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사랑했던 ‘원맨쇼의 달인’ 백남봉 삶 조명

2010.08.03 09:35:24 호수 0호

반세기 웃음 주고 영원히 떠나다


‘원맨쇼의 달인’ 백남봉이 향년 7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백남봉은 지난 7월29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백남봉은 지난해 폐암 진단 이후 종양 제거수술을 받는 등 투병해왔다. 최근 폐렴증세를 확인, 입원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한때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 했다. 무대를 사랑했던 백남봉의 삶을 돌아보았다.

1967년 서울 물랑루즈 무대 통해 본격적인 희극인생 시작
구수한 팔도 사투리·성대모사 등 ‘한국식 원맨쇼’ 기틀 닦아


고 백남봉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국식 성대모사와 원맨쇼로 서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던 희극인이었다.
백남봉은 1939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부친을 따라 평안도로 간 뒤 6·25전쟁 당시 서울로 월남해 고아원에서 자랐다. 밑바닥 삶의 애환을 체험하던 그는 코미디언 이종철의 소개로 무대에 올랐다. 1967년 서울 물랑루즈 무대를 통해 본격적인 희극인생을 시작한 백남봉은 남보원의 무대에 찬조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원맨쇼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1969년에 TBC 라디오 장기자랑을 통해 방송에 데뷔했다. 당시 김장재료들을 이용한 ‘김장마라톤’을 중계방송식으로 구사해 화제가 됐다.  백남봉의 원맨쇼는 구수한 팔도 사투리와 성대모사, 그리고 각종 자연의 소리를 재현하며 한국식 원맨쇼의 기틀을 닦았다. 데뷔 당시 ‘새나라쇼단’에서 함께 활동한 남보원과는 명콤비이자 라이벌로 활동했다.



2008년 4월 폐 부근 종양 발견

그의 코미디는 남을 깎아 내리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주는 겸양이 돋보였다. 그는 실제생활에서도 여러 사람 앞에서 웃기는 일을 즐기며 늘 어려운 선후배와 동료의 살림을 살폈던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그는 2006년 ‘청학동 훈장나리’라는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본격활동을 시작했으며 자전거를 통해 전국의 산야를 다니며 건강을 과시했다.

2005년부터는 막내딸 박윤희씨와 함께 케이블채널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희극계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일흔을 넘기면서 그의 건강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꾸준히 피웠던 담배도 끊은 데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했으나 세월의 무게가 점점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백남봉은 2008년 4월 늑막염 수술을 받던 중 폐 부근에 종양이 발견됐다. 백남봉은 10시간에 걸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건강이 회복됐다는 소식과 함께 위성채널 실버TV에서 딸 박윤희씨와 함께 2009년 4월까지 ‘백남봉쇼’를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백남봉은 최근까지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으며 지인들과 왕래를 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7월 중순 폐렴증세가 악화 돼 서울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입원 초기에는 가족들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오다 결국 사망소식을 전하게 됐다.

백남봉은 투병시절에도 늘 문병 오는 지인들을 챙기며 방송복귀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달 전까지도 “얼른 나아 무대로 돌아가겠다”며 후배들에게 “너희들 잘해라. 내가 복귀해서 제대로 보여주마”라며 웃음을 보였다.

백남봉의 한 측근은 “우리 후배들에게 ‘얘들아 너희 좀 잘해라. 내가 무대로 돌아가면 너희들 큰일 난다’며 농을 던지셨다”면서 “휠체어에 앉아 계셨는데 복수가 꽤 많이 차 올라 숨을 쉬시는 게 힘겨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무대 복귀 의지가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꼭 회복하실 거라고 기대를 하며 돌아왔다”고 말했다.

방송복귀 의지 불태워

그는 이어 “요양원에서 뵙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병원 중환자실로 옮기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항암치료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항암치료를 하면서 쇼크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이 오랜 투병 끝에 작고한 가운데, 이어진 백남봉의 별세 소식은 오랜 코미디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웃음을 주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던 서민들의 스타, 무대를 가리지 않았던 천상 코미디언, 항암 투병 속에서도 생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원로의 사망 소식에 코미디계가 숙연해졌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