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

2010.02.16 11:57:42 호수 0호

‘유통 황제’등극 비결?…무조건 정면 돌파!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룹 ‘후계자’딱지를 떼고 명실공히 2세 경영인으로 맹활약 중인 신 부회장은 금융위기 등 대외 악재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주눅 들지 않고 치고 나가는 ‘공격력’이 무서울 정도다. 올해 들어 더욱 스피드를 내고 있는 신 부회장.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그의 승부사 기질을 들여다봤다.

바이더웨이, GS마트·백화점 등 잇따라 인수
3년간 10여건 M&A 성공…4조3천억 쏟아부어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거침없는 질주가 화제다. 신 부회장은 ‘보수적’ 그룹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 결과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리는 등 국내 유통업계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룹 내부에선 유력한 후계자인 신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 셈이다.

‘보수’ 이미지서 벗어나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신 부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에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M&A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분류된 GS마트(14개점)와 GS백화점(3개점)을 품에 안았다. 인수 금액은 1조3400억원. 그동안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이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는 타임스로 7327억원이었다. 특히 이번 인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 유통 라이벌들을 제쳐 의미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GS백화점 인수로 전국에 29개의 백화점 점포를 확보해 2위인 현대백화점(11개 점포)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나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지난해 9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GS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5750억원이다.
대형마트 부문에선 현재 70개인 롯데마트 점포를 84개로 늘려 1·2위인 이마트(127개 점포)와 홈플러스(115개 점포)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0개의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측은 “GS마트 인수로 업계 1, 2위 업체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올해 기존 5조5000억원에 GS마트 매출(지난해 7950억원)까지 더해 총 6조4000억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5롯데그룹은 지난달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274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 한달여 만에 유통업계에 나온 대형 매물 2건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점포(2240개)와 바이더웨이 점포(1503개)를 합쳐 3743개의 편의점 점포를 확보, 업계 2위인 GS25(3914개)를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3년간 쓸어 담은 굵직굵직한 M&A 매물이 1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 쏟아 부은 자금은 무려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2007년 대한화재(3526억원),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1615억원), 호남지역 빅마트(1000억원) 등을 잇달아 사들인데 이어 2008년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1700억원),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3900억원), 코스모투자자문(629억원) 등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엔 두산주류BG(5030억원),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7327억원), 교통카드 회사 마이비(603억원), 쌀 가공 식품업체 기린(799억원) 등을 거머쥐었다.

또 AK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AK글로벌(2800억원·공정위 심사 중),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사 코랄리스(697억원), 경북 성주 골프장 헤븐랜드CC(751억원), 해태음료 안성공장(306억원),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135억원) 등도 인수했다.
M&A시장 관계자는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롯데그룹이 오르내린다”며 “신 부회장은 2004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맡은 이후 보수적인 경영 문화를 과감히 개선해 본격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활발한 M&A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으로 사상최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 신장한 45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롯데그룹 CEO들은 2010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부분 유임됐다. 노병용 롯데마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지난해 129명보다 늘어난 136명이 승진했다.

직원들은 이례적으로 두툼한 보너스를 받았다. 역시 예상 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대가다. 롯데쇼핑은 최근 직원들에게 총 400억원 이상의 이익성과급(P/S)을 지급했다. 롯데마트는 직급별로 약 3500여 명의 정규직원에 대해 기본급 150%에 달하는 P/S를 나눠줬다.
롯데그룹은 M&A뿐만 아니라 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이 역시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3조5000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M&A와 해외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4조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룹은 새해 들어 504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3만9332㎡(약 1만1898평) 규모의 아웃렛 부지를 확보했다.
최근엔 경기도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사업협약(전체 사업비 3조원)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포함한 부산 롯데타운과 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각각 2조원, 2조2000억원 정도를 베팅한다. 세종시엔 1000억원을 들여 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해외 사업도 활발하다. 이른바 브릭스(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이 해외 거점이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중 러시아 모스크바와 일본 도쿄에 호텔을 연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한 중국 선양 초대형 복합단지 롯데타운 건립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과 인도엔 각각 랜드마크 타워, 롯데제과 공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들 4개국을 중심으로 해외 M&A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는 표정이다. 앞으로 M&A와 신규사업을 통해 영역을 더 확장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신 부회장은 이미 큰 그림을 그려 놨다. 지난해 3월 발표한 ‘롯데 2018 비전’이 그것이다. 이 비전은 ‘매년 평균 16.5%씩 성장해 2018년 200조원 매출을 올려 아시아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신 부회장의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공격 경영’신규사업 적극 베팅 
‘브릭스’중심 글로벌사업도 활발


롯데그룹은 2018년 5대 사업부문별 매출 목표를 ▲유통·금융 90조원(2008년 매출 19조원) ▲45조원(10조1000억원) ▲식품 20조원(4조2000억원) ▲건설·관광 20조원(5조원) ▲상사 정보통신 등 지원사업 25조원(5조6000억원) 등으로 정했다.
이중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마트는 각각 2018년까지 15조원, 37조원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유통부문은 약 80조원 매출을 달성해 ‘아시아 톱3’에 든다는 계획이며 식품은 ‘아시아 톱5’, 화학과 건설은 ‘아시아 톱10’이 목표다.


그룹 측은 “2018 비전에서 핵심은 글로벌 사업으로 해외 주요 거점인 브릭스에 대한 투자 폭을 넓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에 롯데 브랜드를 알렸다면 지금부터는 글로벌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 2018 비전’은 국내외에서 추가적인 M&A와 신사업을 통해 더욱 몸집을 불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 부회장은 한 공개석상에서 “좋은 기회가 되면 M&A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사세 확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시너지 효과 기대 등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늘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휘청거리는 것과 같이 ‘승자의 저주’(높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기업 자체가 위험해지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GS백화점·마트 인수 비용 1조34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자금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자신만만하다. 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막강한 현금동원력 등 풍부한 자금력이 그 배경이다. 롯데그룹이 M&A·신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 또한 풍부한 유동성(현금흐름) 때문이다.
그룹 측은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여력에 대해 “계열사들의 현금이 풍부하고 평균 부채비율이 50%대에 머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탄한 재무구조에
막강한 현금동원력

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부채비율은 50%에 불과하다. 신 부회장이 일찌감치 ‘실탄’ 마련에 공을 들인 결과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감지되자마자 각 계열사별로 운영 자금을 미리 확보하라고 지시했었다. 신 부회장은 1990년 롯데에 입사하기 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1981년부터 7년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편으론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과 그룹 후계구도를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신격호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장남 신동주 부사장은 일본롯데를, 차남 신 부회장은 한국롯데를 각각 맡는 구도다. 이들 형제간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는 거의 마무리됐다.

더욱이 신 회장은 지난해 사실상 일본롯데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국내에서도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퇴와 지분 및 부동산을 잇달아 처분해 은퇴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M&A 성과만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유니클로, 크리스피 크림도넛, 세븐일레븐 등 직접 야심차게 도입한 브랜드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등 고전해 왔다”며 “그룹 경영승계가 임박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신 부회장으로선 다급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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