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꽃놀이패

장관이 판 깔고 여당이 부채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집권여당에선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만 열면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단숨에 대권주자로 뛰어오르는 모양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여론조사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범보수 후보 가운데서는 1위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의 뒤를 이었다. 윤 총장은 이번 조사서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 1위
깜짝 등장

홍준표 의원(5.3%),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3.9%) 등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앞서 조짐은 있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10.8%를 얻었다. 이낙연 의원(32.2%)에 이어 2위다. 황교안 전 대표(10.1%)보다도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도가 나간 후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군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갤럽이 2월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윤 총장은 5%의 선호도를 얻어 이 의원(25%), 황 전 대표(10%)에 이어 3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번 윤 총장 지지율의 배경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보수층이 집결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리면서 키워줘 마치(윤 총장의) 선거대책본부장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추 장관은)김여정처럼 후계자가 되고 싶은 거 아니냐”며 “김여정과 흡사한 그런 톤에 ‘잘라먹었다’며 북한서 쓰는 말(투를 사용해 윤 총장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검 안팎서 ‘총장 흔들기’
추, 비판에 되레 지지율↑

추 장관은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총장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에는 비판 수위가 더 높아졌다. 실제 최근 민주당 지도부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함구령까지 내렸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민주당의 목소리에 더해 윤 총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윤 총장 때리기’ 최전선에 나선 상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 시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이 수사 과정서 증언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되면서부터다. 이 진정 사건을 어디에 배당할지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정면으로 맞붙었다. 법무부는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이관했는데, 윤 총장은 징계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넘겼다. 


진정 사건 배당을 둘러싼 핑퐁 싸움이 이어졌고, 이 과정서 추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법 8조에 의한 저의 지시를 어기고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이 재지시를 내리는 것은)검찰의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장관)말을 안 들어서 재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사에 남아보라. 장관이 그렇게 할 정도로(총장이) 개혁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개혁 대상이 돼버렸다는 게 증명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말 안 듣는 총장이랑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를 해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인 채널A 이모 기자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대립 중이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지검장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검찰 안팎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사건건
작심 비판

앞서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 측은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결정에 대해 추 장관은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서 나온 답변이다. 

그러면서 “규정에 따르면 전문수사자문단은 피의자 측이 요청할 근거가 없다”며 “그런데 수사팀의 이의제기에도 피의자의 요청을 받아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린다면 아주 나쁜 선례가 된다는 우려 제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무혐의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한 것에 추 장관은 “수사팀도 같은 의심을 하며 (자문단 구성에)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 중단을 지시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자 “여러 지적들에 대해 더 상세한 보고를 듣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검찰 내부서도 ‘윤석열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서 “대검찰청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을 건의했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항명을 하고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사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촉구했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사실상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
항명 사태


수사팀은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동시 개최 및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단계서 자문단을 소집하면 시기나 수사 보안 등의 측면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검은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대표 사이에 말을 전달한 인사들이 있었던 만큼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하고, 의혹 제기의 배경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협의체서도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의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했다”며 “이런 상황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이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다면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했어야 한다”며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두 기관의 충돌로 국민의 불편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민주당 김진애 의원)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두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여 “거품” 확대 해석 경계
야 “대선후보될 수 있어”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것을 두고 야권과 여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여권은 한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통합당 이만희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소신과 추 장관 등으로부터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라디오서 밝혔다. 이 의원은 “때릴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니까 민주당에선 함구령까지 내렸다”며 “통합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누구든지 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일에 소신과 의미를 갖고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그런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총장의 급부상이 이른바 야권의 잠룡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반면 여권에선 ‘거품’ ‘신기루’ 등으로 진단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어떤 나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참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며 가진 역량이 총장이란 지위서 비롯된 것이 많다”며 “총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계속 평가받을 것이므로 일단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에는 도대체 대통령 후보가 없지 않느냐”며 “잠시 신기루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자기 영역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자제해야”

여권서도 추 장관의 행보에 대한 공개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조 의원은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거친 언사로 검찰 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의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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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