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범죄 피해 두려움의 역설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4.04.05 22:16:42
  • 호수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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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화, 즉 범죄 피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현상은 여성·노인 계층서 불균형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는 이들이 가장 빈번하게 범죄 피해를 경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더 많이 노출되는 청장년층이나 청소년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여성이나 노인이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범죄 피해자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높다는 것을 역설적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사전에 더 주의하고 조심하기 때문에 실제 범죄 피해를 겪는 빈도가 높지 않은 걸까?

범죄 피해자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성이 느끼는 피해자화의 두려움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범죄의 특성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일반화된 두려움은 실제 피해 빈도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젊고 여성의 경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강간의 두려움이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통계와 현실의 격차는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빈도가 낮음에도 두려움이 높은 이유가 될 수 있다. 배우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상당수가 눈에 잘 띄지 않고, 공식적으로 그 빈도가 아주 낮은 것처럼 해석되곤 한다. 


즉, 이처럼 여성들에 대한 범죄 상당수는 암수 범죄로 남기 때문에 통계가 실제보다 불균형적으로 낮은 반면, 성범죄를 비롯한 숨겨진 범죄가 주는 피해는 심각성이 상상을 초월하기에 당연히 실제보다 훨씬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노인이 범죄 피해자화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여성과 마찬가지로 노인도 더 조심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가 되는 빈도가 낮은 것은 아닐까?

이해를 위해서는 왜 노인이 젊은 사람에 비해 더 주의하고 조심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정신적·신체적·재정적으로 자신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데 더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노인은 대체로 젊은 범죄자에 저항하기 어렵고, 그만큼 피해자가 될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일단 신체적·경제적 손실을 입으면 젊은 사람에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노인은 당연히 범죄 피해자화를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노인층이 젊은 층에 비해 실제 위험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범죄 피해자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의 취약성도 크게 한 몫을 하는 것처럼, 여성이 느끼는 높은 수준의 두려움도 그들의 취약성에 기인한 바 없지 않다.

남성에 비해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손상을 회복할 수 있는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범죄 피해자화를 더 두려워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즉, 여성과 노인이 방어와 보호 능력은 물론이고, 일단 피해자가 됐을 때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범죄 피해자화에 대한 두려움의 역설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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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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