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쓰러뜨릴 ‘칼’ 여기 있소”

2010.04.20 09:13:51 호수 0호

서울시장선거 ‘한명숙 대항마’ 경쟁 열전



서울시장 선거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호랑이가 날개를 얻은 양 기세가 대단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경선을 통해 몸값을 올리면서 ‘한명숙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경선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해 벌써부터 한 전 총리와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것.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의 한숨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명숙 대항마’가 떠야 지방선거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데 이번에 나선 이들로는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지방선거 핵심 변수 된 한명숙, 한나라당 “이를 어째”
몸 달은 여권 ‘누굴 보낼 순 없고…’ 제3후보론 솔솔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이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으나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는 결과가 전해진 탓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오 시장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여권 후보들도 ‘한명숙 후폭풍’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 타는 한나라당 후보들

한나라당 후보들은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을 공격하면서 후폭풍의 범위와 영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특히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검찰의 별건수사다. 한 전 총리와 검찰간의 대결구도가 후폭풍을 생산해 낸 점을 들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명숙 효과를 키울 우려가 있는 제 2의 대결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

오세훈 시장은 “선거는 선거고 재판은 재판이고 수사는 수사”라면서도 “엄중한 상황이지만 검찰의 신중하고 현명한 결단으로 선거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1일 간담회를 갖고 “지방선거 이전에 별건수사에 대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은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도 “서울시장 선거가 ‘한명숙 대 검찰’ 구도로 갈 위험성이 있다”며 검찰의 추가수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나 의원은 이와 함께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 이후 나온 여론조사들을 토대로 ‘오세훈 불가론’을 폈다. 오 시장 지지율은 오랜 시간 정체 상태인 반면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은 무죄판결 후 10% 급등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명숙 후폭풍을 이용, 선두에 서 있는 오 시장을 흔든다는 심산이다.

원희룡 의원은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해 “검찰은 혐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조사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곽영욱씨 진술에 기초했던 1심 재판이 무죄가 났고 선고 전날 압수수색 영장단계에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보면, 국민적인 오해를 받기가 쉽다”면서 “지금은 오이밭에서 갓을 고쳐 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이어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판결과 관련, “판결이 나오자마자 오 시장이 바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현역(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허약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현직시장의 프리미엄이 벗어지고,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후보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후보들은 ‘한명숙 대항마’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시정에 몰두, 다른 후보와 선거행보를 차별화하면서 ‘대세론’을 유지해나간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오 시장을 견제하면서도 한 전 총리의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현재 4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을 본선으로 확대, 오 시장과 한 전 총리 그리고 본인의 3각 구도로 바꿔간다는 것이다.

원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한 전 총리가 탄압받는 모습이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지금까지보다는 한명숙 지지층도 결집할 것이고 중간층도 한 전 총리로 특히 젊은 세대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 의원은 이어 “한 전 총리와 한나라당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될 중간층의 지지를 추가로 끌어올 수 있는 면에서 내가 추가적인 지지를 모아낼 수 있는 후보”라면서 “‘추가적 중간 지지층’은 이념이 고정되어 있거나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갖고 있기 보다는 우리 생활에 밀착된 정책을 펼 수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유권자”라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여성 대 여성’의 대결구도를 강조했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성대 여성’ 인물론의 선거가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 의원은 “한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최초의 여성후보라는 점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불안한 것을 갖고 본선에서 깨지기보다는 경선을 치열하게 해서 튼튼한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한 전 총리를 ‘진정한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는 동시에 “지금부터는 ‘한 전 총리가 과연 일을 잘했었나. 잘할 수 있을까’를 시민들이 묻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의 재임 시 발생한 2006년 대규모 학교 식중독 사태를 들었다.

당 지도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방선거 최후 마지노선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너지면 차오른 물결이 어디까지 범람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것.


제3후보론 들썩들썩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제3후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까지 한 전 총리의 판결을 기다리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내비쳤던 생각들이 현실이 돼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들을 전략공천하거나 중도성향의 표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제3후보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선을 끝까지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미 후보들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움직임은 당내 분열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선 분위기를 띄워 경쟁력있는 후보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 전 총리의 영향력을 방비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어려운 것으로 예단해 스스로 무너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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