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손자병법 공약의 비밀

허전하고 외로운 시니어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식이 아닌 손자다. 자식을 카톡에 저장해 둔 부모보다 손자를 카톡에 저장해 둔 할아버지·할머니가 훨씬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가 만나기 쉽지 않은 핵가족 구조로 돼있어 대부분 시니어가 손자를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다. 우리나라 시니어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다.

율법을 중시했던 이스라엘 시니어는 가족으로부터 존경받아 행복하고 그래서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핵가족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시니어가 이스라엘 시니어처럼 존경받진 못할망정 행복하고 오래 살기 위해선 건강과 웰빙, 재정과 취미, 그리고 가족과 친구가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자와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한다. 몇 년 전, 92세 노익장이 한 장수 프로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김포공항서 얼마 전에 만난 한 호주 교포는 지난해 10월부터 EBS서 방영되고 있는 <왔다! 내 손주> 팬이라며 호주에선 시청률이 높다고 했다.

외국서 온 손자들의 재롱과 애교가 할아버지·할머니를 행복하게 하는 모습을 통해 타향살이 중인 외로운 시니어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1000만 노인시대를 맞이해 벌써부터 <왔다! 내 손주> 프로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KBS의 인기 프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솔직히 말해 <왔다! 내 손주>는 아직 시청률이 낮은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의 만남이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시청률이 높은 아빠와 자식의 만남이다.

둘 다 중요한 만남이지만, 핵가족시대의 구조상 아빠와 자식은 일상서 만남이 지속되고,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의 만남은 일상서의 만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화시대에 노인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왔다! 내 손주> 프로그램 시청률이 더 높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딸기쨈을 외국서 온 손자에게 발라주면서 환하게 웃는 <왔다! 내 손주>에 나온 할아버지·할머니를 보면서 필자는 얼마 안 있어 타 방송서 국내 할아버지·할머니와 국내 손자가 만나 아름다운 세대 간 사랑을 연출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 같은 프로그램도 방영될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다. 

허위사실공표에 민감한 중앙선관위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번 22대 총선 유권자 4438명 중 60대 이상 유권자는 31.43%로 1394만명 이상이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은 손자를 둔 할아버지·할머니로 지방 소도시의 경우엔 60세 이상 시니어가 50%를 넘는다고 한다.


윤리적 기준을 중시하는 노인이 많이 살고 있는 지방 소도시 총선 후보일수록 노인 공약을 많이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A 후보의 공약을 보니, 유치원이나 중·고등학교 설치, 등·하교 셔틀버스 운행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공약이 많았다.

시니어의 마음을 얻는 대상이 바로 시니어의 카톡에 담겨진 손자라는 사실을 A 후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탄광촌 어린이를 위한 공약이 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한 공약이 된 셈이다.

필자는 시니어와 손자의 관계를 연결하는 공약을 손자병법(孫子竝法) 공약이라고 명명해봤다. 손자병법은 ‘손자와 함께 하는 방법’으로 “시니어가 손자와 함께해야 행복을 느끼고 장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자병법 공약이야말로 시니어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손자병법 공약이 지방 소도시서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가 가까워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축구를 좋아하는 전북의 B 후보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친손자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시니어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아동에게 할아버지·할머니가 돼주고, 아동은 할아버지·할머니의 손자가 돼 시니어에게 재롱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만남의 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게 바로 손자병법 공약이다.

손자병법 공약은 세대 간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풀어주는 공약도 된다.

하층민이 많이 사는 소도시 후보는 총선서 시니어의 표심을 잡기 위해 시니어를 위한 전략과 함께 시니어들의 손자인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약을 많이 내야 한다.

하층민 시니어의 마음은 손자에게 더 깊숙이 가 있다는 비밀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한창 성장하는 중소도시나 이미 발전해 있는 대도시 후보도 손자병법 공약을 많이 내야 한다. 전국적으로 30%가 넘는 시니어에겐 손자와의 관계가 최고의 행복과 장수를 안겨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와 시니어 세대 간의 조화가 세대를 아우르고 행복지수를 높이고 장수의 복까지 선물로 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 조화가 선거에 주는 영향과 상관없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전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김씨 성은 아니지만 지난 27일, 첫 외손녀가 태어난 이후 필자도 출산·육아 공약에 관심 갖게 됐고, 출산·육아 공약을 내세운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국가도 인구절벽을 막고 출산을 장려하며 육아복지정책을 펴기 위해선 자식에게 주는 혜택뿐만 아니라 손자에게 주는 혜택, 즉 ‘손자통장 만들어주기’ ‘일정 금액의 손자증여세 0%’ 같은 정책을 과감히 내놔야 한다.   

3대가 복을 받기 위해서라도 향후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 간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만남 횟수도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할아버지·할머니가 노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고, 아버지·어머니도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이번 총선에선 출산·육아 공약이 많았다. 후보들은 이 공약을 부모를 위한 공약으로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출산·육아 공약이 필자 같은 시니어의 마음까지 움직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22대 국회가 시니어와 손자가 함께 하는 더 구체적인 손자병법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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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