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라는 하나의 마당에 두 개의 전쟁이 펼쳐졌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둔 여야의 대결과 각 당 거물 정치인들의 ‘내 사람 살리기’라는 내·외전이 함께 치러지고 있는 것. 지방선거의 승패를 계기로 차기 대선주자 순위가 달라지는 거물급 인사들은 밖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세력구도를 결정지을 내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측근 지원유세에 각별한 신경을 쓰거나 ‘내 사람’임을 주변에 알리는 등 바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여야 거물 전국 방방곳곳 뛰며 지방선거 지원유세
“이 사람만은 꼭 뽑아 달라” 측근 출마에 표몰이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각 당 실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방선거관련 일정과 거물급 인사의 지원유세에 목말라하는 출마자들의 지원요청이 겹치면서 스케줄에 틈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하루하루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작게는 한 지역에서 크게는 전국으로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허다하다보니 약속시간에 제대로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바쁜 일상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당내 거물들은 이와 함께 ‘내 사람’도 착실히 챙기고 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거나 선거사무실 개소식, 출마선언 등에 함께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 손 전 대표의 경우 측근들의 선거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정계 복귀 수순을 밟았을 정도다.
전국은 잠룡 대리전 중
손 전 대표는 칩거에 들어간 후 두드러진 정계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측근들의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실 개소식 등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는 지난 2월20일 김재목 안산시장 후보, 24일 이광재 의원, 3월2일 이시종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당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시종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신의 출마와 관련, “지난해부터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라는 손 전 대표의 권유가 있었고 나는 그 명에 따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의 출마를 돕기 위해 춘천에 칩거 중이던 손 전 대표가 충주 지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11일에는 자신의 비서 출신인 서양호 서울 동대문구청장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 “정치는 참신하고 깨끗해야 한다”면서 “손학규를 팔아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3월19일에는 군포시장 선거에 출마한 하수진 전 도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았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이 도지사 시절에 도의원을 지냈던 하 전 도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나라에는 국격이 있듯이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품격있고 능력있는 민주당 후보를 선출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3월20일에는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염태영 민주당 부대변인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았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2일에도 염 후보의 캠프를 방문해 “선거기간동안 여러번 내려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의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던 손 전 대표와는 달리 당 안팎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은 대체로 ‘분산’ 됐다. 당대표 등의 직책으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편애’하는 모습이 보이면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정동영 의원의 경우가 그랬다. 정 의원은 지난 3월21일 전주 덕진 지역위원회 당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식구니 도와줘야 한다”며 전주시장 선거에 나선 김희수 도의회 의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전북도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유종일·정균환 예비후보의 사무실을 찾아 격려했다. 유종일 예비후보의 사무실은 정 의원이 복당 직후 처음으로 찾은 곳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그러나 정세균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와 차이를 두는 것으로 비춰지며 눈총을 받았다.
선거에서 발 뺀 박근혜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면서 몸값이 더 오르고 있다.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던 친박계 인사들이 연이어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선거 지원 가능성을 낮췄지만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원에 목을 매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박 전 대표가 이석원 달성군수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면서 ‘선별지원’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이날 달성행에 대해 “매년 어버이날에 왔었고, 지역구 군수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도 있어서 오게 된 것”이라며 선거 지원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방선거와 관련, “지방선거에서 ‘측근’이 얼마나 살아 돌아올 수 있느냐에 따라 거물들의 당권·대권 경쟁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공천을 통해 1차 승부가 가려졌다면 무소속으로까지 출마를 강행한 이들과 여권 혹은 야권 후보와의 본선 경쟁은 ‘진짜’를 가리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