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태 속 봉은사 폭로전 막전막후

2010.04.06 10:11:14 호수 0호

불교계 주무르는 ‘보이지 않는 손’ 있다?


‘봉은사 사태’가 거듭되는 폭로전으로 불교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현 정권의 밀착관계가 전해진 것.

봉은사의 주지인 명진 스님은 일요법회를 통해 자승 총무원장과 여권의 ‘친밀한 관계’를 낱낱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현 정권의 외압 논란의 파장은 다시 한 번 불교계와 정가를 진동시키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태로 잠시 세간의 시선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봉은사 사태’는 만만찮은 파괴력을 품고 4월 국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봉은사 일요법회, 열렸다하면 종교계·정치계 뒤흔드는 폭로
명진 스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관련 안상수 외압 의혹 제기


봉은사의 대한불교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으로 시작된 의혹 제기가 불교계와 정치권의 밀착관계에 대한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봉은사의 주지인 명진 스님은 지난달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과 관련, 정치권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5일 취임한 후 11월13일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자승 총무원장에게 얘기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안상수 외압의혹은 ‘불씨’
현 정권 연결고리 밝힌다

명진 스님의 폭탄 발언 이후 불교계와 정치권은 쑥대밭이 됐다. 야당은 안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대여공세를 본격화했으며 봉은사 신도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졸속 추진된 봉은사 직영을 즉각 철회하고 안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시민단체 및 승가단체 10곳도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불교 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불교를 능멸한 망언”이라며 안 원내대표의 사죄 및 공직 사퇴,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봉은사 사태’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안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 안팎에서 안 원내대표를 향한 퇴진 압박이 이어진 것. 명진 스님도 ‘징계’ 위기에 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이 ‘시시비비할 가치도 없는 주장으로 일반 사회의 곡해를 부추겨 중앙종회는 물론 종단 전체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명진 스님을 징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파문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명진 스님은 지난달 27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가깝게 지내며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2007년 대선 당시 조계종 입법부 격인 중앙종회의 의장이었던 자승 총무원장이 이명박 후보의 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과 함께 여러 사찰을 다니며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말했다.

대선 두 달 전인 10월13일 자승 의장이 이 의원을 데리고 봉은사에 와서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 신도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금도를 넘지 말라’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명진 스님은 “당시 자승 스님이 이 의원과 함께 봉은사, 용주사 등 여러 사찰을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종단 지도자가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나아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도 청와대와 국정원 등 여권이 자승 스님을 돕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당시 봉은사 다래헌에 사무실을 차려둔 자승 스님이 통화 때마다 이상득 의원의 이니셜인 ‘SD 영감’과의 통화라고 말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달 28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21일 일요법회 당시 “여당 대표와 자승 원장이 얼마나 가까운지 다음 주에 얘기하기로 하자”고 했던 만큼 28일 일요법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은 재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에서 불교지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하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죠’라고 이야기했다는데 봉은사 문제는 자승 원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리는 장맛비라는 것을 아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자승 총무원장이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13일 이상득 의원을 봉은사로 데리고 왔던 일화를 전했다. 두 번 거절 끝에 이 의원과 점심을 먹었으며 이 자리에서 그가 “반야심경의 ‘반야’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자, 이 의원은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했던 언사들이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종교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걱정스러우니 불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추라”고 했고, 자승 스님이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봉은사 방문을 요청하기에 거절했다 것. 명진 스님은 이와 관련, “불교계 입법기관의 수장이 어떤 이유로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아른대는 ‘형님 그림자’
세종시 문제도 협조요청?



또한 자승 스님이 지난해 12월24일 박형준 정무수석과 함께 충청도에 내려가 마곡사, 수덕사 등 지역 절 주지들을 모아놓고 세종시 문제와 관련, 협조를 요청했음을 전했다. 명진 스님은 세종시 문제 협조 요청과 관련해 “한국불교 대표종단의 수장이 시비와 논란이 있는 문제에 대해 지역 주지들을 모아놓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자승 원장 간에 어떤 야합과 밀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명진 스님의 주장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원담 스님 명의의 보도 자료를 통해 명진 스님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 총무원은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죠’라고 발언했다는 데 대해 “2008년 6월6일 초청오찬 자리에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참석했지만 ‘소나기’ 발언은 자승 스님이 아닌 다른 종단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과 명진 스님을 찾았던 데 대해서도 “2007년 10월 자승 스님이 이 의원과 함께 명진 스님을 찾아가 점심공양을 했지만 봉은사 숙원사업이던 지하주차장 계획 등 현안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을 뿐 이명박 후보를 봉은사 법회에 소개해 달라는 이야기를 나눈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불교 내부 ‘말싸움’
정권에는 아픈 가시로

총무원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협조 요청과 관련, “지난해 12월 모임은 조계종 발전계획 수립 워크숍을 끝낸 후 충청지역 사찰 주지 스님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자리가 끝날 무렵 박형준 수석이 찾아와 세종시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무원은 이와 함께 “자승 총무원장은 세종시 지지발언을 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총무원은 이어 “명진 스님의 발언은 왜곡, 논리적 비약, 끼워 맞추기식의 부적절한 행위”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부처님 앞에서 사부대중에게 주장하는 행위는 마땅히 자제해야 하며 종교인으로서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진 스님이 지난달 28일 일요법회를 통해 자승 총무원장과 현 정권과의 밀착관계에 대해 주장한 것은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에 대한 ‘외압설’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명진 스님은 이날 안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사업이나 불교문화재 관리 등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정부예산을 쓰고 정치권력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약점 잡아서 나를 ‘좌파’로 몰아붙였다”면서 “안 원내대표가 해명과정에서 자신을 모른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것도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봉은사 사태’는 안 원내대표의 외압 의혹에서 명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의 진실공방으로 중심점을 옮기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차 폭로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현 정권과 밀착관계 주장
이상득 의원 불교 공들여, 박형준 정무수석 세종시 협조 요청

여기에 천안함 침몰사태로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 것도 이번 논란을 불교계 내부의 공방전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봉은사 사태’의 물길이 달라지자 불교계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장 스님들의 단체인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대중결사)’ 소속 한 스님의 말처럼 “외부에서 던진 돌에 종단만 출렁이는 고약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불교계 단체들은 토론회를 제안하며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지난달 1일 조계종이 대화제의를 수용하면서 사태 해결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치권으로의 불길은 천안함 침몰사고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잠시 묻힌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천안함 침몰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현 정권의 봉은사 외압 의혹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4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이 고비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전문가는 “야당이 봉은사 사태를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사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불씨를 살려 지방선거까지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봉은사 외압 의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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