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오월동주 내막

용쟁호투? 싸우다 정들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은 올해 초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서 인사권을 휘두르면 검찰이 수사권으로 맞서는 식이었다. 코로나19, 21대 총선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검찰 개혁을 장작 삼아 언제든 불길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며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새 정부서 개선해주길 바랐다. 권력기관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특히 검찰은 적폐 청산의 수행자이면서 동시에 개혁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1월부터
티격태격

지난해 트위터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도 검찰 개혁이었다. 트위터는 지난해 11일부터 1115일까지 글로벌 데이터와 국내 다음소프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회분야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검찰 개혁이라고 밝혔다. 그사이 정치 분야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하고, 같은 해 8월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조 전 장관의 지명 이후 가족 비리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 집회가 서초동과 광화문서 열렸다.

지난해 하반기는 조국 정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과정서 검찰 개혁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검찰 개혁을 법제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한 법안 처리를 두고 국회서도 파열음이 들렸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추미애 장관이 오면서부터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14, 장관 임명 35일 만에 물러났다. 이후 민주당 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구원투수로 떠올랐고 올해 13일 취임했다.

추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법무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탈검찰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받들고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법무 분야 최고 책임부처로서 정상적인 위상을 회복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검찰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총선으로 잠잠했다가
다시 불씨 살아날 가능성 나와

그러면서 취임 5일 만인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고검장 승진 5명과 검사장 승진 5, 전보 22명에 달하는 예상보다 큰 규모의 인사였다. 이날 인사로 대검 수사 지휘라인을 비롯한 참모진은 전보 인사를 통해 모두 교체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지만, ‘승진성 좌천에 가깝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를 두고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의 쇄신을 도모했다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렸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가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검찰에 경고성인사를 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는 고위 간부 인사 발표 15일 만인 123일 중간 간부 인사로 다시 한 번 검찰조직을 뒤흔들었다. 고검검사급(차장·부장) 검사 257명과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였다. 지난해 7월 간부 인사 때(647)보다 규모가 컸다. 청와대 수사팀서 차장검사는 전원 교체, 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됐다.

법무부는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인사에 청와대 수사팀을 해체하려는 의도가 있던 게 아니냐는 의심에 “(이번 인사는)현안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현안사건 수사팀은 대부분 유임했다고 밝혔다. 실제 법무부는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 차장검사에 대한 인사만 단행했다.

인사권에
수사권으로

검찰은 법무부의 인사권에 수사권으로 대응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123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당대표)을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비서관의 기소는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

그는 201710월 자신이 변호사로 일하던 법무법인 청맥서 조 전 장관의 아들이 10개월 동안 매주 2회씩 인턴활동을 했다는 허위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비서관은 조씨가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전 비서관의 기소 과정서 윤 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기소를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이 이를 따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항명 논란이 불거졌다. 이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의 첫 검찰 인사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했다.

이 지검장은 문정부 출범 직후인 2017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 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절제된 검찰권검찰개혁 동참을 강조했다. 정부의 검찰에 대한 기조와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 법무부는 최 전 비서관의 기소를 두고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고 비판하면서 감찰까지 언급했다. 이어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와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은 같은 달 29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날인 130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월에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이어졌다. 추 장관은 지난 211일 법무부 브리핑실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내부서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말에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반발의 움직임을 보였다.

윤 총장은 지난 213일 부산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서 수사와 소추(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추 장관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컴퓨터 앞에서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고 검사와 수사관의 일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회의
반발에 연기

일부 평검사도 추 장관의 제안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근무하는 이수영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검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관이라며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개혁은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장관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하는 건 20036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이후 17년 만이었다.


하지만 전국 검사장 회의는 돌연 연기됐다. 대구·경북지역서 신천지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무렵이었다. 당시 법무부는 대구·경북지역서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발생하는 등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사 주체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이 반발이 커지자 법무부서 이를 우려해 검사장 회의를 연기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갈등은 소강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청와대 관련 사건의 관계자들도 선거 이후에 소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렇게 잦아들었던 불씨가 최근 들어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서 민주당이 예상 이상의 압승을 거두면서 검찰 개혁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 개혁 상징으로 여겨지는 공수처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하마평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서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당 간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검사들과 만찬…검사들 의견 청취
추 행보에 “부적절” 지적도 제기

지난 11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신임 검사 임관식과 신고식에 각각 참여했다. 임관식에 참석한 추 장관은 최근 N번방 사건서 보듯 국민은 변화하는 사회현상과 신종 범죄에 법이 빠르게 응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국민이 요구하는 정의가 우리 사회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이웃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고식에 참석한 윤 총장도 최근 문제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청소년의 삶을 파괴하는 반문명적 범죄라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세심한 보호와 지원에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대검찰청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음날인 12일 추 장관이 검찰 간부들과 만찬을 가졌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수도권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장 8명과의 저녁 자리서 검찰 구성원들이 업무에서 보람을 갖고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일선의 생생한 경험과 지혜를 모아 개혁의 주체로서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서 추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검찰 개혁을 비롯해 민생범죄 대응방안, 형사부 강화방안과 애로사항 등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검 검찰개혁추진단도 지난 11일부터 전국 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일선 검사들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일선 검사들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진행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개선점 등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는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행보에 대해 두 기관이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추 장관이 검찰 형사부장들과 가진 만찬 자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간담회 초청 대상에 추 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가 포함돼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간담회 초청을 받은 8곳의 검찰청 가운데 불참자는 없었지만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수원지검 등은 형사1부장 대신 차석 형사부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묘한 신경전
불길 번지나

해당 검찰청 형사1부장들은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부지검 형사1부는 추 장관이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고, 수원지검 형사1부는 추 장관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비공개 결정에 대한 고발 사건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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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