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윤석열 제거 플랜

그냥 나갈래? 끌려 나갈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음달 25일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1년이다. 불과 1년 사이에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크게 바뀌었다.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서 이미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 총장은 법에 보장된 2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6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이하 통합당)은 ‘코드 인사’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당시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부당한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킴으로써 검찰 내부는 물론 국민적 신망도 얻었다”고 치켜세웠다. 

처음에는
환영하더니…

반면 당시 통합당 민경욱 대변인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이후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그러던 그가 이제 검찰총장의 옷으로 갈아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다. 청와대는 하명을 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며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반 문재인) 인사들에게 휘둘려 질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실제 윤 총장의 청문회서 저격수를 자처한 통합당 의원들의 공격에, 민주당 의원들은 방어에 나섰다. 통합당이 도덕성을 이유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할 때에도 민주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간 이견으로 윤 총장의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7월25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우리 윤 총장’이라고 칭하며 신임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와 신뢰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부터 생기기 시작한 골은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시 윤 총장과 검찰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수사에 뛰어들었다.

한명숙 전 총리 진정 사건 
민주당서 ‘자진사퇴’ 발언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서초동으로, 문재인·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이때부터 민주당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도 비슷하다. 조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 입성하고부터는 검찰 인사를 비롯해 윤 총장 주변부로 압박이 들어갔다. 

윤 총장은 기소권으로 맞섰다.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전격 기소했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자 21대 총선 과정서 윤 총장을 대하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자세가 바뀌었다. 통합당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섰고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에선 ‘윤석열 때리기’로 맞섰다. 순식간에 공수가 바뀐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서 윤 총장은 그 누구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조국 이슈’가 불거지면서 자연스럽게 윤 총장이 따라 나온 것.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전 윤 총장에 대해 “가장 정직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을 법대로 집행했다고 생각을 해서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윤 총장이 조국 사태서 ‘법대로 하겠다’고 하니까 윤 총장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이 현 정부의 모습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서 범여권으로 분류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후보)는 총선 전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문서위조 및 사기죄 공범 혐의로,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 총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크게 불거지진 않았다. 하지만 총선서 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확실하게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 ‘자진사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 감찰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에서였다.

조국 이후
완전히 돌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 때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서 증언했던 A씨는 지난 4월 검찰 수사팀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취지로 법무부에 진정을 냈다. 이 진정 사건을 어디에서 맡을지를 두고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심화됐다. 

추 장관은 해당 진정을 대검 감찰부서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윤 총장은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실에 배당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배당하면서 사태는 봉합되는 방향으로 갔지만 이 과정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운 지 얼마나 됐느냐. 그런 상황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며 “적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나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도 했다. 
 

▲ ‘함구령’ 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병희 기자

윤 총장 거취에 대해서 민주당 지도부가 언급한 첫 사퇴 요구다. 설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서도 “윤 총장이 정부와 적대적 관계라고까지 하기는 지나치지만 어쨌든 각을 세운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라고 비판하면서 “장모 사건 등으로 조금 진중하나 했더니 이렇게 또 장관과 각을 세우는 것은 잘못됐다. 조만간 결판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검 인권부는 조사 권한이 없는데 조사 총괄을 맡기겠다는 것은 상급자인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위반한 월권행위”라며 “윤 총장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어떻게든 (제 식구)봐주기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시사발전소’서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검찰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총장이 검찰 역사상 가장 최악의 검찰총장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서 “누가 묻더라도 윤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마라. 이름도 거명하지 않겠다”며 함구령을 내렸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취임 1년

이 대표의 ‘입단속’에도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만큼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자신의 장모 혐의는 물론 검찰 제 식구 감싸기와 야당의 명백한 비리 사건은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외서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윤 총장 세력이나 유착 언론들이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마치 라임 사태 등에 연루된 정권이 이를 덮으려고 하는 것인양 연계하며 버텨선 안 된다”며 “윤 총장도 문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면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차원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지난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서 “이제 권부에 성역이란 없다. 눈 밝은 시민들은 검찰총장을 응시하고 있다”며 “진실과 정의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직시하고 이제 껍질을 벗고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꼼수를 반복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태도를 반복한다면 주권자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검 인권부장이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를 통솔하듯이 조사를 담당하도록 한 윤 총장의 지시는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라고 직접 비판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한 전 총리 사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 등을 이유로 윤 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추 장관은 지난 24일 공개석상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과천청사 대회의실서 열린 제57회 법의 날 정부포상 전수식 축사 당시 “(국민으로부터)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위임 취지에 반하고 있다”며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고 윤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문 거리 두기…추 우회적 비판
국민 여론은 사퇴 반대 우세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추 장관과 윤 총장에게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수사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협의회는 민주당서 윤 총장의 사퇴 요구가 제기되던 시점에 이뤄진 터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민주당 이 대표의 ‘함구령’처럼 윤 총장 거취 논란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문 대통령의 당부에도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 26일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직접 감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26일 국회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윤 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며 “장관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범야권은 범여권의 공세에 ‘윤 총장 지키기’로 맞서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22일 윤 총장에 대한 여권 일각의 사퇴 공세와 관련해 야권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핍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뒤 “양심적인 범야권의 뜻을 모아 윤 총장 탄압금지와 법무부 장관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공동 제출하자”고 요구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윤 총장 비판 공세에 “제발 좀 쓸데없는 언행을 삼가면 고맙겠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려고 애쓰는 검찰총장, 감사원장에 대해 정치권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국회가 딱한 언사를 행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권 치고
야권 막고

윤 총장은 여러 공세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민여론도 사퇴 반대 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양일간 국민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여권이 제기한 윤 총장의 사퇴 주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38.9%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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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