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설' 금감원 무슨 일이…

2014.11.24 10:15:12 호수 0호

박지만과 연결되면 줄줄이 낙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해임됐다. KB금융 사태에 대한 문책성 경질로 보도됐다. 그러나 공동 책임자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건재하다. "경질은 없다"고 못박은 청와대는 한 달여 만에 말을 바꿨다. 후임으로 내정된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대선의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일종의 보은인사인 셈이다. 굴러온 진웅섭은 박힌 최수현을 빼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최 원장을 빼낸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소문은 사실이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6일 '경질설 도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왜'라는 기사에서 최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여권의 반응과 경질 시기 등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최 원장은 11월 전후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됐다.

예정된 사퇴

이로써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 임명한 주요 권력기관장을 모두 교체했다. 주목할 부분은 최 원장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거의 동일한 경로로 해임됐다는 것이다. 남 전 원장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여파가 잦아들 때쯤 경질됐다. 최 원장 역시 'KB금융 사태'의 불길이 꺼질 때쯤 해임됐다. 정부 일부 고위관료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었고, 청와대발로 '사퇴설'이 유포된 점도 같았다.

최 원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짐을 쌌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경질론에 힘을 주고 있다. 후임으로 지명된 진웅섭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사전 내정설'에 관한 질문에 노코멘트했다. 앞서 진 원장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피감사기구였던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최 원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반대로 차기 권력을 약속받은 피감사기구는 보폭이 넓어졌다. 일각에선 진 원장의 내정 시기를 9월 전후로 관측했다. 최 원장을 겨냥한 사퇴 압박은 지난 7월께부터 본격화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경질 시기를 늦췄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의 해임부터 진 원장의 취임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다. 최 원장 본인도 자신의 경질을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최 원장은 사퇴 직전까지 '한일 금융감독 셔틀미팅'에 참석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초까지 사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업무에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2~3일 만에 사표를 제출한 데에는 '윗선'의 통보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에게는 우군이 없었다. 지난 9월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올라온 후 조직 분위기가 경직됐다"며 "현 시스템에 비판적인 인사를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 인사권을 제멋대로 휘둘러 조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최수현 팽 당했다?
"경질 없다" 청와대 한달만에 말 바꿔

최 원장은 금감원 직원으로는 첫 내부 승진한 '순혈'이다. 비(非)모피아로 분류됐다. 그러나 정권 입장에서 최 원장은 '공신'이 아니었다. 최 원장은 출신의 한계를 업무로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금감원 내부에서 모피아와 가까운 인사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채널을 위축시켰다. 때문에 정보는 엉뚱한 곳에 모여들었다. 최 원장에게 전해져야 할 정보는 모피아에게 먼저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 원장의 경질을 앞당긴 한 이유로 지목됐다.

금감원은 이른바 '금융검찰'로 불리는 권력기관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관리를 받지만 독자적인 계좌추적 등을 할 수 있어 정권 입장에서는 특정 세력을 견제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금감원의 수장은 금융정보를 틀어쥐고 권력을 압박할 수 있다. 정권이 믿을만한 인사를 권력기관에 앉히는 이유다.

계좌추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정 인물이나 기업을 조회하면 기록이 남는다"면서 "이번 정권에서 금기시 하는 키워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기업을 예로 들면서 "A기업과 관계된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볼 경우 차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불경죄'라는 것이다.

최 원장이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은 없다. 그러나 권력 주변에선 금감원을 이용해 정적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최 원장은 튀는 인사였다. 대표적인 예로 최 원장은 KB금융 사태 당시 징계 수위를 놓고 금융위와 마찰을 빚었다.
 

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과 같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해임조치를 청와대의 '금감원 길들이기'로 풀이한다.

실제로 동양증권 사태, 정보유출 대란, KB금융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은 금융위에도 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건재하다. 지난 9월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가 최 원장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경질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말을 바꾼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 원장의 지위는 신 원장만큼 공고했다. 일부 언론은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최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친분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질설이 불거지면 '최 원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옹호론이 비등했다. 이를 종합하면 청와대 안에 최 원장을 지키려는 세력이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감원을 둘러싼 권력암투는 최 원장을 쳐내려는 세력이 승리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박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정라인 인사들이 올 들어 하나둘 요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 이어 최 원장은 자리를 비웠다. 출범한 2기 내각에서 박 회장과 관계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소위 '비선라인'이 개입해 '박지만 세력'을 밀어내고 있다는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후폭풍 일듯

최 원장의 경질을 앞두고 금감원 내부에선 인사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원장 취임과 함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수현 라인'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다. 당장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의 행정고시 선배이자 나이도 두 살 위다. 최 부원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최수현 경질'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진웅섭은 누구?]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에 합류해 박근혜 캠프의 경제정책을 조언한 숨은 공신으로 불렸다. 지난 2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1959년 서울 출생 ▲고졸 검정고시 ▲건국대 법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총무처 수습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혁신행정과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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