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는 이들은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그 방법에는 각기 차이가 있다. 정운찬 총리는 ‘편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 충남 연기군 주민들에게 몇 차례 편지를 보내 이해를 구했다. 정 총리는 설을 맞아 충남 연기·공주 8만여 가구에 수정안 지지를 당부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으며 27일에도 편지를 보냈다.
정 총리는 이날 연기군에서 열린 전원산 정월 대보름맞이 축제에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을 통해 전달한 편지에서 “주민들이 점차 세종시 발전안이 나오게 된 배경과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있다고 들었다”며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을 텐데 발전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주민의) 국가에 대한 희생이 풍성한 보람으로 열매를 맺도록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행복아파트 조기 완공, 자녀 취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디 촌평 속에 백가지 숨은 의중을 전한다. 정치 현안에 대해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가 말문을 연 것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나쁜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정치의 수치(이상득 의원을 향해)’ ‘오만의 극치(이재오 전 의원에 대해)’ 등 박 전 대표 특유의 5음절 화법은 정가에서 수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 정국이 심화되면서 박 전 대표의 화법은 ‘단답형’에서 ‘장문형’으로 변신을 꾀했다. 자신의 의중을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게 된 것. 한비자의 고사인 ‘증자의 돼지’등 중국 고사성어도 곁들였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할 얘기는 다 했다”는 말로 세종시 정국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 2일에는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해 다시 ‘간결 화법’으로 돌아갔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