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VS 재력’ 검찰-삼성 파워게임 막전막후

서초동에 역풍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4년 동안 3번에 걸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과는 1대 1 무승부. 검찰과 삼성은 이번 영장 기각을 두고 각각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고성준 기자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 사유에
해석 엇갈려

이 부회장 등 3명은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 이후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띄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는 등 합병 전후 두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해 연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회계사기 혐의 역시 모회사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의심한다. 

법원은 3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9일 오전 2시경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기본적 사실 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법원과 삼성에 한 방 먹은 검찰
영장청구 기각·수사심의위 소집

삼성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 차원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검찰과 삼성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를 두고 지난 11일 또 한 번 부딪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지난 2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초 검찰서 도입했다.

대검 산하의 검찰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검찰은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수사심의위는 운영 지침에 따라 우선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어 소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 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사심위의가 개최되려면 신청서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이 먼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 15명의 검찰시민위원으로 부의심의위를 구성해야 한다. 부의심의위는 이 부회장 등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검찰 시민위원회가 추첨을 통해 선정한 15명의 부의심의위원들은 교사와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됐다. 심의위원들은 부의심의위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측의 의견서를 받아보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한지 여부를 논의했다. 

각각의 의견서 분량은 A4용지 30쪽 이내로 정해져 있다.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은 200 등 규격화된 양식이 존재한다. 부의심의위에서는 별도로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서가 심의위원들을 설득할 유일한 자료다. 부의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 등 3명의 신청인과 검찰이 준비한 약 12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했다.

부의심의위
삼성 손들어

서울중앙지검 검찰 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서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부의심의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부의심의위는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3시간40분 동안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서 진행됐다.  

부의심의위원들은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볼 때 기소의 타당성에 대해 수사심의위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 보호의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는 삼성 측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장기간의 수사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기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부의심의위가 받아들이면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따르는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부의심의위의 결정에 삼성은 일단 안도와 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검찰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부담스러운 결과를 받게 됐다. 만약 수사심의위 결과 불기소 권고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기소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검찰이 개혁 차원서 스스로 만든 제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
 

반대로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의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부의심의위 등 검찰과 삼성의 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관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과의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장검사는 윤 총장 라인의 ‘막내’로 알려져 있는 특수통이다.

이 부장검사는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금융수사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던 그는 특검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통 막내
삼성 잡을까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부장검사로 부임해 특수2부 부부장검사 때 진행하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뒤 특수부가 줄어들며 경제범죄형사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이 부장검사와 수사팀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삼성바이오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4년 전 국정 농단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7년 1월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증언·감정에관한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조의연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특검팀은 보강수사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1차 청구 때와 비교해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했다.

당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17일 삼성그룹 사상 실제 구속된 첫 그룹 총수로 기록됐다. 
 


이후 1심서 징역 5년형을 받고 복역하던 이 부회장은 항소심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5일 석방됐다. 구속된 지 353일만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주긴 했지만 겁박당한 피해자로 봤다. 국정 농단의 주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라는 판단이다. 

삼성 한숨 돌렸지만
파기환송심 어떻게?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 부회장이 관련된 국정 농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또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심서 말 구입료가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한 것을 말 3마리(34억원)에 대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2심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하는 만큼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지난 11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의 재상고심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367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판결이 확정돼 사실상 국정 농단 사태의 실체가 확인된 상황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만 남겨놓게 됐다. 

최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특검과 대검은 이 부회장을 언급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판결을 존중한다. 3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통해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처벌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도 “국정 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기업인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종 확정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관련 사건들도 책임자들의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순실 선고
다음은 이재용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과가 국정 농단 사태 파기환송심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기 위한 노림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하고 이를 받아들인 일련의 흐름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법정서 요구한 내용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1부는 지난해 10∼12월 공판서 내부 준법감시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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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