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폭행사건은 사건의 크고 작음을 떠나 ‘핫이슈’가 된다. 지금까지 스타들의 폭행사건들을 돌이켜볼 때 그들에게 있어 큰 벌은 단순히 법적 판단의 잣대만이 아니다. 사실 이들은 법적 다툼 끝에 결백함이 밝혀지기도 했고 합의를 통해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이미지 실추’라는 점은 쉽게 회복시킬 수 없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연예인들은 폭행사건이 터지면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최철호 사건을 통해 연예인 폭행사건의 법칙 4가지를 뽑아 보았다.
처음엔 무조건 발뺌…“난, 아무 상관없다”
‘고소한다’ 엄포…“허위사실 유포하지 마”
연예인 폭행사건의 첫 번째 법칙은 ‘무조건 발뺌을 한다’이다. 대부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언론사가 취재에 들어가면 무조건 ‘아니다’고 발뺌을 한다. 탤런트 최철호도 처음 여자 연예인 폭행설이 돌았을 때 “난, 아무 상관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최철호는 “드라마 <동이>에 함께 출연 중인 탤런트 손일권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가 옆 테이블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손일권이 6명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이를 말리다가 시비가 붙은 상대들에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최철호 소속사 측 관계자도 “사실 무근이다. 최철호가 피해자다”며 “여자 연예인은 손일권 여자 친구다. 최철호는 말리는 과정에서 한 취객으로부터 맞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최철호 측 관계자는 이어 “술집에 CCTV가 있으니 내막은 곧 밝혀질 것이다”며 “왜 손일권 여자친구를 때렸다는 식으로 소문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고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상혁·강인
발뺌형 연예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과 사건의 관계를 부정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사건의 원인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떠넘겨 대중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가수 김상혁,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이 대표적인 발뺌형 연예인들이다.
김상혁은 지난 2005년 음주 운전을 하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사건이 커지자 김상혁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 때문에 팬들은 등을 돌렸고 김상혁은 아직까지도 예전과 같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강인은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과의 시비로 폭행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강인은 사건 초반 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CCTV 판독 결과 폭행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공식적인 사과 후 활동을 중단했다.
두 번째 법칙은 기자들에게 ‘엄포를 놓는다’이다. 언론사의 취재 압박이 서서히 가해지면 연예인들은 “허위사실 유포 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세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히려 강하게 나감으로써 ‘진짜 연루가 안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먹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기자들의 근성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낸다.
최철호는 지난 12일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서 방송된 CCTV 공개 이전 인터뷰에서 “나중에 결과보고 확인해라. 법이 다 밝혀줄 것이다. 만약 사실과 다르게 기사가 나가면 신고할 것이다”라는 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동안 안 좋은 사건에 연루됐던 연예인들 대부분은 기자들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소속사에서 “사실과 다른 기사를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세 번째 법칙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눈물의 기자회견을 연다’이다.
최철호는 여성 폭행사건이 사실로 밝혀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인정하고 사죄의 눈물을 흘렸다. 최철호는 지난 11일 오후 6시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기자들에게 ‘엄포’
오히려 역효과
그동안 안 좋은 사건에 연루됐던 연예인들 대부분은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로 사죄했다. 이는 더 큰 이미지 실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철호도 많은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하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비추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반성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반성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처음 폭행사건 보도가 있었을 때 폭행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던 그의 모습이 아직 지워지지 않아서다.
들키면 눈물의 기자회견…“정말, 죄송합니다”
왜, 사건은 새벽에 일어날까…새벽촬영 허다
최철호는 뻔한 변명과 안일한 대처로 스스로 사건을 확대시켰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넘어갈 수 있던 일이 계속된 변명으로 인해 용서받지 못할 사건으로 비화됐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최철호 폭행사건이 기사화 되면서 새삼 거론된 연예인이 있다. 바로 최민수다. 한때 폭행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최민수의 대처방법이 최철호의 대처방법과 달라, 비교가 됐다.
최민수는 2008년 6월 말 70대 노인을 폭행·협박한 사건과 관련해 큰 화제를 낳았다.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는 동안 최민수는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무릎을 꿇으며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다만 “내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면 절대로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겼다. 꽤 오랫동안 기사화 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건만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그리고 현재 최철호 폭행사건이 벌어지자 그때의 사건과 적잖이 비교되는 분위기다.
네 번째 법칙은 ‘폭행사건은 새벽에 일어난다’이다.
연예인들은 야간에 활동을 하는 직업이다. 연기자들은 밤샘 촬영을 하다보면 새벽에 촬영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가수들의 행사도 대부분 밤에 잡혀있다. 자연히 늦은 시간에 술을 먹게 된다. 술자리에서 접촉하는 일반인들도 늦은 시간까지 과음을 한 이들이 많다.
예전에는 일반인들이 유명인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유명인이 ‘내가 누군데...’라며 윽박지르는 일도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쌍방향 온라인’ 시대다. 미디어도 발달됐고, 인터넷에 이런 저런 얘기가 올라오면 삽시간에 퍼진다. 연예인들은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동네 후배 부르듯이 ‘야, OOO’라고 반말을 하기 일쑤다. 그때는 정말 화가 난다”고 말한다. 또 원색적인 말로 자극하는 팬들도 많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일반인들보다 훨씬 직선적인 성격의 연예인들이 발끈해서 사고가 터질 확률이 높다.
한 관계자는 “유명인은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스타의 숙명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스타도 한 명의 인격체로 봐주는 팬들의 따뜻한 배려다”고 말했다.
눈물 흘리며 사죄
이미지 실추 막을까?
연예인들의 폭력행위가 일반인보다 훨씬 부풀려지고 왜곡·확대 보도되는 경향도 물론 있지만 공인이라는 위치에서 폭행사건 관련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폭력’ 앞에 냉정하다. 일련의 사건들이 증명하듯 폭행시비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연예인들이 폭행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며 “잊을만하면 터지는 ‘연예인들의 폭행사건’은 저마다의 행동과 사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제몫의 의무를 다해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