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전문 법관제 도입해 사법 지연 해소해야

오늘날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화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위기의 핵심은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을 통해 크게 증폭된 국민의 사법 불신이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제1심의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이미 실추된 사법부 신뢰는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재판 지연 발 사법부 위기

이런 가운데 최근 사법부의 재판 지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민의 사법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법원의 재판 전체가 과거에 비해 심각하게 지연되면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낳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 관련 재판들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면서 국민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마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재판 지연의 해소가 새로이 출범한 조희대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재판 지연의 해소를 위한 핵심적인 대안으로 법관 증원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법관 증원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른바 법조일원화에 따라 일정 기간 변호사로 활동한 사람 중에서 법관을 선임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변호사들 중 법관으로 선임하기가 까다로운 탓이다.


둘째, 기존 법관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명수 사법부서 법관 근무평정의 기준을 변경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법관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무 평정기준의 변경 이후에 재판 지연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근무평정의 합리화는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셋째, 실무보다는 학계서 더 많이 논의되고 있는 대안으로 법원 조직의 전문성 제고가 있다. 각 법 분야에 따라 세분된 학계뿐만 아니라 대형 법률사무소나 검찰에 비해서도 법원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민사와 형사, 행정과 조세 등으로 법관들이 로테이션 되는 것보다는 하나의 분야서 계속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안들을 중심으로 법관 증원과 관련한 법률안 및 예산안 제출권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법관 수가 선진 외국에 비해 매우 적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21년 법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법관 수는 독일의 2만3835명, 프랑스의 7427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2966명에 불과했다(2019년 기준). 인구 비례로 보더라도 압도적인 차이다.

더욱이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민·형사 사건을 기준으로 독일의 89.63, 프랑스의 196.52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464.07이었다.

이 같은 과중한 업무량을 생각할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분명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은 법관의 대폭 증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법관 증원이기도 하다.


일거에 법관을 2배 이상 늘릴 수도 없거니와, 해마다 10% 정도의 법관을 증원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법관으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매우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현업으로 나갈 때, 가장 선호되던 직종이 법관이었다. 따라서 우수 인력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법조일원화에 따라 일정 기간 변호사 경력을 쌓은 이후에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에 바로 법관으로 임용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인재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검사와 대형 법무법인으로 양분됐다. 물론 법원서 관리하는 재판연구원 지원자들이 적지 않지만, 재판연구원 과정을 이수한 변호사들의 법관 임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갈수록 재판연구원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검사나 대형 법률사무소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져 왔다.

법조일원화를 통한 경력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확보돼야 한다.

첫째, 잠재적 인재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숫자가 많아야 한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 및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의 증가를 통해 어느 정도 확보된다.

둘째, 우수 변호사들의 법관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야 한다. 변호사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그중에서 우수한 변호사들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취지인데, 정작 우수한 변호사들이 법관이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 안팎서 우수 변호사들의 법관직 선호가 매우 낮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과도한 업무량, 우수 변호사들에 비해 크게 낮은 보수, 법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이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셋째, 대형 법률사무소서 근무하는 우수 변호사들은 민사, 형사, 행정, 조세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법관으로 임용된 이후에는 모든 분야의 재판을 해야 한다. 일정 기간 민사부서 재판한 이후에는 형사부로 이동하고, 때로는 행정법원이나 특허법원서 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 결과 10년 이상 손놓고 있던 분야에 대해 새로 공부해서 재판하게 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장애 요소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관의 증원이 쉬울 수 없다. 아무 변호사나 법관으로 임용해서 숫자만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력과 권위를 갖고 존중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별해 법관으로 임용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관 증원의 필요성과 곤란성, 이 딜레마는 현재 사법부의 발목을 잡는 가장 무거운 족쇄 중 하나다.

더욱이 법조일원화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법관 증원은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사법부의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법관 증원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법관이 되기를 피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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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