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계약을 맺는 연예인과 소속사는 서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그 꿈이 항상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기투합하던 당시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상호비방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씁쓸한 결말이 허다하다. 최근 신인 연기자 A양이 소속사를 배신하고 다른 소속사로 옮기려다 구설에 휘말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신인 연기자 A양 놓고 매니저들 ‘멱살’
청사진 제시 ‘스카우트’…소속사 비방도
지난 4월말 매니저들이 멱살을 잡는 사건이 벌어졌다. B 기획사 소속 매니저 K씨와 C 기획사 소속 매니저 L씨가 설전을 벌인 것. 그 이유는 올 초 모 드라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며 개성 있는 마스크로 주가를 올린 신인 연기자 A양 때문이었다.
혹한 A양, 백수 생활
A양이 소속된 C 기획사는 신인 유망주를 뽑아 톱스타로 키우기로 정평이 난 기획사. A양도 3년 전 길거리 캐스팅 되어 이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연예인 중 한 명. 3년여의 공을 들여 이제 빛을 볼만하니 다른 기획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A양에게 접근을 시도한 것.
평소 A양을 눈여겨보았던 B 기획사 소속 매니저 K씨는 드라마 제작관계자를 동원, A양 소속사 몰래 A양과의 은밀한 만남을 추진했다. A양과 만남을 가진 K씨는 소형 기획사인 C 기획사에 대한 비방과 대형 기획사 B 기획사로 옮겼을 때의 청사진을 얘기하며 A양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고민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A양을 설득하기 위해 K씨는 A양과 자주 연락을 취하고, 몇 번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잦은 만남 이후 촬영에 들어가면 핸드폰을 찾는 일이 없었던 A양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신경질을 내는 A양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매니저 L씨는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A양이 촬영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L씨는 ‘뭔가 있구나’란 생각에 A양을 추궁했지만, A양은 “컨디션이 별로다”는 말로 그냥 넘어갔다.
소속사 이적 과정서 법정 다툼 발생
합리적 계약 관행 자리 잡아야
A양 때문에 고민을 하던 L씨는 뜻밖의 얘기를 듣고 기가 찼다. 어느 날 밤 L씨와 친분이 있는 방송관계자가 사무실로 찾아와 “A양이 C기획사 소속 아니냐. 근데 왜, B 기획사에서 프로필을 가지고 다니며 돌리냐”라는 말을 들은 것.
매니저 K씨가 A양이 당연히 B기획사로 올 것이라는 확신에 하반기에 방송될 드라마에 A양을 집어넣기 위해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하다 그만 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L씨는 그날 밤 촬영이 없던 A양이 당연히 숙소에 있으 리란 생각에 찾아갔다. 하지만 A양이 숙소에 없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A양은 한 남자의 차를 타고 숙소 앞으로 들어왔다. 당시 남자 친구가 없었던 A양이기에 이상하게 생각한 L씨는 차에서 내리는 A양에게 다가가 “누구냐”고 물었고, A양이 우물쭈물 하자 B 기획사 관계자라는 걸 알았다.
화가 난 L씨는 A양에게 목소리 높여 고함을 쳤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K씨가 말리자, L씨와 K씨간의 싸움으로 번졌다.
L씨는 “A양을 왜 만났냐. B 기획사는 연예인들을 잘도 빼가던데 A양도 빼가려고 만났냐. 그 회사는 상도덕도 없냐”며 소리를 쳤고, 이에 K씨는 “선택은 A양이 하는 거다. 스타를 키울 능력이 없으면서 왜 붙들고 있냐”고 맞받아 쳤다.
감정이 격해진 L씨는 K씨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K씨도 L씨의 멱살을 맞잡았다. 고성이 오가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두 사람을 말리던 A양은 숙소로 들어가 버렸고, 동네 주민이 나와 말리면서 싸움은 일단락 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O씨는 “주먹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서로 멱살을 잡고 욕설이 오갔다. ‘왜 접근을 했냐, 회사만 크면 다냐,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말라’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스타 빼가기’ 악습 여전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A양은 사건 다음 날 스카우트 제의를 한 B 기획사 소속 매니저 K씨를 만나 없던 일로 하기로 하고, 소속사 매니저를 만나 소속사 배우로써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배신을 여러 번 당했던 C 기획사는 A양에게 소속사를 나가 달라고 했다. A양은 연예계에 안 좋은 소문이 날 것을 우려, 백배 사죄를 했지만, C 기획사는 A양을 내쳤다. 결국 A양은 소속사를 잃고 다음 작품도 고르지 못한 채 백수로 지내고 있다.
기획사들의 유망 신인 빼가기는 빈번히 일어난다. 연예계의 법정 다툼 대부분이 소속사 이적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획사들의 무리한 ‘스타 빼가기’ 악습도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 합리적인 계약 관행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소 연예기획사에서 발굴해 키워놓은 신인 유망주를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영입한다. 보통 군소 연예기획사는 ‘된다’ 싶은 신인을 발굴하면 그에게 사운을 걸고 올인 한다. 연기, 노래, 춤 훈련은 물론이고 성형수술을 시키고 방송국, 언론사, 제작사, 투자사, 광고주 등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친다. 이렇게 스타로 뜬 신인은 소속사의 수입 대부분을 벌어다주는데 이때부터 대형 기획사들의 접근도 시작된다.
한 연예관계자는 “신인 유망주로서는 대형 기획사가 제시하는 거액의 계약금 뿐 아니라 작품 및 광고 섭외 능력에 유혹될 수 밖에 없다”며 “신인을 발굴한 군소 기획사는 대부분 ‘초기 투자비용’을 들어 소속 연예인에게 수입 배분을 불리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신인스타가 대형기획사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