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겨눈 검찰 ‘양날의 검’

2010.03.09 09:17:22 호수 0호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쪽은 누구?


검찰이 여의도를 향해 칼날을 겨눴다. 한명숙 전 총리를 시작으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일부 전·현직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과 관계자들도 검찰의 사정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치권으로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전방위적이라고 할 만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칼에는 눈이 없기에’ 도리어 날선 칼날이 검찰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검찰, 전교조 민노당 가입 관련 수사 ‘원점에서 다시’
한명숙·이광재 민주당 히든카드 출격, 득일까 실일까

검찰이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에 민주노동당이,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의혹에는 민주당이, 친박계에 대한 사찰 의혹은 한나라당과 얽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관련 수사
지방선거 주요 변수로



검찰은 지난달 28일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과 관련, 전면 재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경찰과 엇박자를 내왔던 만큼 경찰로부터 지난달 26일 양성윤 전공노 위원장의 소환을 끝으로 마무리된 단체 조합원 292명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유호근 부장검사)는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이 정치활동이 금지된 교사와 공무원 신분임에도 민노당에 가입하거나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로 민노당도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되지 않은 불법 계좌로 공무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납부 받은 혐의와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하드디스크를 빼돌림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검찰과의 정면승부를 택했다.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의원을 지방선거에서 ‘히든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 이 의원은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은 한 전 총리와 이 의원의 재판을 ‘정권 차원의 야당 흠집내기용 기획 수사’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와 맞물려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와 이 의원 모두 ‘무리한 검찰 수사’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출판기념회에서 선보인 저서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충격의 여진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이번엔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던 한명숙의 심장을 정조준한 독화살이 날아와 박혔다”며 “이제 이 일에 대응하는 것은 한명숙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올린 민주주의라는 고귀한 성채를 지켜내는 일이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짐을 내려놓으려는 나에게 경고 메시지 같았다. 신탁 같았다”며 “역주행하는 민주주의를 되돌리지 않을 때까지 절망할 권리도 없다는 것, 두 대통령의 뜻을 잇는 것이 수많은 사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확실히 이번 시련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에 나를 다시 거친 들판에 세운다”며 “최전선에 우뚝 서겠다. 피하지 않겠다.

불의에 분노하는 모든 분들, 정의를 바로잡을 모든 분들과 같은 전선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 한 전 총리와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한 전 총리가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았을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던 정 대표가 곽 전 사장과 함께 총리 공관 오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정황을 입증하기 위해 정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지난 4일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 대표를 흠집 내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영민 대변인은 “한 전 총리의 결백을 누구보다 확신하는 정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검찰의 저의가 참으로 치사하고 유치하다”고 일갈했다.

곳곳에 수사 암초
의혹 명확히 밝혀질까

노 대변인은 도리어 “검찰이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중요한 수사기록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패는 숨기고 상대의 패만 보면서 이기겠다는 도박꾼의 모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와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재판에 따라 선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가 진행되면 여당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는 ‘부담’과 당 후보로 확정된 후 출마가 불가능한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검찰과의 정면 승부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전 총리와 이 의원을 대체할 후보군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것이 이들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강성종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학재단 신흥학원이 8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와 관련, 검찰의 시야에 놓였다. 검찰은 학원의 비자금 일부가 강 의원의 정치활동 자금으로 쓰였거나 정치권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서초동 주변에서는 강 의원은 물론 그와 친분이 깊은 야권 중진의원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혐의 밝히면 여의도 심장부 직격탄… 역으로 당할 수도
부산한 정치권 관련 수사, 한화갑·친박계까지 겨눴다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전남도의원 공천 헌금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양모 도의원과 박모 전 도의원이 지방선거 당시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각각 3억원을 민주당 중앙당사에 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지난달 18일 “2006년 당시 도당위원장이었던 최인기 의원이 ‘특별당비를 3억원 정도 냈으면 좋겠다’고 도당 당직자에게 한 말을 전해 듣고 돈을 건넸다”는 박씨의 진술에 따라 최 의원을 소환해 특별당비 납부 권유 경위와 돈의 전달 경로, 최종 전달자 등을 조사했다.

민주당과 관련된 검찰 수사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잡음이 더 커질 것이라는 건 자명한 얘기”라며 “자칫 지방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친박계도 검찰에 가자미눈을 뜨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친박·중립 성향 의원들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달 22일 이 같은 의혹을 표면으로 끄집어냈다. 홍 의원은 “무슨 흠이 있는 듯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미 하나의 사례를 파악했는데 한가지 사례만 더 나오면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3일 이성헌 의원이 “지난해 박 전 대표가 한 스님과 식사를 했는데 며칠 뒤 정부기관에서 스님을 찾아와 박 전 대표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캐물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당 안에서조차 표적사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야권이 친박계 지원 사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친박 의원들의 뒷조사의 방식이 주로 후원하는 기업에 대한 뒷조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우 대변인은 “대통령이 토착비리를 조사하라고 한 지시가 주로 정치적 반대파에 있는 의원들의 후원기업을 조사하는 것으로 이어져 ‘어떤 의원에게 얼마를 줬느냐’는 식으로 캐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차원에서 친박 의원들의 뒷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퇴행적 정치현상”이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언론에 대고 사찰이니 뒷조사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말하는 것을 삼가 달라”고 ‘함구령’을 내린 후 한나라당 내에서 ‘친박 사정설’은 잠잠해진 모양새다. 안 원내대표는 “그런 의혹이 있다면 당의 공식기구가 있으니까 거기에 얘기해서 내부적으로 조사하도록 해야지 (안 그러면) 당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된다”고 ‘집안 단속’을 했다. 이후 친박 사정설과 관련, 말문을 열었던 친박 의원들도 더 이상의 발언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게 된 것.

친박계 부글부글
‘뒷조사가 웬 말이냐’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아직 검찰 수사의 불씨는 여야 모두에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야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며 친박계도 ‘불안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가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의 칼날이 정치권에 적잖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지만 검찰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외치면 곤혹스러워지는 건 검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친박계에 대한 사정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이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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