈물과 감정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법치를 위해서라도 시민의 법 감정을 고려한 양형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형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 양형 기준 사이
[Q] 대지에 관한 저당권 설정 후 신축한 건물의 소액임차인도 대지의 환가대금서 소액보증금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저당권자가 배당받고 남은 돈이 있다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지에 관한 저당권 설정 후 지상에 건물이 신축된 경우 건물의 소액임차인은 대지의 환가대금에 대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99다25532). 다만 대지의 환가대금 중 저당권자가 배당받고 남은 돈은 임차인에게 배당을 해야 합니다[부동산경매(2) 윤경·손흥수, 2090면, 한국사법행정학회]. 대지에 관한 저당권 설정 후에 비로소 건물이 신축되고 그 신축건물에 대해 다시 저당권이 설정된 후 대지와 건물이 일괄 경매된 경우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 및 ‘소액임차인’은 대지의 환가대금에서는 우선해 변제받을 권리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신축건물의 환가대금에서는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신축건물에 대한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권리가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부칙의 ‘소액보증금의 범위변경에 따른 경과조치’를 적용함에 있어 신축건물에 대해 담보물권을 취득한 때를 기준으로 소액임차인 및 소액보증금의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2009다1
범죄 피해자화, 즉 범죄 피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현상은 여성·노인 계층서 불균형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는 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범죄 피해를 경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더 많이 노출되는 청장년층이나 청소년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여성이나 노인이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범죄 피해자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높다는 것을 역설적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사전에 더 주의하고 조심하기 때문에 실제 범죄 피해를 겪는 빈도가 높지 않은 걸까? 범죄 피해자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성이 느끼는 피해자화의 두려움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범죄의 특성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일반화된 두려움은 실제 피해 빈도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젊고 여성의 경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강간의 두려움이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통계와 현실의 격차는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빈도가 낮음에도 두려움이 높은 이유가 될 수 있다. 배우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
허전하고 외로운 시니어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식이 아닌 손자다. 자식을 카톡에 저장해 둔 부모보다 손자를 카톡에 저장해 둔 할아버지·할머니가 훨씬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가 만나기 쉽지 않은 핵가족 구조로 돼있어 대부분 시니어가 손자를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다. 우리나라 시니어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다. 율법을 중시했던 이스라엘 시니어는 가족으로부터 존경받아 행복하고 그래서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핵가족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시니어가 이스라엘 시니어처럼 존경받진 못할망정 행복하고 오래 살기 위해선 건강과 웰빙, 재정과 취미, 그리고 가족과 친구가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자와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한다. 몇 년 전, 92세 노익장이 한 장수 프로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김포공항서 얼마 전에 만난 한 호주 교포는 지난해 10월부터 EBS서 방영되고 있는 <왔다! 내 손주> 팬이라며 호주에선 시청률이 높다고 했다. 외국서 온 손자들의 재롱과 애교가 할아버지·할머니를 행복하게 하는 모습을 통해 타향살이 중인 외로운 시니어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1000만 노인시대를 맞이해 벌
현행 공직선거법 66조에서 재원 조달 방안을 명기한 ‘선거공약서 의무 제출 대상’에 국회의원들은 빠져 있다. 이들은 예산편성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알맹이가 빠져 있는 헛공약들이 난무한다. 특히,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교통 인프라 구축과 같은 현실적인 공약 등은 재원 조달은 실현 가능한지, 재탕·삼탕 포장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역민들이 출·퇴근 교통지옥을 겪고 있는 경기 광주시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의 ‘주요 교통 핵심 공약’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이번 22대 총선까지 ‘재탕 삼탕’으로 수년째 우려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소 의원은 이번 4·10 총선서 광주시 최대 현안인 교통 문제 해소 방안으로 ▲수서~광주 복선전철 조기 착공 ▲위례~삼동선 조기 착공 ▲태전역 신설 ▲국도43·45호선 대체 우회도로 사업을 지난 2016년 20대부터 21대, 22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해당 사업들은 장기간 추진되는 연차 사업이면서 주변 도시와의 융합적 논의가 있어야 가능한 대형 사업이지만, 당장 서울 등 주변 도시서 인구가
오늘날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화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위기의 핵심은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을 통해 크게 증폭된 국민의 사법 불신이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제1심의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이미 실추된 사법부 신뢰는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재판 지연 발 사법부 위기 이런 가운데 최근 사법부의 재판 지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민의 사법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법원의 재판 전체가 과거에 비해 심각하게 지연되면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낳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 관련 재판들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면서 국민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마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재판 지연의 해소가 새로이 출범한 조희대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재판 지연의 해소를 위한 핵심적인 대안으로 법관 증원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법관 증원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른바 법조일원화에 따라 일정 기간 변호사로 활동한 사람 중에서 법관을 선임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변호사들 중 법관으로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