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1백억대 사기사건 전모

2010.03.30 09:58:40 호수 0호

“믿고 투자했다 ‘쪽박’”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실린 홍보자료를 배포하면서 케이블 방송사를 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속여 주부와 직장인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 투자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연예기획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4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A연예기획사 사무실에는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50여명의 투자자들로 꽉 찼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기획사 대표 P씨와 전직 대표 O씨가 남자 탤런트 K씨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

P씨는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국이 코스닥에 상장되는 10월 이후에는 원금 보장은 물론 매달 5%의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L씨는 탤런트 K씨와 P씨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이고 투자약정서에 서명했다. L씨는 매달 수백만원씩 총 9100여만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L씨는 “연예인을 믿고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했다”고 했다.

하지만 3년간 26억원의 적자를 낸 이 회사는 자본금이 잠식된 상태여서 주식 상장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L씨는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23일 주식투자 목적으로 100억원대를 끌어모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사의 P대표와 전 대표 O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사가 만든 불법 투자유치 업체인 B사의 경영이사 H씨 등 회사 관계자 15명은 투자자를 모아 수당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P씨 등은 2008년 9월 A사가 소유한 여행 관련 케이블 PP(채널사업자)를 코스닥(KOSDAQ)에 상장시켜 매월 5%의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고 꾀어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자 887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A사에 소속된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실린 홍보 자료를 뿌리고 투자설명회에 일부 배우를 출연시켜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서 ‘원금을 보장한다’며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발행한 방송사 주식을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투자자를 데려오면 웃돈을 얹어주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수법으로 피해자를 모았고, 챙긴 돈은 상위 투자자에 나눠주는 수당과 방송사 적자 보전액으로 탕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해당 PP의 CEO를 겸직했던 A사 대표 박씨는 방송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었고, 회사는 자본이 잠식돼 주식 상장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와 퇴직 직장인 등 평범한 시민이었고 연예기획사가 방송사의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목돈을 날린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사 소속 연예인들이 ‘투자 사기에 이용당하는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들을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A사는 유명 영화배우와 탤런트 7명이 소속돼 있던 중견 연예기획사로, 출연료 착복 시비가 잦아 지금은 배우들이 모두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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