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총선공약서, 의무 발행 위한 공선법 개정해야

한국은 지금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고공행진과 북핵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내외적으로 복합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아닌 존중과 타협의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사사건건 대치하며 불신과 혐오만 키우고 있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증오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정치가 실종되고 대의민주주의는 공멸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공존·공생을 위한 대화와 타협이다. 다원화된 사회서 서로 다른 가치와 이익이 존재하고 갈등한다.

정치가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을 직시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공존과 통합을 위한 합리적 토론과 사회화 과정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 내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다며 ‘달콤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도록 욕망만 부추긴다.

결국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불편하고 회피하고 싶겠지만, 현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고통을 어떻게 완화하고 분담할지 토론해야 한다.

국익보다 지역개발 로비스트 자처하는 정치권


내달 10일 치러질 총선에서는 스물두 번째 국회의원을 뽑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제대로 치러본 적이 없다.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만 하겠다고 자처하거나 정파의 이해를 우선하겠노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탓이다.

국익보다 지역 현안들을 먼저 챙기겠노라고 떠벌렸다. 반면,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국회 구성원으로서의 입법과 정책공약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기능도 다르고 내용도 부실한 제품(후보자)을 국민에게 강매해 왔다. 실제로 21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중 입법 관련 공약은 전체 공약의 14.02%에 불과했다. 국민의 대표로서 제시한 국정 공약도 19.91%에 그쳤던 반면, 지역 공약은 73.98%에 달했다.

국민은 입법부인 국회 구성원을 선출하고자 했지만, 정치권은 지역개발 로비스트를 자처하고 있었다. 선거 과정서 국민에게 대의를 위임받는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결산 심의권을 중심으로 선거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는 지체(遲滯)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지점이다.

국회의원들의 선거공약은 지켜지지도, 지킬 의지도 부족했다. 지난 20대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 중 58명은 학교 유치 공약 150건을 제시했으나 20%가 채 안되는 29건만 지켜졌다. 특히 특목고, 국제학교 유치 공약은 12명이 약속했는데 단 1건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25건 발의됐지만, 일부라도 지켜진 것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3건 중 2건은 진척이 없었다. 철도와 지하철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약도 289건을 약속했는데, 지켜진 건 27%에 불과했다.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지하철과 철도 노선 관련 공약은 무려 102개나 발의됐고, 재정 추계가 가능한 50여개의 노선만 해도 서울·경기·인천 예산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83조원이 넘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은 총 7600여개였지만 임기 4년간 지켜진 것은 46.8%에 불과했다.

이번 21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 405명이 제시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2022년 6월30일 기준), 그해 나라 살림 512조원의 8배가 넘는 4399조원이 필요했다. 이는 수서고속철(SRT)을 1400개나 만들 수 있는 액수였다.

지역구 국회의원 공약의 내용 구성을 살펴보면 전체 중 국정 공약의 비율은 19.91%에 불과했고 66.32%는 입법과는 관련이 없는 재정 관련 공약들이었다.

공약 이행 분석 결과 참담

지역구 국회의원 2년 차 공약 이행 분석 결과는 참담했다. 입법이 필요한 공약인데도 입법 활동 명세가 전혀 없는 경우가 27.09%였고, 입법 활동 내용이 공약의 취지와 부합하는지도 모호했다. 교통 관련 공약 950여개의 완료율은 16%(160개)에 그쳤다. 70% 가까이는 재정을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병원 유치 공약 이행률은 12% 수준이었다. 재정이 필요한 공약임에도 재정 확보 내용이 전혀 없는 경우는 52.02%, 재정 추계조차 못하는 경우도 47.39%에 달했다. 관리체계 부실도 문제였다. 공약 실천 계획 수립과 이행 관리, 평가 등의 관리체계가 전혀 없었다.

또 보좌진이 자주 교체되다 보니 의원실엔 공약을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외국의 경우, 정당은 정책위 산하 매니페스토 위원회를 설치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의원 스스로는 국회 내 회파(會派)를 구성해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공약 이행을 위한 소속 정당과의 협력이나 소속 의원들과의 유기적 협업 등 체계적 공약 관리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약의 폐기, 변경 등은 의원실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임의 조정됐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입법 등 의정활동 내용에서는 선거서 공약으로 제시한 내용과의 부합 여부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공약 이행 정보를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공개하지도 않았다. 선거공약의 주인은 유권자라는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오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의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로서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졌는지 ▲입법 계획은 무엇인지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위원회 활동을 희망하는지를 제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선거를 치른다.

앞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21대 총선서 후보자들에게 의정활동 계획을 물었고 후보자 1101명 가운데 448명(40.6%)이 답변을 제출했다. 선거 이후 취합해 본 결과, 당선자의 79.8%가 ‘의정 활동계획서’를 제출했고, 낙선자는 29%만 제출했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차이가 확연했다. 20대 총선서 의정 활동계획서를 공개한 의원과 미공개한 의원을 비교해 보면, 선거 과정서 의정 활동계획서를 작성해 공개한 의원의 공약 완료율이 10.46%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회(입법)의원으로서의 국정 현안과 상임위 활동, 입법 계획 등이 담겨있는 의정활동 계획서의 공개적 요구가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는 첫 걸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던 결과였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번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 개편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선거법 개편은 정파의 유불리보다는, 의회민주주의가 국민에게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냉철한 분석부터 출발해야 한다.

의정활동 계획 중심, 선거공약서 마련돼야

또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고민할 수 있는 국회,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과 타협을 선행하는 정치 등의 의회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것이 시급한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들도 의정활동 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공약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66조를 개정해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혀야 한다.


공직선거법 66조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활성화하고,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통령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공약을 담은 인쇄물(선거공약서)에 ‘사업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 절차, 기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예산편성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선거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매 총선마다 더욱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기회가 가로막혔고, 다른 가치와 이익의 토론과 사회화 과정을 박탈했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는 공멸의 위기에 빠졌다. 대의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길은 현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고통을 어떻게 완화하고, 분담할지 상시 토론하는 의회민주주의 회복이다. 그 열쇠는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막고,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입법과 정책공약을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일이다.

선거공약은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논거며, 그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공직선거법 66조 개정을 통해 입법과 정책공약을 중심으로 치러지길 기대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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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